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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끼호떼를 추억하는 늙은 싼초
엉뚱하고 무모한 꿈의 이야기

[리뷰] 싼초의 모노드라마 <너, 돈끼호떼>

15.12.04 17:21최종업데이트15.12.04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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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드라마 연극 <너, 돈끼호떼>의 출연진 이미지. ⓒ 극단 사랑


지난 3일 소극장 예전아트홀에서는 싼초 모노드라마 <너, 돈끼호떼>의 공연이 열렸다. 지역의 순수민간 연극단체인 극단 사랑(대표 신도환)의 야심작이기도 한 작품이다.

이미 이 공연은 춘천국제연극제 공식 선정작으로 오른 바 있으며, 초연 당시 KBS <TV 책을 보다>에 소개된 바 있는 작품으로서 11월 초부터 시작되어 공연 중반전에 접어든 작품이다.

지루하게 여겨질 수 있는 돈키호떼의 작품을 한 배우의 모노드라마를 통해 시대의 흐름과 정의로운 삶과 진정한 용기에 대해 귀감을 주는 스토리텔링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우리 기억 속에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그저 엉뚱하고 무모한 도전만을 일삼는 늙은 기사로만 비칠지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 속의 돈끼호떼는 다르다. 그의 무모한 도전과 자유에 대한 갈구, 정의, 사랑도 그저 허풍이 아닌 사람을 향한 사랑에서 비롯됨을 일깨워준다.

돈끼호떼의 꿈, 산초가 추억하는 그의 이상향

▲ <너, 돈끼호떼> 포스터 지난 11월 6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연극 <너, 돈끼호떼>가 예전아트홀에 올라온다. ⓒ 극단 사랑


이 작품 속에 주인공인 양승한 배우는 일인다역을 소화해 내면서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관객을 무대까지 자연스럽게 끄집어내서 작품에 동화되게 하는 매력을 지닌다. 마치 복화술을 하듯 능수능란하게 하인과 돈끼호떼, 해설까지 이어주는 그의 모습에 빠져든다. 그리고 그의 연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돈끼호테의 무모한 도전이 어떤 의미와 이유를 지녔는지 알게 된다.

<너, 돈끼호떼>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돈끼호떼가 세상을 떠나고 오랜 세월이 흐른 후, 홀로 살아남은 늙은 싼초의 상상 속에서 연극 <너, 돈끼호떼>의 막이 오른다. 작품의 시작은 말을 타고 호기롭게 등장하는 '돈끼호떼 코스프레'부터이다. 싼초는 자신이 모신 환상의 기사 돈끼호떼와의 기억들을 하나둘 더듬으며, 그와 겪은 에피소드를 하나씩 나열하기 시작한다.

싼초의 육체는 늙었지만, 정신은 돈끼호떼와 함께했던 그때처럼 무모한 것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 이발사의 대야를 황금투구로 착각하고, 웬만한 남자보다 우람한 체격의 여인을 존귀한 공주로 받아들인 주인의 태도를 여전히 이해 못 하지만, 싼초는 어느새 돈끼호떼의 엉뚱한 모험에 완전히 합류해 버렸다.

약 90분간 펼쳐진 이 작품은 폴리아티스트 김범린의 생생한 연주에 몰입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이다. 말의 현장감 소리나 사자와의 결투를 재현해내는 부분, 새소리까지 각양각색의 소리로 관객들의 청각을 즐겁게 해준다.

이번 공연에 예술 감독인 신도환 대표는 "이 작품 속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랑, 정의, 용기에 대한 지표를 제시해 준다"고 강조하면서 "이 작품은 모노드라마이기 때문에 배우의 체력이 관건이다, 많은 분이 우리 순수민간 작품에 대해서도 애정을 쏟아 달라"고 당부했다.

신 대표는 소극장 공연의 어려움에 대해 "지역에서 힘들게 오르는 작품도 대내외적인 활동을 적게 하다 보니 지원금 심사에서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한 것, 지역에서 연극을 하려면 잘 알아야 한다는 것(인맥), 순수 민간자본에 의해 운영되는 작품이 홀대받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대구 대명동 문화거리에 위치한 소극장 예전아트홀에서 펼쳐지는 이 작품은, 오는 13일까지 무대에 오른다. 연극이 끝난 뒤에는 배우와 기념촬영도 할 수 있고, 공연 티켓 2장을 구매하면 1+1 특별할인도 적용받을 수 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돈키호테 극단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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