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무, 먼나무도 있고 '아이고바위'도 있는 곳

겨울에 만나는 꽃세상, 완도수목원 힐링길

등록 2015.12.11 10:26수정 2015.12.1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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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에 활짝 핀 애기동백. 연분홍빛과 진분홍 동백꽃이 많이 피어, 겨울에 만나는 화사한 꽃세상을 연출하고 있다. ⓒ 이돈삼


12월로 접어들면서 겨울이 거칠어졌다. 바람끝이 매섭다. 절기상 대설(大雪)이 눈앞이다.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그립다. 발걸음이 자연스레 따뜻한 남쪽으로 향한다. 반도의 끝자락 완도로 간다. 지난 11월 29일이었다.

완도수목원은 겨울에도 비교적 포근한, 그러면서도 색다른 멋을 안겨주는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난대림 자생지다. 국내에 하나밖에 없는 난대수목원이다. 붉가시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감탕나무, 굴거리나무, 구실잣밤나무, 동백나무가 많이 자생하고 있다. 경관도 빼어나다. 면적은 2032만㎡, 615만평 가량 된다. 여기에 4000종이 넘는 식물이 분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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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의 동백원 풍경. 빨간 동백꽃이 많이 피어 여행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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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의 난대림 사이로 놓여있는 나무데크. 수목원에는 크고 작은 길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혀 있다. ⓒ 이돈삼


난대림 사이로 걷는 길도 있다. '완도수목원 힐링길'이다. 숲 사이사이 샛길도 거미줄처럼 촘촘하다. 수목원의 큰길과 샛길을 다 이으면 80㎞쯤 된단다. 하루 온종일 걸어도 돌아보기 버겁다. 목표지점을 따로 정하지 않고, 발길 닿는 대로 걷는다.

매표소 앞에서 나무 한 그루가 눈길을 끈다. 회백색의 가지에 빨강 열매가 주렁주렁 걸렸다. 크기가 콩알만 한 게, 이 계절에 흔한 감탕나무과의 열매와 비슷하다. 이파리는 다 떨어지고 없다. 이름표에 '이나무'라고 씌어 있다. 별난 식물을 많이 만날 수 있겠다는 기대와 호기심이 함께 인다.

'이나무'를 보고 수목원으로 들어가니 '먼나무'가 반긴다. 진녹색의 이파리에 빨간색 열매를 매달고 있다. "이 나무가 먼 나무게?" "먼 나무긴, 먼나무지"하면서 우스갯소리를 주고받던 그 나무다. 열매가 '이나무'와 비슷하게 생겼다.

교육관리동 앞에 완도호랑가시나무도 있다.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의 교잡종이다. 완도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나무 이름에다 지명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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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에서 만난 먼나무 열매. 진녹색의 이파리에 빨간색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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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의 교육관리동 앞에서 만나는 완도호랑가시나무의 열매. 완도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해서 나무 이름에 지명을 붙였다. ⓒ 이돈삼


길가에 연둣빛 팔손이도 줄지어 서 있다. 이파리가 여덟 갈래로 나뉘었다고 팔손이다. 하지만 아홉 갈래도 많이 보인다. 계절을 잊은 목련과 자목련도 꽃망울을 머금고 있다. 계절을 의심케 한다.


애기동백도 피었다. 진분홍과 연분홍 빛깔로 활짝 핀 꽃이 앙증맞다. 이 계절에 만나는 화사한 꽃세상이 경이롭다. 향기도 그윽하다. 화사한 꽃이 겨울 찬바람에 맞설 것을 생각하니, 마음 한쪽이 애잔하기도 하다.

목련나무 줄지어 선 큰길을 따라가니 아열대온실이다. 야자나무와 망고나무, 고무나무 등 아열대식물 500종, 8200여 본이 둥지를 틀고 있다. 선인장도 고혹적이다. 알로에, 용설란 등 다육식물과 금목서, 로즈마리 등 향기를 내뿜는 방향식물도 많다. 아열대지방으로 여행이라도 온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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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의 아열대온실에서 만난 선인장. 형형색색의 선인장이 화사한 꽃세상을 연출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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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열대온실 앞의 아이고바위. 지게에 땔감을 지고 내려오던 옛 사람들이 잠시 쉬면서 ‘아이고 힘들다’고 푸념했던 곳이라고. ⓒ 이돈삼


온실 앞에서 만나는 '아이고바위'도 재밌는 얘기를 간직하고 있다. 바위가 자리한 곳은 옛날에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이었다. 주민들이 지게에 땔감을 지고 내려오는 길에 잠시 쉬면서, '아이고 힘들다'고 푸념했던 곳이다.

1990년대 초 수목원 조성 당시, 직원들이 일하다가 여기에 걸터앉아 쉬면서 '아이고, 집에는 언제 갈까' 했다는 데서 유래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바위의 생김새는 거북이와 두꺼비를 닮았다. 거북바위, 두꺼비바위로도 불린다.

아열대온실에서 나와 1전망대로 향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붉가시나무와 모감주나무, 녹나무, 황칠나무, 후박나무, 생달나무, 붓순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붉가시나무는 가지를 자르면 붉은빛을 띤다고 이름 붙었다. 모감주나무는 염주를 만들 때 쓰인다. 이파리에서 향긋한 냄새가 나는 녹나무는 조각품이나 가구의 재료로 활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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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동백꽃. 완도수목원에서 피기 시작한 동백꽃은 이듬해 봄까지 빨간 꽃세상을 연출하게 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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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에서 만나는 굴거리나무. 진녹색의 이파리와 검정빛깔의 열매를 붙들고 있다. 이파리는 내년 봄에 떨어진다. ⓒ 이돈삼


굴거리나무도 별나다. 가을에 잎이 지고, 이듬해 봄에 새잎이 돋아나는 게 자연의 순리다. 그러나 굴거리나무는 새잎이 먼저 난 다음, 묵은 잎을 떨어뜨린다. 지금 진녹색의 이파리와 검정빛깔의 열매를 함께 붙들고 있다. 이파리는 내년 봄에 떨어져, 봄 속의 가을풍경을 그려낸다.

'공기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음이온이 흐르고, 피톤치드가 풍부한 덕분일까. 찬바람에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의 긴장이 누그러졌다. 얼굴은 환해지고, 걸음걸이는 느슨해졌다. 찌든 일상도 벌써 달아나고 없다.

그새 1전망대에 닿았다. 해발 260m 지점이다. 난대림으로 우거진 수목원 풍경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숲속 끄트머리에 들어앉은 대문저수지의 물그림자가 멋스럽다. 미황사를 품은 해남 달마산의 뒤태도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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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 풍경. 싸목싸목 걸으며 난대림의 매력에 흠뻑 젖을 수 있는 곳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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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 힐링길. 수목원에는 큰길과 샛길이 촘촘히 연결돼 있다. 어디든지 부담없어 거닐 수 있다. ⓒ 이돈삼


전망대에서 잠시 쉬었을 뿐인데, 바람결이 차갑다. 발걸음을 재촉한다. 구실잣밤나무 군락지를 거쳐 암석원으로 간다. 수목원에서 만나는 바위 전시장이다. 바위지대에서 자라는 식물을 가꿔놓은 주제원이다.

바위떡풀, 넉줄고사리, 바위채송화, 일엽초가 자라고 있다. 바위손과 담쟁이덩굴, 돌단풍, 마삭줄도 지천이다. 나무 데크를 따라 걸으면서 이것들과 눈을 맞춘다. 미확인 비행물체처럼 생긴 UFO바위와 두꺼비하늘바위도 시선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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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수목원의 암석원. 미확인 비행물체처럼 생긴 UFO바위 등 각양각색의 바위와 바위식물이 어우러져 있다. ⓒ 이돈삼


난대림의 매력에 취해 숲길을 다박다박 내려오니 산림박물관이다. 가로 47m, 높이 37m나 되는 한옥이다. 한옥의 처마와 어우러진 감나무도 주홍빛깔의 홍시를 매달고 있어 정겹다. 길은 여기서 동백숲을 거쳐 대문저수지로 이어진다.

저수지의 수변을 따라 놓인 데크가 낭만적이다. 저수지 물에 반영된 난대림의 자태도 매혹적이다. 늦가을 풍경도 아직 수변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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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빛깔 홍시와 어우러진 산림박물관. 난대림에 들어앉은 한옥이 색다른 멋을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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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저수지에 반영된 완도수목원 풍경. 수변을 따라 나무데크가 놓여 있어 낭만을 안겨준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 찾아가는 길
서해안고속국도 목포 나들목에서 순천 방면, 남해고속국도를 타고 강진무위사 나들목으로 나간다. 여기서 목포 방면으로 순천-목포 간 2번 국도를 타고 해남을 거쳐 완도로 간다. 완도대교를 건너 원동에서 오른편 해안도로를 따라가다 만나는 대문리에서 완도수목원으로 들어간다. 내비게이션은 전라남도 완도군 군외면 청해진북로 88번길 156.

이 기사는 전남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완도수목원 #애기동백 #굴거리나무 #먼나무 #대문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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