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와 헤어져도 다시 만날 가능성 열어놔야

[주장] '분열의 언어' 아닌 '통합의 언어' 필요

등록 2015.12.15 16:43수정 2015.12.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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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였던 안철수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 이후 그의 행보를 놓고 누리꾼들의 논란이 거셉니다. 최병천 시민기자의 주장을 담은 글을 보냅니다. 다른 독자의 글도 기다리겠습니다. [편집자말]
지난 1997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의 일등공신은 누구였을까? 그 중 하나는 당시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였다. 당시 이 후보는 자그마치 480만표를 얻었다. IMF 외환위기가 터지고, DJP연대를 하고, 이 후보가 480만표를 얻고도 새벽 두시가 되어서야 겨우 27만표 차이로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를 이겼다.

지난 2002년 노무현 대통령 당선의 일등 공신은 누구였을까? 그 중 하나는 당시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였다. 정 후보가 단일화를 해주지 않았다면, 제3후보가 아니었다면 노무현의 당선은 어려웠을 것이다. 당시 이회창 대세론은 깨지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투표일 하루 전날 정몽준이 지지철회를 했을지라도.

이인제, 정몽준,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나? 한 명은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한 명은 얼마 전 새누리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왔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의 50년 권력을 빼앗기게 만든 철천지 원수 같은 이인제에게는 최고위원을, 정몽준에게는 서울시장 후보를 선사했다. 이러한 통합적 포용력이 바로 그들의 '여당 근성'이다. 만약, 야당이었다면 이들에 대해서 어찌했을까? 온갖 저주와 모욕과 조롱의 언어를 남발했을 것이다. 탈당하지 않고는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49%의 빈자리' 열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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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탈당 선언 "지금 야당엔 답 없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탈당을 선언했다. 안 전 대표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오늘 새정치민주연합을 떠난다"며 "비상한 각오와 담대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거듭거듭 간절하게 호소했지만 답은 없었다"고 말했다. ⓒ 남소연


얼마전 성한용 <한겨레> 기자가 '새누리당은 왜 강한가'라는 분석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렇다면 왜 새정치연합은 약한가? 그 중요한 원인 중 하나는 새정치연합의 핵심(Core) 유권자가 배은망덕하고 편협하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중도 개혁주의를 지향하며 '확장'을 추구했다. '서생적 문제의식을 간직한 상인의 현실감각'을 갖추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486 민주화운동 세대 지지층은 '결'이 다르다. 이들은 자신과 다르면 조롱하지 못해서 안달이고, 밀어내지 못해서 안달이다.


2012년 대선때 한화갑, 한광옥 전 민주당 고문들이 박근혜 지지선언을 했다. 나는 그들의 행위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편으로 '오죽했으면' 동교동계의 적자였던 그들이, 80년대 군부독재가 서슬퍼런 시대에 가족의 생계위협을 감수하며 민주화투쟁을 했던 그들이, '오죽했으면' 박근혜를 지지했을까 싶다.

그렇게 새누리당이 이인제, 정몽준에 덧붙여 한화갑, 한광옥을 '포용'할 때, 야당의 극렬 486 지지층은 정동영 전 의원에게 온갖 모욕을 주며 내쫓고, 천정배 의원을 내쫓고, 이제 안철수 전 공동대표에게도 모욕과 조롱의 언어를 내뱉고 있다. 이들은 불과 얼마전 새누리당에서 넘어왔다며 손학규 전 대표와 김부겸 전 의원에게도 모욕과 조롱의 언어를 남발했음은 물론이다.

나는 안토니오 그람시가 말한 헤게모니의 개념을 '51% 이상의 주도권'을 가지면, 나머지 49%는 내어줄 수 있는 것으로 이해한다. 혹자는 생각이 다르면 다르게 가는 게 맞다고 한다. '나'와 생각이 같은 사람은 '나' 이외에는 없다. 다름을 찾기 시작하면 끝도 없다. 심지어 나 자신도 1년 전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른 게 세상 이치이다.

안철수의 행위는 옳지 않다. 나 역시 지지하지 않는다. 그리고 탈당의 처신도 바르지 않다. 그러나, '49%의 빈자리'를 열어줘야 한다. 견해가 다른데, 칭찬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모욕과 조롱의 언어로 '상대편'을 함부로 해선 안 된다. 운동보다 정치를, 정치보다 인간다움을 잃지 말아야 한다. 누구라도, 지금 헤어져도 나중에 만날 가능성을 준비해야 한다.

'분열의 언어'가 아니라, '통합의 언어'를 써야 한다. 그게 '수권 마인드'이다. 그것은 우리의 가치-원칙에 위배되는 것과 별개의 문제이다. 당장, 나부터 더 반성해야겠다.

○ 편집ㅣ장지혜 기자

덧붙이는 글 최병천 시민기자는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보좌관입니다.
#문재인 #안철수 #이인제 #민병두 #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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