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방

'일베 직원' 사과해 놓고 이제 와 내려달라?

[주장] 코모토모 코리아의 황당한 게시중지 요청... 네이버의 일방적인 처리도 '유감'

등록 2015.12.25 20:20수정 2015.12.25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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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당시 논란이 된 일베 사진. ⓒ 일베


주말을 앞둔 지난주 금요일(12월 18일)에 나는 황당한 메일을 받았다. 네이버에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데, 지난 2013년 12월에 쓴 게시글 2건이 명예훼손으로 블라인드 처리됐다는 안내 메일이었다. 내 게시글이 명예훼손이라고 신고한 곳은 유아용품 회사 코모토모 코리아였다. 그리고 신고된 게시글은 지난해 이맘 때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코모토모 일베 사건'에 관한 게시글이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당시 일베 회원이 젖병에 들어가는 젖꼭지를 모아놓고 찍은 인증 사진을 올리며 "가끔 빨기도 한다"고 남겼던 사건은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사건이 터졌을 때 관련 글 한 건, 이후 해당 직원과 코모토모 코리아 측에서 공식 사과문을 올린 것을 정리된 글 한 건, 총 두 건의 게시글을 작성했다.

말도 없이 사라진 내 글, 이유 알아보니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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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명예훼손'이라고 신고하면 확인 없이 블라인드 처리되는 블로그, 정당한 걸까? ⓒ pixabay


하지만 내 게시글의 주된 내용은 코모토모가 아니라 일베 회원이었고 더 나아가 일베라는 사이트에 초점을 맞췄었다. 사건을 벌인 일베 회원의 부모는 어떤 심정일까 하는 관점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은 잊혔고 나 또한 그 게시글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코모토모 코리아가 해당 게시글이 명예훼손이라며 신고한 것이다. 나는 다음날인 토요일에 바로 이의신청을 했으나 기각됐으며 관련 내용을 메일로 발송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러나 메일은 일요일까지도 오지 않았다. 오지 않는 메일을 기다리다 나는 다시 이의신청을 했다.

그리고 월요일 네이버에 문의를 했더니 안내 메일을 네이버가 아닌, 가입 당시 기재한 타 포털의 메일로 발송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블라인드 처리됐다는 메일은 네이버 메일로 보내놓고 이의신청에 대한 결과는 왜 타 포털로 보내는지 알 수 없었지만, 시스템이 그러하다니 뭐라 할 수가 없었다. 기재되어 있는 타 포털의 메일은 이미 없어졌으니 네이버 메일로 다시 보내달라고 했으나 이 기사를 쓰는 지금도 나는 메일을 받지 못했다.

이어서 코모토모 코리아 측에 전화를 걸어 내 게시글의 어느 부분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 물었다. 혹시라도 내가 모르는 어떤 법률적인 근거가 있나 마음 졸이면서. 허무하게도 돌아온 답변은 명예훼손이라고 생각해서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코모토모를 검색했을 때 일베와 관련된 글이 상단에 노출되는 게 싫었다는 이유였다. 그래서 네이버에 내 글이 검색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청했더니 게시중지 서비스를 이용하라고 했단다. 게시중지를 요청하려니 사유를 선택해야 했고, 객관식으로 나열되어 있는 사유 중에 고르다 보니 명예훼손을 택했단다.

덧붙여 직원은 그 사건은 이미 오래됐으며 사실무근으로 밝혀지지 않았느냐며 자기네 회사의 억울함을 토로했다. 나도 회사 또한 일정 부분 피해 받은 것을 안다. 당시 일베 회원이 올린 경위서도 보았고 사과문도 보았으며 그걸 고스란히 내 블로그에 올린 것도 나인데 모를 리 없다. 하지만 공식 사과문에도 나와 있듯이 해당 직원을 잘못 뽑았고 건사하지 못한 점도 분명 있다. 더군다나 나는 코모토모 코리아의 사용자도 아니며 회사의 이미지를 손상시킨 것은 내가 아니라 그 회원이지 않나.

저도 그걸 아는데, 그렇다고 명예훼손이 아닌 글을 명예훼손이라고 신고해서 내린 건 잘못이지 않나요, 했더니 죄송하단다. 나는 이의신청과 동시에 재게시 요청을 했음을 알렸고 만약 내 글에 문제가 있으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달라고 했다. 코모토모 코리아는 나한테 글을 신고하여 내린 부분에 대해서 사과했다.

그리고 일이 끝난 줄 알았다. 웬 걸, 네이버는 게시중지된 날부터 30일 이후에 게시글을 복구해 주겠다는 것이다. 30일이라는 시간이 왜 필요하냐고 물었더니 업체와 회원님들 사이의 원만한 이해관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란다.

나는 이미 업체와 통화해서 원만한 해결을 봤는데 무슨 이바지가 필요하며, 업체에서 명예훼손이 아님을 확인해줬다고 말했는데도 네이버는 업체로부터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만 고수했다. 나는 다시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그 쪽에서 직접 철회 요청을 해야 복구해줄 수 있다고 전했고, 협조해주겠다는 답을 듣고 끊었다.

내 블로그에 올린 글, 내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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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가 블라인드 처리했다 23일 오전 복구한 블로그 글. ⓒ 조경은


전화를 끊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글은 내 것이 아니었다. 내가 시간을 들여서 직접 글을 쓰고 내 블로그에 올렸는데 단지 그 블로그가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의 한 부분이라는 이유로 내 글에 대한 권한과 권리도 네이버와 다른 기업들한테 넘어간 것이다.

네이버는 당신이 쓴 글이 명예훼손이라는 신고가 들어왔는데 맞느냐는 확인도 없이 글을 내려버렸다. 오로지 업체에서 신고했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그리고 업체는 내 글이 검색되지 않길 바라고 명예훼손이 아님에도 명예훼손이라고 신고하여 글을 내렸다. 자기네 회사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물을 오로지 자기네 입맛에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것을 복구하기 위해 나는 하루 동안 네이버와 세 번, 코모토모와 네 번 통화했다. 원만한 해결을 봤음에도 업체가 아닌 나는 그것을 증명할 기회조차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런 감상적인 생각도 잠시뿐이었다. 게시글이 복구될 수 있도록 협조해 주겠다던 코모토모 코리아가 몇 시간 만에 입장을 바꿔서 내 글의 원본을 확인해야겠다는 것이다. 최대한 이성적이면서 예의바르게 문의를 하던 나는 이쯤에서는 기가 막혔다. 그럼 원본은 보지도 않고 명예훼손이라고 신고했다는 건가?

나는 정말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그쪽에서 원본조차 확인하지 않고 명예훼손이라고 신고한 탓에 게시글이 블라인드 되면서 원본을 볼 수 없게 된 것이지 않느냐고 물었다. 업체측은 게시글을 쓴 당사자인 나는 볼 수 있으니 본문을 캡처해서 보내주면 정말 이 글이 명예훼손인지 아닌지 확인한 후에 답변을 주겠다고 했다.

"이번에 저 말고도 블라인드한 게시글 더 있죠?"
"네."
"그럼 그 사람들도 명예훼손인지 아닌지 확인도 안하고 신청하신 거네요?"
"..." (대답이 없다)
"저는 이렇게 항의를 하니까 사과도 해주시고 복구를 해준다 했다가 다시 재검토 하겠다 하시는 건데, 그럼 항의를 안 한 사람들 글은 코모토모 코리아가 원하는 대로 계속 내려가 있겠네요."
"..." (역시 대답이 없었다)

나는 원본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명예훼손인지 아닌지 꼼꼼히 검토했어야 할 것을 코모토모 코리아가 하지 않은 것이며, 내가 이 글을 올려도 되는지 마는지를 회사에 검토 받아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업체는 게시 중지를 철회해주겠다고 했으며 네이버는 철회신청이 들어오면 하루 안에 블라인드를 해제해주기로 했다. 그리고 23일 오전 정상 복구됐다.

정말로 내 글에 법적인 문제가 있었다면 소송을 걸거나,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이런 부분은 문제가 있으니 수정해달라고 요구를 했어야 했다. 단지 자신들이 보기 불편하다고 허위로 신고할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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