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M 인출 현금도 놓고 가는 이 '건망증'

확인 불가로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

등록 2015.12.24 15:13수정 2015.12.2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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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ATM에 그대로 두고 갔다 되찾은 만원 ⓒ 김민규


은행 업무 마감시간이 임박한 오후 3시 30분. 은행 주변은 혼잡하다. 이날까지 통장에서 빠져나갈 돈을 채우기 위해 입금하려는 사람들, 혹은 돈이 급해 인출하려는 사람들로 만원이다. 은행창구는 물론 ATM도 혼잡하기는 마찬가지. 8개의 ATM 기기에는 각각 3~4명씩 줄이 서 있다. 일부 ATM은 비축된 현금이 소진돼 '사용할 수 없다'는 문구가 기기 화면에 떠 있다.


지갑 속을 뒤져보니 한 푼의 돈도 없었다. 통장계좌를 확인해보니 돈이 많이 있지 않아 딱 1만 원만 인출하기로 했다. 집 근처 은행 ATM에서 줄을 서 기다리다 내 차례가 돼 현금 1만 원을 인출했다. 그리고 은행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주머니를 뒤져봤다. 인출했던 돈이 없었다. 순간 ATM 기기에서 인출했던 돈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급하게 은행에 돌아갔다. 계산해보니 6분 정도 시간이 흘러 있었다.

은행에 도착해 보니 다행히 돈을 찾을 수 있다고 들었다. 대략적인 시간을 말하니 ATM에 돈을 그대로 두고 간 사람이 있었다고 확인됐다. 신원 확인 후에 현금 1만 원을 찾을 수 있었다. 운이 좋아 나는 돈을 찾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한다. 특히 은행 업무 시간이 종료된 시점이나 혼잡한 시간에 다른 사람이 돈을 들고 갔다면 확인하기 힘들다는 설명이었다.

"돈 꼭 챙겨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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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ATM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들 ⓒ 김민규


생각해 보니 은행 ATM에서 인출한 돈을 가져가지 않아서 낭패를 볼 수 있던 상황이 처음은 아니었다. 몇 달 전에도 20만 원을 인출하고 그냥 나왔다가 급하게 되돌아가서 가져온 경우도 있었다. 건망증인가 걱정도 했지만 주변 사람들도 그런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했다.

어떤 사람은 30만 원이나 되는 돈을 인출하고 그냥 나왔는데 결국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노숙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10여 분 후에 돈을 들고 갔는데 결국 확인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에 물어보니 "ATM에서 인출한 현금을 그대로 두고 가는 사람들이 꽤 많다"라고 답했다.


ATM에서 다른 사람이 놓고 간 돈을 가져가는 행위는 도난으로 명백한 불법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일부 은행에서는 ATM기에 "인출한 고객님의 소중한 돈을 꼭 가져가세요"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손 글씨로 쓴 "내가 힘들게 번 돈, 꼭 챙겨 가세요"라는 문구도 있어 웃음을 자아냈다. 이런 문구를 ATM 기기마다 붙일 정도로 인출한 돈을 놓고 가는 사람이 많은 것이다.

가끔 상당한 액수의 로또복권 당첨금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는 뉴스를 접할 수 있다. 누군가는 자신이 복권에 당첨됐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을지 모르겠다. 쓰레기통이나 세탁기에서 사라진 당첨된 복권도 있을 것이다. 수십억, 수천만 원 복권당첨금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순전히 내 돈을 잊어버려 잃어버리는 것은 정말 아쉬운 일이다. 은행 ATM에서는 인출한 현금뿐 아니라 스마트폰, 지갑, 가방 등을 놓고 간 사람도 있다고 한다. 단순히 건망증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의식한다면 우리들의 소중한 돈,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다.
덧붙이는 글 e수원뉴스에 게재된 글입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ATM #은행 #은행ATM #현금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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