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 명분으로 탈당? "호남은 너희 편 아니야"

여수시민정치모임 성명 발표... 호남 사람 속마음 들어보니

등록 2015.12.30 19:52수정 2015.12.30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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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배 의원이 4.29 재보궐선거 전, 지난 4월 7일 광주시의회에서 '호남정치 비전 기자회견'을 열었다. ⓒ 천정배 후보 선거사무소


전남 여수시민들이 '강한 야당을 바라는 여수시민 성명서'를 29일 발표했다. 중진의 호남 의원들을 향해 "탈당보다는 '정계은퇴'를 촉구"했다. 특히 자신들의 지역구인 여수의 주승용 의원을 예시하면서 "중진들이 먼저 불출마"선언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는 전남 여수에 거주하는 50대 남성으로 대부분 이 지역 사람들처럼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자다. 그런데 지지하고 있는 전통야당이 핵분열을 하고 있다. 이 틈새에 '호남 민심'이란 단골 메뉴가 등장했다.

성탄 연휴, 연말연시, 설 연휴... 계속 쏟아지는 정치권 소식에서 빠지지 않을 기세다. 나를 포함해 호남에 사는 호남사람들은 조용한데, 다른 동네 사람들이 이야기한다. '호남 민심'이라면 호남사람들의 속마음(民心)을 나타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조용하기만 하다. 호남사람들이 자신들의 '민심'을 섣불리 얘기하지 않으려 하는 것인가?

촉각을 세우는 중에, '정권교체와 민생안정을 위한 여수시민정치모임'(아래 '시민정치모임')이라고 밝힌 이들은 "호남 민심의 핵심은 2017년 정권교체다"라고 규정한다. "보따리 싸는 것 '호남 민심' 아니다", "짐 싸지도 못하고 쭈뼛거리는 것 또한 아니다"라고 말하는 이들. 모처럼 나온 '호남 민심'을 한번 만나보자.

우후죽순 등장하는 신당? '호남 민심' 반영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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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지난 11월 30일 광주를 찾아 "야당을 어떻게 바꿔서 총선을 치를 최소한의 준비를 할 것인지, 2017년 정권교체의 작은 불씨를 살려낼 것인지 활로를 찾기 위해서 혁신전대 개최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이날 '정권교체를 위한 야당의 혁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 참석해 무소속 임내현 의원(광주 북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소중한


천정배, 박주선, 박준영, 안철수까지 연이어 등장하는 야당에서 분화한 신당들이 출현하려는 데 대해 호남사람들은 몹시 당혹해 하고 있다. 호남에 기댄 야당이 여럿 생겨나는 '야당 분열' 현상은 분명 '호남 민심'을 제대로 반영한 결과가 아니다.

우후죽순 야당 창당과 호남 의원들의 탈당을 보면서 마음이 편치 않다. 시민정치모임 역시 "그동안 민주라는 이름으로 군림하던 사람들이 '호남 민심'을 들어 탈당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 참으로 분하고 억울하다. 개탄스럽다"고 밝혔다.


호남 출신 의원들에게 이 지역 사람들은 할 말이 참 많다. 여수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 정회선 공동대표(60)는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야당에 대한 서운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몇 가지만 열거하자. 4대강 사업을 찬성하는 지자체장, 의무급식을 반대하는(지자체)장들, 입시 위주 교육에 앞장서는 장들, 토목사업에 앞장서고 환경 훼손과 개발 사업에 앞장섰던 장들, 조폭의 논리보다 못한 지역 야당 지자체 의원들...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이를 뒷받침한 사람들이 다름 아닌 호남 출신 다수 국회의원들이다."

지역에서 일당독점을 하며 지방자치를 망쳐온 사람들이 바로 호남의 정치인들이었다고 주장하는 정회선씨는 "선택지를 앗아가 버린 중앙당의 행태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방비 상태의 우리에게, 민생이 도탄에 빠진 지금, 독재가 일상화되어버린 지금, 의원직 사퇴를 내걸기라도 했는가?"라며 따진다.

노동자, 농민, 민중을 위해서 제대로 야당 역할을 했는지, 또 '세월호', '메르스'때 과연 역할을 제대로 했는지를 묻고 있는 것이다. 호남 출신의 어정쩡한 '여당 같은' 국회의원들을 탓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런 사람들이 애국자라도 되는 듯이, 그리하여 대단한 결단이라도 하는 듯 짐을 싸면서 쭈뼛거린다. 그러면서 '호남 민심'을 또 꺼낸다.

"짐을 쌀까 말까 쭈뼛거리면서 '호남 민심'이라뇨?"

여수환경운동연합 문갑태(45) 국장은 그동안 호남에서 깃발만 꽂으면 지지받고 당선되어 군림해 온 의원들이 "마치 정치 탄압받은 피해자라도 되는 듯이" '호남 민심'을 들먹인다고 말한다.

기득권 세력들, 토착세력과 함께 권력을 누릴 대로 누리고 '호남 민심'으로 그들의 행위를 세탁하려고 하며, 이른바 '단물만 쭉 빨아먹고' 이젠 자기 이익 찾아 떠나고 있다는 것이다.

중앙언론에 기웃거리면서 눈만 뜨면 '호남 민심'을 얘기하는 호남 의원들은 야권 재편을 국민의 편에서(또, 호남인의 편에서도) 제대로 주도하는 정치적 역량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제발 '호남 민심'을 팔지 마시라. DJ 이후 리더십 부재를 보여주고 있는 호남 정치권의 현실을 보라. 야권에서 유력한 대선주자급들이 모두 PK출신 아닌가?

여러 지표들은 우리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민생경제는 어려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 탓 크다. 그렇다고 야당 탓이 작다고?  같이 크다. 전남시민단체연대회의 전 대표인 한창진(60)씨 역시 지역구 의원의 행태부터 지적한다.

"제1야당의 최고위원이었던 주승용 의원이 나서서 불출마와 정계은퇴를 선언해야 한다. 지금까지 탈당과 사퇴 번복에도 도의원, 군수, 시장, 3선 의원, 도지사 2회 경선 출마를 만들어준 여수시민을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아야 한다."

야당 중진 주승용 의원은 책임질 만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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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승용 의원 ⓒ 남소연


호남은 그들의 편이 아니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작금의 야당 현실. '호남 민심'으로 키우고 성장시켜온 야당이다. 그 심(心)으로 두 번의 정권을 잡아본 정당이다. 그런데 지금 지리멸렬하고 있다. 분열된 야권으로는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호남 민심'이다. '호남 민심'의 복원을 원한다.

전 여수지역사회연구소 소장 주철희 박사(49, 역사학자, <불량국민들> 저자)는 "획일화로 몰아가는 현 정권에 대한 야당다운 야당"을 원한다고 말한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서 문재인 대표에게는 "2016년 총선에서 패배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진심으로 국민을 위한 야당이라면 2017년 대선에서는 위대한 국민의 감동 드라마"를 만들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하지만 "자기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몸부림에 야당은 안주하였고, 그들만의 드라마로 국민들을 실망시켰다"며 국민 편에 서 달라고 거듭 당부한다.

"국민은 (야당을 탈당하는) 그들의 편이 아니다. 특히, 호남은 더욱이 그들의 편이 아니다. 호남 민심은 시대 정신이다."
#호남민심 #주승용 #주철희 #한창진 #문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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