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청문회, 밝혀진 게 없다는 주장은 잘못"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02] 세월호 특조위 비상임위원 장완익 변호사

등록 2015.12.31 17:55수정 2015.12.31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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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완익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비상임위원이 지난 14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서울 YWCA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 참석해 "해경이 현장 출동 구조에 최선을 다 했다면 구조할 수 있었을 것이다"며 해경의 초기 구조구난 대응의 적정성을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 14~16일까지 3일간 서울 YWCA 대강당에서는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 특조위)의 첫 청문회가 열렸다. 이번 청문회에서는 주로 참사 당시 해경 구조의 적절성 문제에 대해 다뤄졌고, 증인으로는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이 출석했다.

하지만 여당 측 특조위원 전원은 청문회 참여를 거부했고 청문회에 출석한 증인들은 하나같이 '기억이 안 난다'거나 '모르겠다' 등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했다.

그런가 하면 지상파 방송과 종편은 생중계를 하지 않는 등 세월호 청문회를 외면했고, 그나마 했던 보도도 단신 수준에 그쳤다. 청문위원들은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았을지 궁금했다. 세월호 특조위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는 법무법인 해마루의 장완익 변호사를 지난 28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해마루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장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준비할 시간이 없던 상황에서 시작한 청문회

장완익 변호사 ⓒ 이영광


-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3일간 명동 YWCA에서 세월호 특조위의 첫 청문회가 열렸어요.
"저희 위원회가 7월 말에는 별정직과 파견 직원이 새로 들어와서 한 달 교육을 했어요. 그리고 9월 14일부터는 조사 신청을 받았어요. 그러면 신청받은 것에 대해 60일 이내에 각하나 조사개시 결정 등 요구에 답변해야 합니다. 조사 신청이 들어오면 왜 이런 신청을 했는지 확인도 한 후 간단한 조사를 거친 뒤 전원 위원회에 안건을 올려야 합니다. 그래서 직원들은 11월까지 신청한 것에 대해 조사개시를 결정하는 일에 다 매달린 상태였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올해가 가기 전에 청문회 한번은 해야 하는 것 아니냐'란 의견이 나왔죠. 그런데 준비가 안 된 상태였어요. 조사관들이 업무에 치이는데 청문회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고, 특조위원들도 관련 기록을 봐야 하는데 기록이 늦게 왔어요. 그것도 감사원의 경우는 저희가 직접 가서 봐야 하고 검찰 기록은 외장 하드에 넣어줬는데 그것도 PDF파일이라서 검색이 안 돼요. 그 상태에서 수천 페이지를 본다는 건 힘들죠.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청문회 하는 과정에서 저희가 배울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많은 조사를 바탕으로 시작한 게 아닙니다.

국회에선 청문회 많이 했죠. 하지만 다른 정부조직에선 청문회가 없습니다. 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청문회를 강력한 조사방법의 하나로 생각했고 그걸 달라고 하니 국회 고유권한이라 줄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았죠. 그럼에도 유족들이 요구한 기소권 대신 받을 수 있었던 게 청문회와 특검을 두 번 요청할 수 있는 권한입니다.


국회는 나름대로 노하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희는 전혀 없어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어떤 식으로 청문회를 진행해야 좋을지, 절차부터 모두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거죠. 그래서 국회에 청문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빌려달라고 요청했어요. 거기서 청문회를 하면 국회와 유사하게 청문회를 할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여러 가지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안 돼서 특조위와 가까운 YWCA 대강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고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르는 거죠."

- 어려움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형식의 청문회를 저희가 만들어내야 하는 것, 그리고 '조사가 안 된 상황'이라는 두 가지 어려움이 겹친 거죠. 그리고 국회 청문회만 보니 잘못 이해하시는 분이 많은데 저희는 조사 과정의 출발점으로 청문회를 했는데, 대부분 보신 분은 청문회를 조사의 종착점으로 여기시는 것 같아요. 청문회에서 밝혀야 하는데 못 밝히면 더 이상 저희 위원회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보신 거죠.

국회청문회는 일회성으로 지나가면 끝이죠. 안 나오려고 증인도 많고 증인을 선정하는 과정부터 여야가 대립해서 꼭 출석해야 할 사람이 빠지는 경우도 많았어요. 세월호 국정조사에서도 청문회를 하기로 했는데 청문회 자체가 무산되었거든요. 증인 몇 사람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예요. 기관 보고받는 수준으로 끝났죠.

그러나 저희는 다른 게, 청문회는 조사 방법의 하나일 뿐이거든요. 저희 주된 업무는 청문회가 아니라 매일 조사하는 것이죠. 청문회에서 증인이 답변 거부한 것 또는 위증한 것이 많았는데 만약 국회라면 그냥 지나가지만 저희 위원회는 계속 조사합니다."

- 그렇다면 이번 청문회를 어떻게 평가하세요?
"그럼에도 저희는 미흡한 게 많았죠. 예를 들어 시간 배분 문제에서요. 각 위원이 심문하고 답변 듣는 과정을 국회와 다른 방식으로 했죠. 처음엔 국회와 유사한 방식으로 하려고 했어요. 그런데 국회는 상임위원들만 질문을 하는데, 저희는 3개의 소위원회가 다루고 있는 각각의 주제들이 있었고 그 주제들에 대해서는 해당 소위 위원들이 먼저 심문을 해요. 그 이후에 다른 소위의 위원들이 궁금한 걸 질의하는 것이죠.

그런데 문제가 생긴 게 새누리당 추천 위원이 다 불참했잖아요. 진상소위원회에 새누리당 추천 위원이 3명인데 다 불참하니까 나머지로만 해야 하는 거죠. 다른 소위원회도 마찬가지예요(전체 특조위원 17명 중 여당 추천 위원 5명이 전원 불참했다). 그래서 위원별로 부담이 가중된 부분도 있고 그러다 보니 시간 배분을 기계적 배분이 아니라, 물을 수 있는 것에 맞게 변형할 수밖에 없었어요.

질문 시간도 길었죠. 시간 제약을 두면 소화를 못할 정도로 분량이 많았어요. 좋게 보면 기계적으로 묻고 답하는 거와 다른 게 국회보다 효율적으로 물을 수 있었던 거죠. 하지만 어떤 쪽에서는 정해진 약속이 있었는데 그것과 완전 별개가 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어요. 그래서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계속하는 게 맞는지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청문회는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

- 청문회 성과는 뭐라고 보세요?
"청문회를 진행하며 조사관들이 기록을 많이 본 것 같아요. 그리고 거기서 의심나는 부분은 조금 더 조사하려고 했죠. 그러면서 조사관 스스로 뭘 해야 할지에 대해 파악된 것, 그게 가장 큰 성과죠. 조사관들이 조사신청을 받아서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자기가 하려는 것에 대해 나름대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아닌가 생각해요. 위원들도 마찬가지죠. 직원들과 위원들 사이가 많이 좁혀졌고 분명한 목표가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인터넷에서만 생중계해서 얼마나 보셨을지 모르지만, 사흘간의 청문회를 보셨다면 작년 참사 발생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조사 과정을 종합해서 보여 드린 거라고 생각하죠. 그럼 더 밝혀야 할 게 무엇인지, 지원할 부분이 어디인지 아셨을 거예요. 물론 보신 분들은 답답하고 속 터진 부분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걸 보여드린 거예요. 저희가 앞으로 할 것을 조사가 안 된 상태에서 보여드리는 건 어불성설이죠. 

법원 재판은 아주 한정된 분들만 보셨잖아요. 저희는 증인을 한꺼번에 불러서 그 당시 어떤 역할을 했고,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에 대해 국민들 앞에 보여드렸어요. 국민들이 '왜 123정장만 처벌받는지'와 같은 궁금증이 생긴 것도 성과겠죠. 증인들 중 불성실한 사람도 많았지만, 한자리에 불러서 그 사람들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자체가 의미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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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균 해양경찰청 청장과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청장,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 서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서울 YWCA에서 열린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해경 지휘부의 승객 구조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 청문회 역할이 뭐냐고 물으면 위원마다 다를 거예요. 국회는 수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어서 청문회 목적에 따라서 자료를 제출받는 반면, 저희는 세월호 조사위원회가 국회 외에서 처음으로 청문회를 하는데 뭘 보여드려야 할지 위원들 사이에서도 합의가 부족했죠."

- 청문회에 지상파와 종편 등 방송은 생중계하지 않았고 인터넷 언론에서만 중계한 것은 어떻게 보세요?
"방송사란 방송사는 모두 와서 이걸 어떤 식으로 쓰려고 하는지는 모르지만 찍긴 찍었어요. 그러나 방송을 안 했을 뿐이죠. 요청은 했지만 새누리당 추천 위원들이 여기 참여를 안 했기 때문에 방송하기 곤란하다고 해서 기대는 안 했어요. 그러나 어쨌든 모든 방송사가 다 와서 찍었으니 어디에 어떻게 쓰일지는 모르지만 쓰이긴 쓰인다는 거예요. 물론 악용될 수도 있죠. 이들은 중요성 측면에서는 충분히 인정하면서 방송은 못한 거죠."

- 언론보도는 어떻게 보셨어요?
"첫째는 충실한 보도가 별로 없었던 것 같고, 두 번째는 기자들도 국회 청문회와 똑같다고 생각하고 평가한 게 아닌가 해요. 국회 청문회처럼 이것을 끝으로 봐서, 그러면(이후에는) 더 이상 진상규명 못하는 게 아니냐는 평가가 많았어요. 하지만 언론이라면 "청문회에서 위증한 부분 밝히도록 조사를 하라"는 태도로 나왔어야죠. 그런데 "세월호 청문회에서 밝혀진 게 하나도 없다"는 식으로 기사가 나간 거예요. 청문회 답변 거부한 증인이 있다고 아무 성과 없이 끝났다는 건 잘못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 청문회 내용은 주로 구조에 대한 것이었는데요.
"진상규명 측면에서 보면 첫 번째는 침몰 원인, 두 번째는 구조에 실패한 이유, 세 번째는 언론보도 등에서 희생자들 명예훼손한 부분을 가지고 조사했어요. 이번엔 '두 번째'를 이야기했던 거죠.

구조와 관련해서는 두 개로 나눌 수 있어요. 하나는 선원들이고 하나는 해경이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있죠. 청문회 하기 전에 123정에 대한 재판이 대법원까지 확정됐죠. 이번에는 구조 잘못 중에서도 '해경의 잘못'만 물어본 것입니다. '구조 못한 것'에 대한 집중을 해보자는 것이었죠.

진상규명을 하려면 세월호 침몰 원인부터 밝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어요. 그 말이 맞긴 하지만, 침몰 원인으로 제기되는 게 과적 혹은 증축과정에서의 문제, 조타수의 잘못 등 다양하잖아요. 세월호가 인양돼봐야 침몰 원인을 알 수 있죠. 침몰원인에 대해서도 언젠가는 하겠죠. 그건 막연하게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이 아니라 가능하면 철저하게 책임을 추궁하는 쪽으로 갈 겁니다."

"'청문회 자료집' 나온다, 지켜봐 달라"

- 청문회에서 새롭게 밝혀진 게 있나요?
"보기에 따라 다르지만, 내부적으로 보면 밝혀진 게 없다고 봅니다. 예를 들어 해경청장이 123정장 기자회견을 지시한 것이 새롭게 밝혀진 거라고 하잖아요. 또 그밖에 몇 가지 언론에서 거론하신 게 있던데 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그러나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죠."

- 출석한 증인들의 태도가 문제였어요. 모른다거나 기억나지 않는다 등 불성실한 태도였어요.
"이 사람들이 조사를 많이 받았어요. 감사원과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부터 자기들 답변이 정해져 있었어요. 이번에도 그 답변에서 벗어나지 않은 수준이라고 봅니다. 왜냐면 사람들이 조사하러 들어가면, 받고 나서 보고를 합니다. 그 과정에서 해경의 논리를 만들어요. 자기들에게 불리한 부분에 대해서는 거짓말하는 것보다는 모른다거나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거죠. 그래야 위증죄가 안 걸리니까요."

- 청문회 참고인으로 출석했던 고 정동수군의 아버지인 정성욱씨가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공개해서 주위를 안타깝게 했는데요.
"아버지로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겠죠. 그럼에도 그 사진을 보여준 건 위원에 대해 그만큼 저희에게 기대를 하시고, 마음 다잡으란 의미로 보여주신 것 같아요. 아직 저희가 그 기대에 부응하진 못했지만 그 마음을 알고 더 열심히 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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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 사흘째인 지난 1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 YWCA에서 열린 청문회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동수 학생의 아버지 정성욱씨가 참고인으로 출석해 목포해양경찰청으로부터 건네받은 아들의 수습 당시 찍은 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 유성호


- 마지막으로 <오마이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합니다.
"사흘간 청문회 기록을 위원회가 정리할 거예요. 방송도 보시고 기록도 보세요. 방송으로 본 것과 다르게 관련 자료를 충실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좋은 청문회 자료집이 나올 겁니다. 청문회가 앞으로의 조사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위원회가 내는 첫 번째 자료집에서 보시면 됩니다."
#장완익 #세월호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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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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