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꼭 되짚어 읽어야 할 칼럼 두 편

"돈 조금 줄테니 저 소녀상 좀 치워라"

등록 2015.12.31 16:16수정 2015.12.3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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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한 해의 마지막 날이다. 해가 바뀌어도 꼭 기억해야 할 섬뜩한 두 편의 칼럼을 소개한다.

하나는 31일 자 <경향신문> '경제와 세상'에 실린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 교수의 칼럼이다.

그는 최근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핵심은 미안하다고 '창조적'으로 말하고 돈도 조금 줄 테니, 앞으로 다시는 입도 뻥끗하지 말아라. 그리고 꼴 보기 싫은 저 소녀상 좀 치워라"가 아니냐며 일갈한다.

"'위안부 합의', 50년 전 한일협정과 소름이 끼칠 정도로 똑같다"

<경향신문> 칼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앞부분 ⓒ 경향신문 갈무리


그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모습은 지금부터 정확히 50년 전인 1965년 대일 청구권 자금을 둘러싼 한일협정과 소름이 끼칠 정도로 똑같다"고 말한다. 한국 정부가 "무상원조 3억 달러, 유상 차관 2억 달러(민간 차관 3억 달러 별도)를 일본 정부로부터 받는 조건으로 모든 문제 제기를 포기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는 "징용 근로자가 배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일본으로 넘어간 문화재를 반환받지 못하는 이유도, 그리고 위안부가 배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근거한다"며 "이번 위안부 협상은 과거의 이 잘못을 바로잡을 천재일우의 기회였는데, 우리 정부는 또다시 돈 몇 푼에 국격과 진실과 양심을 팔아넘겼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피와 눈물과 땀의 대가인 대일 청구권 자금 5억 달러를 가장 많이 받은 곳이 바로 외환은행"이라며 "외환은행은 론스타라는 산업자본에 불법적으로 팔아먹고, 그 잘못을 덮기 위해 수조 원의 이익을 주고 론스타를 탈출시키지 않았는가"라고 탄식했다. 이어 "'이제는 론스타를 떠나보낼 때'라고 나팔 불던 사람들은 '이제는 소녀상을 떠나보낼 때'라는 새로운 나팔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불법의 증거인 외환은행을 하나은행과 합병시켜 역사에서 그 이름을 지워버리듯이, 침략의 상징인 소녀상을 하루빨리 철거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고 평했다.

특히 그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인 주형환 후보자에 대해 "외환은행을 불법적으로 론스타에 팔아넘기기로 사실상 확정했던 2003년 7월 15일의 소위 '10인 비밀대책회의'에 청와대 행정관 자격으로 참석했다"며 "국민 앞에 자초지종을 소상하게 고하고 장관 후보자직을 사퇴해야 마땅하다"고 밝히고 있다.

한·일 위안부 합의는 50년 전 국격과 양심을 팔아넘긴 한일협정과 빼닮았고, 외환은행과 론스타와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다시 론스타는 주형환 산자부 장관 후보자, 나아가 소녀상과 연계돼 있다고 밝히고 있다.

꼬챙이에 음식물을 꿰듯 역사의 궤적을 일목요연하게 묶어낸 통찰이 돋보이는 칼럼이다.

박정희, 왜 A급 전범 기시 노부스케에게 훈장 달아 줬나

<한국일보> 칼럼 '훈장과 국격' ⓒ 한국일보 갈무리


또 하나의 칼럼은 지난달 25일 자 <한국일보>에 실린 이동준 일본 기타큐슈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의 '훈장과 국격'이다. 이 칼럼은 박정희 정권에 대한 평가가 담긴 KBS 프로그램 '훈장 2부작'이 불방되고 있는 문제를 짚었다.

그는 "KBS가 자사 탐사보도팀이 힘겹게 만든 다큐멘터리 '훈장'을 몇 달째 방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며 "짐작하건대 다큐멘터리 '훈장'은 과거 정부, 특히 박정희 정권이 국가가 아니라 오로지 정권에 충성한 인사들에게 부적절하게 훈장을 달아준 사실을 까발렸을 터이고, 이것이 지금 정권의 역린을 건드렸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수신료를 받고 있고 이마저 더 올려 달라는 방송사가 공공성을 상실한 채 정권 입맛에 놀아나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한민국 훈장사(勳章史)에는 여전히 구린내가 진동한다"며 "특히 박정희 정권 18년간 무고한 국민을 잡아 고문해 간첩으로 둔갑시킨 공안조작 사건의 실행자들에게 국가안보에 기여했다며 훈장을 달아줬다"고 밝혔다.

칼럼은 또 "박정희 정권 시절 무더기로 일본의 우익 인사들에게 훈장을 준 사실은 너무나도 유명하다"며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조부이자 A급 전범인 기시 노부스케는 1970년 8월 상훈법에 따라 '국권의 신장 및 우방과의 친선에 공헌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한다'는 수교훈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일제 식민지 때 이른바 '황도(皇道)' 사상을 부르짖으면서 각종 전쟁 이권을 챙기고 전후에는 암흑 조직의 거간꾼으로 맹활약한 고다마 요시오도 이 훈장을 받았다"며 "일본에서조차 '검은' 인물로 치부되는 인사들을 한국 정부는 왜 영웅으로 받들어 모신 것일까"고 묻고 있다.

그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한 것은 교과서 국정화를 통한 국가 미화(美化)가 아니다"며 "역대 정권들이 국가를 팔아 잘못 수여한 훈장은 당연히 다시 거둬들여야 하고 그 출발은 다큐멘터리 '훈장'을 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KBS 프로그램 '훈장'이 불방되고 있는 2015년 현실을 보고 정권의 이해관계에 의해 '거래'된 구린내 나는 훈장과 특히 일본 우익에게 훈장을 달아준 낯부끄러운 과거를 불러냈다. 나아가 훈장은 교과서 국정화와 공공성을 상실한 수신료 받는 KBS라는 불편한 현실과 맞닿아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두 개의 칼럼은 박정희 시대를 넘어 박근혜 대통령과 연계돼 있다. 해가 바뀌는 내년에도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수요집회가 열릴 예정이다.
#칼럼 #소녀상 #수요시위 #박정희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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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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