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할머니 만난 문재인 "끝까지 책임지겠다"

"내 할머니라면 이렇게 했겠나" 할머니들 울분, 여당은 외통위 소집조차 거부

등록 2015.12.31 17:19수정 2015.12.31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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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방문한 문재인 대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을 방문해 피해자 할머니의 흉상을 바라보고 있다. 문 대표는 이번 협상에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과 그에 기초한 사과 및 배상 문제 등이 빠진 점에 유감을 표하고 할머니들을 위로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반드시 할머니들 명예가 회복되도록, 그리고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서 더 이상 무시당하지 않는 나라가 되도록 끝까지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31일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의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나 제대로 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약속했다. 또 "이번 합의는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라며 "어떻게 이런 합의를 용납할 수 있겠나"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대국민담화를 통해 "정부가 마치 잘못 협상한 것처럼 여론을 조성하는 것은 얼마 남지 않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합의 수용을 요구했던 것을 일축한 셈이다. (관련 기사 :박 대통령 "유언비어, 위안부 문제 또 다른 상처 낳아")

"내 할머니, 내 엄마라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남의 일처럼 끝났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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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표, 새해 앞두고 나눔의집 방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을 방문해 할머니들에게 허리숙여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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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나눔의집 방문해 '큰절'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큰절을 올리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문 대표는 이날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해야 진상규명·책임자 처벌도, 그 다음에 진심어린 사죄도 되는 것이고 공식적인 배상도 되는 것"이라며 "그래야 우리 할머니들 명예도 회복되고 국제사회에 다시는 이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확실한 약속도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일본이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도의적인 책임 이렇게 립서비스만 했고 총리 사과를 대독으로 하지 않았나"라며 합의의 문제점을 짚었다. 또 "일본이 10억 엔을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인 배상금으로 내놓은 거라면 받을 수 있지만 위로금조인데다 그것마저도 소녀상(위안부 소녀상 평화비)을 철거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놓겠다는 것 아니냐"라며 "어떻게 (그것을) 우리가 받을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자신이 이날 제안했던 재단 설립 비용 모금운동도 설명했다. 문 대표는 "우리는 오늘 그 합의가 다 무효다, 그 돈도 받을 수 없다, 그리고 우리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재단을 일본 돈이 아닌 우리 돈으로 설립하자고 제안했다"라며 "국내외에 뜻을 같이 하는 양심적인 분들이 많이 있다, 그 분들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이 일본의 법적책임을 묻고 공식적인 사죄와 배상을 꼭 받아내겠다"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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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 위로하는 문재인 대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을 방문해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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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의집 할머니 발언에 귀기울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소속 의원들이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 나눔의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피해 할머니들도 울분을 토해내며 "힘이 되어달라"라고 호소했다. 강일출(87) 할머니는 "정부에서도 이 문제를 수월하게 보는 거여, 불바다를 만들어놓고 갔는데 우리에게 말도 안 하고 그렇게 할거야"라고 지적했다. 또 "말 못하는 아픔이 내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라며 "똑바로 지키려는 것 감사하고 우리가 힘을 더 많이 실어줘야겠다"라고 말했다.

유희남(87) 할머니는 "나이도 많고 죽을 날 가까워져 오니깐 이 정부에서 잘 해주시겠지 하고 믿고 있었는데 요즘 실망해서 밥을 못 먹는다"라며 "너무 분하고, 부끄럽고, 우리가 잘못해서 이랬나"라고 반문했다.

유 할머니는 특히 "넘(남)의 할머니가 아니라 내 할머니, 내 엄마라고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무관심하고 넘의 일처럼 그렇게 끝나고 말았겠나"라며 일방적으로 소외됐던 협상 과정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또 "이대로 넘어가면 진짜 우리나라 무시받는다, 얘(일본)들이 얼마나 우리를 무시하고 있나"라며 "우리가 늙어서 병들고 우습지만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과 오해는 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어떻게 하는지 다 알고 있으니 힘 좀 많이 써주시라"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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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 할머니 껴안은 문재인 대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인사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이옥선(88) 할머니는 "일본에서 할머니들 죽기 기다리니깐 우리 정부도 할머니들 다 죽길 기다린다고 생각한다"라며 "결국은 우리를 속였잖아, 우리 할머니들은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 거야"라고 질타했다.

"박 대통령, 대국민담화로 할머니들의 삶 잔인하게 모욕했다"

한편, 야당은 이번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의 문제점을 끝까지 따져나가겠단 입장이다. 특히 야당은 이날 "사실과 다른 유언비어가 난무하고 있다"라며 이번 합의를 수용할 것을 요구한 박 대통령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은혜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청와대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사실상 재협상을 거부했다"라며 "정말 오만한 대통령, 몰염치한 정부"라고 질타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분명하게 확인시켜줬을 뿐만 아니라 국민과 피해 할머니들을 모독하는 것"이라며 "일본에 면죄부를 주는 합의를 해놓고 이것을 수용하지 않으면 원점 회귀 운운하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특히 합의 불수용이 얼마 남지 않은 피해 할머니들의 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뻔뻔한 주장은 피눈물 속에 살아오신 피해 할머니들의 삶을 정말 잔인하게 모욕하는 것"이라며 "박 대통령은 대승적 견지에서 합의를 이해해달라고 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대승적이라는 것인지, 대통령의 치적이 필요하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도 "이번 한일 굴욕협상은 단순한 외교적 변명으로 넘어갈 일도, 엎어진 물이라고 생각하며 대충 여론전을 호도할 일도 아니다"라며 "지금 당장 대통령과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할머니들에 대한 사죄와 대국민 사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통령과 정부가 스스로 나서지 않는다면 청문회 밖에 없다"라며 "청문회장에서 이 정부의 부끄러운 민낯이 속속 드러나기 전에 박근혜 정부는 먼저 국민들에게 잘못된 것을 소상히 밝히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그런 일 하나로 상임위 못 연다'고 한다"

새누리당은 "그동안 있었던 어떤 합의보다 잘 된 합의"라고 정부를 감싸고 있다(관련 기사 : 새누리당 "위안부 합의, 역대 어느 정부도 못한 성과"). 특히 야당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집 요구와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 요구도 거부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나 국회 본회의 긴급 현안질의를 열 것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라며 "당은 계속해서 요구하고, 상임위 차원의 진상규명,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 제출, 당 차원의 범국민 반대운동을 전개하면서 국제연대를 통한 반대도 구체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야당 간사인 심재권 의원 역시 "새누리당은 외통위 전체회의 개최 요구도  '그런 일 하나로는 상임위를 열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라며 "이번 합의의 전면 백지화와 함께 박 대통령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해 국민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위안부 합의 #나눔의 집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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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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