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은행을 구워먹으면서 풍요를 기원

시가현 가모군 히노초 야마모토 마을 산신제

등록 2016.01.04 11:46수정 2016.01.0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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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산신단이 있는 나무 안쪽을 청소해 놓은 모습과, 3일 산신제를 지내기 위해서 츠도와 제물을 펼쳐놓은 모습입니다. ⓒ 박현국


1월 1일과 3일 시가현 가모군 히노초 야마모토 마을에 다녀왔습니다. 이곳에서는 해마다 3일 마을 사람들이 모여서 산신제를 지냅니다. 시가현의 산신제는 대부분 농작물의 풍년을 기원하면서 지냅니다.


산신제를 지내는 마을마다 지내는 형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농작물의 풍년을 기원하고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목적은 거의 같습니다. 이곳 야마모토 마을은 40 가족이 살고 있는데 여섯 구로 나누어서 산신제를 운영합니다. 산신제를 담당한 구는 산신제를 지내는 날이 다가오면 산신단 부근을 청소하고, 장작을 만들어 놓고, 제물을 준비합니다. 

시가현 다른 마을처럼 이곳에서도 볏짚으로 만든 츠도를 준비해서 산신단에 놓고 산신제를 지냅니다. 산신단은 고목나무입니다. 고목나무에는 금줄이 둘러쳐져 있습니다. 나무 안쪽으로 파인 곳에 돌을 세워놓았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츠도를 돌 둘레에 놓고 산신제를 지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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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사람들이 마을회관에 모여서 제물을 앞세우고 산신제를 지내는 곳을 가는 모습과 산신단 앞에서 고개를 숙여 기원하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산신제에 참가하는 마을 사람들은 각 구별로 두 명이 참가하고, 산신제를 담당한 구에서 세 명이 산신제 진행을 돕습니다. 산신제 제관은 마을 이장이 담당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3일 오전 8시 무렵 마을 가운데 있는 마을 회관에 모입니다.

산신제에 참가할 사람들이 다 모이자 당번이 쟁반을 들고 산신당으로 향했습니다. 쟁반에는 술병과 쌀과 소금을 담은 접시가 놓여있습니다. 먼저 산신단에 쟁반을 놓고 산신단 부근에 마을 사람들이 둘러서서 머리를 숙여 기원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산신단 앞에 피워놓은 장작불 앞에서 음복을 했습니다. 음복은 쟁반에 놓인 술을 참가한 마을 사람들이 나누어서 마시고 쌀과 소금을 조금씩 먹는 것입니다.

음복이 끝나고 장작불이 꺼지자 마을 사람들은 마을 가운데 있는 마을 회관으로 갔습니다. 마을 회관에는 마을 사람들이 정어리와 밤과 은행을 구워놓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을사람들은 접시에 곶감 두 개, 밤 한 알, 은행 두알 씩을 담아서 먹었습니다. 이 때 술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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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신제를 끝내고 술을 마시면서 음복하는 모습과 산신단 앞에서 불을 피워 둘레에 서있는 모습입니다. ⓒ 박현국


이곳 야마모토 마을에서는 예로부터 산신제를 지낸 다음 이렇게 곶감과 밤과 은행과 정어리를 구워서 먹었다고 합니다. 이런 것들을 먹는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해 동안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는 뜻에서 먹는다고 합니다.

시가현에서 산신제를 지내는 마을이 많습니다. 다만 야마모토 마을처럼 은행과 밤을 구워서 먹는 것은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아마도 은행이나 밤이 둥근 모양을 지녔기 때문에 남자의 고환을 상징하여 풍요를 기원하는 뜻에서 먹는 것 같습니다.

시가현에서 산신제는 지내는 마을은 100여 곳이 넘습니다. 거의 대부분 정월 초 휴가 기간 동안 지내기 때문에 한꺼번에 다 볼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해마다 가능한 한 여러 곳을 보려고 합니다. 보면 볼수록 비슷한 점도 있지만 생소한 것도 볼 수 있어서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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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서는 산신제를 끝내고 마을 사람들이 은행과 밤과 정어리를 구워서 먹습니다. 특히 밤과 은행을 구워서 먹는 것은 독특합니다. ⓒ 박현국


<참고문헌> 시가현의 자연신앙, 시가현교육위원회, 2007.
참고 누리집> 시가현 히노초 관광협회, http://www.biwa.ne.jp/~hino-to/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산신제 #히노초 야마모토 마을 #시가현 #츠도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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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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