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수만 약 100만 자, 대단하다

21세기 한국사경 정예작가 9인 초대 개인전 열려

등록 2016.01.07 21:49수정 2016.01.08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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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벽두에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인사동 한국미술관이 주최하고, 한국전통사경연구원이 주관하여 1월 7일부터 1월 12일까지 열리는 <21세기 한국사경 정예작가 9인 초대 개인전>이 그것이다.

이 전시가 큰 의미를 지니는 이유는 한국사경의 진수를 보여준다는 점, 한자리에서 9인 9색 사경의 매력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 이처럼 대규모 사경 개인전이 한꺼번에 열린 적이 없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이 전시를 반드시 관전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9인의 작가 모두가 평균적으로 지난 5년 이상 일로매진하여 사성한 작품들의 총합 전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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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애 作, 감지금니 대방광불화엄경, 권제삼십일 변상, 20×40cm ⓒ 강경애


전시 타이틀에 이번 전시가 지닌 의미를 제대로 짚어볼 수 있는 힌트가 담겨 있다. 석가모니 부처에게는 각 분야별로 뛰어남을 보였던 10대 제자가 있었고, 보살들이 부처님의 성격별 특장(지혜-문수보살, 행원-보현보살, 자비-관음보살, 대원-지장보살 등)을 지니고 있듯이 이번 초대를 받은 9인의 사경수행자 모두 21세기 사경작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성격별 특별한 장점을 지닌 작가들이다.

아마도 이러한 대규모의 다양한 특장을 지닌 뛰어난 사경작품들이 한자리에서 9인의 초대 개인전으로 진행되는 일은 21세기에 다시 이루어지기 힘들 일이라고 생각한다.

초대 개인전을 갖는 아홉 분 모두 전통사경기능전승자인 외길 김경호 선생의 제자로 각 분야 특장을 지닌 최상의 작가들이다. 특히 전통사경에 대한 철저한 이론과 실기 학습을 지난 수년간에 걸쳐 수학한 정예작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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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림 作, 백지묵서 국역묘법연화경, 전7권 중 제1권, 절첩본, 32(23.8)×18(10.4)cm×46절면 ⓒ 김명림


사경은 경건한 몸과 마음으로 경전을 서사하는 일이다. 사경은 '법사리'로 일컬어진다. 부처님 진신사리와 동격인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때를 가리고 장소를 가려 몸과 마음을 청정히 한 후에 재료와 도구를 최상으로 선택 사용하여 사경수행에 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상의 사경작품'은 어떠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가. 크게 수행법으로서, 예술품으로서 최상의 사경 작품 특징과 조건을 구분한다.

먼저 수행법으로서 최상의 사경작품의 특징과 조건으로는 1) 지혜사경 : 심안과 혜안이 열려 일상의 지혜로 섭수하는 사경작품, 2) 선정(삼매)사경 : 고도의 집중을 통한 법열과 가피 속에서 사성한 사경작품, 3) 정진사경 : 목표를 정하고 오랜 기간 규칙적인 정진 끝에 사성한 사경작품, 4) 인욕사경 : 세상의 평판에 얽매이지 않고 순수한 신심으로 사성한 사경작품, 5) 지계사경 : 불교적인 수행법에 입각한 지극한 신심으로 사성한 사경작품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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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충모 作, 홍지은니 의상조사법성게, 28×43cm ⓒ 강충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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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영 作, 감지금니 문수최상승무생계법, 2013, 8..8×131cm ⓒ 조미영


다음으로 예술품으로서 최상의 사경작품의 특징과 조건으로는 1) 장엄경(금자경, 은자경) 사경 : 금과 은의 사용 기법이 뛰어난 초고밀도의 사경작품, 2) 기(氣, 우주와 사경수행자의 기운의 조화로운 합일)가 오롯이 담긴 사경작품, 3) 서예와 회화의 최상의 기법들이 원만히 조화를 이룬 사경작품, 4) 전통사경을 바탕으로 하되 답습에 그치지 않고 21세기 시대상을 담은 사경작품, 5) 학문적인 성과를 바탕으로 법고창신의 정신을 담아 창작한 사경작품, 6) 전통사경에 입각하여 타 장르의 장점을 적극 수용, 발전시킨 사경작품, 7) 사경작품에 사경의 근본정신이 부여되어 처음부터 끝까지 순일한 사경작품이어야 한다. 이상 12가지 요소가 한 작품에 모두 담겼을 때 최상의 사경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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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애 作, 부부의 도리, 베드로 전서 3장, 백지채색, 38×43cm ⓒ 김영애


이번 초대 개인전을 갖는 아홉 분의 작가 모두 몇 가지 요소의 장점들을 함께 지닌 작가들이긴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분류에 따라 9인 작가들의 최대의 특장에 따라 구분 대입하여 살펴볼 수 있겠다. 외길 김경호 선생은 개인전에 출품하는 대표작들을 통해 살펴보면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겠다고 전하였다.

강경애 작가는 "天·地·人의 기(氣)를 오롯이 담은 사경작품(사경작품 봉안한 불상이 방광)"이며, 강충모 작가는 "철저한 이론 학습에 기초, 시종일관 정진을 거듭하여 사성한 사경작품"이다. 김명림 작가는 "고도의 집중을 통한 법열과 불보살의 가피, 서원 속에서 사성한 사경작품"이며, 김영애 작가는 "(성경사경) 전통사경을 바탕으로 성경사경을 재해석한 초유의 사경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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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유지 作, 국역 묘법연화경, 전7권 중 권제1, 백지묵서, 37×70cm ⓒ 허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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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경남 作, 수월관음도. 견본채색, 103×68cm ⓒ 윤경남


박경빈 작가는 "붓끝 0.1mm에 집중을 거듭하여 시종일관 순일하게 사성한 사경작품"이며, 박계준 작가는 "세상 평판에 얽매이지 않고 오롯이 신심과 발원을 담아 사성한 사경작품"이다.

윤경남 작가는 "전통사경의 바탕 위에 공필기법을 도입하고 21세기 시대상을 담은 사경작품"이며, 조미영 작가는 "학문적인 성과(서예학박사)를 바탕으로 법고창신의 세계를 담은 사경작품"이고, 허유지 작가는 "서예와 회화의 기법이 원만한 조화를 이루고 민화기법을 도입한 사경작품"이다.

이러한 최상의 사경작품이 지녀야 하는 불교수행법과 예술작품으로서의 모든 요소가 이번 초대 개인전에 출품하는 9인의 작가들의 사경작품에 구현되어 있다고 하겠다. 그러한 까닭에 이번 초대 개인전은 아주 특별히 기획된 전시인 것이다.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은 모두 전통사경에 대한 심도 있는 이론과 형식과 양식 및 기법의 학습에 바탕을 두고 법고창신 하고자 지난 수년 동안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사성한 작품들이다.

아홉 분의 작품을 모두 합하면 약 350점으로, 각기 다른 장정양식과 재료, 바탕지, 주제, 장르의 작품을 하여 장엄한 사경 작품전시를 펼쳐보일 것이다.

장정양식은 전통사경의 모든 최상의 장정양식(권자본, 절첩본, 선장본)이 총망라되었고, 여기에 전통의 병풍과 가리개 및 서첩 및 화첩 등의 장정양식도 망라되었다. 또한 현대적인 액자, 족자 등의 장정양식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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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계준 作, 관세음보살42수진언, 절첩본, 백지묵서, 33×23.5cm×46쪽 ⓒ 이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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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빈 作, 묘법연화경 보탑도, 백지묵서, 200×70cm, 69384字, 글자 크기 2mm 내외 ⓒ 박경빈


작품 재료는 전통재료와 현대재료로 나뉘는데, 금니, 은니, 먹, 주묵, 경면주사, 채색화 물감 등이 사용되었다. 바탕지는 백지, 감지, 홍지, 자지(자색지), 상지(갈색지), 황지, 흑지, 비단 등 망라되었다.

아홉 분의 작품 주제는 불경사경, 게송, 조사어록, 명언명구, 성경사경 등 전통사경 영역을 확장시켜 보여줄 것이다. 장르로 구분하여 보면, 서예(한문, 한글), 불화, 성화(기독교), 민화, 전통문양 등이 결합되어 있다.

이번 전시작 350여 점의 총 글자수만 해도 약 100만 자에 이르니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작품을 제대로 보여주기 위하여 디스플레이에도 공을 들였다. 일주일의 전시기간 중에 1월 6일은 아예 디스플레이를 하는 시간으로 하루를 비워두었을 정도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월간 서예문인화> 2016년 1월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전시 #사경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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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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