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방울의 물... 가득찬 그릇은 넘치기 마련이다

당뇨병에 대한 새로운 이해

등록 2016.01.08 16:55수정 2016.01.08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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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병원에서


오늘 아침 공복혈당치는 111㎎/㎗로 정상이다. 20여 년 당뇨병을 앓고 있는 나에겐 상당한 댓가를 치르고 얻은 결과다.

2007년 당뇨합병증으로 뇌졸중을 앓았지만 그 후 그런대로 혈당관리를 하여 작년에는 히말라야 트레킹도 다녀올 수 있었다. 최근 공복혈당치가 고공행진하는 상태가 한 달 가까이 길어졌다. 집사람이 먹는약으로 당뇨병을 다스리는 때가 지난 것 같으니 전문의 소견을 듣고 인슐린을 투여해야 할 것 같다면서 대학병원 진료를 권했다.

2015년 12월 23일 대학병원에서 오전에 채혈하고 오후에 진료를 받았다. 주치의는 아직까지 별다른 합병증 징후는 없으나 당화혈색소가 8.7%(평균혈당치210㎎/㎗)로 높기 때문에 머지않아 당뇨합병증이발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다음 진료 때에는 인슐린분비기능검사 결과를 알 수 있기때문에 그때 구체적인 혈당관리 방향을 결정하겠지만, 우선 혈당을 내리는 것이 급하니 먹는 당뇨약을 강하게 쓰겠다고 했다. 아O릴정 4㎎과 트O젠타듀오정 2.5/1000(1일 2회, 1회 1정)를 2주간 처방했다. 아O릴정 8㎎과트라젠타듀오정(트O젠타®5㎎ + 메O포르민2000㎎)를 같이 복용하는 것은 먹는 약 치료의 마지막 단계다. 인슐린 직접 투여의 바로 전 단계로 췌장의 인슐린 분비기능이 거의 마비된 상태를 예상한 처방이다.

처방약을 복용하고 3~4시간 지나면 심한 저혈당 증상이 왔다. 혈당 수치가 80㎎/㎗ 이하로 떨어지면 심한 공복감과 몸이 나른 해지면서 몸을 움직이기 어려워지고 매우 긴박한 느낌이 갑자기 엄습한다. 처음 몇번은 당뇨약 효과가 좋다는 정도로 생각하고 처방대로 복용했지만 저혈당 증상이 잦아지자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 진료 예약일인 2016년 1월 6일까지는 주치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저혈당 부작용이 보고된 아O릴정 복용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저혈당증세는 반감되고 혈당관리는 오히려 더 잘 되었다. 며칠 후 또 저혈당 증세가 느껴져 아O릴정을 빼고 트O젠타듀오정 만 복용했지만 만족할 만한 혈당값을 유지했다. 

인슐린 저항성

대학병원의 처방약을 복용하기 전에는 공복 혈당이 160㎎/㎗정도에 머물러 당뇨합병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요즈음은 아O릴정을 복용하지않고 트O젠타듀오정 만으로도 혈당관리가 잘되는 편이다.

9월부터 다시 시작한 사랑채건축의 바쁜 일정에 밀려 하지 못하고있던 108배, 단전호흡, 걷기를 다시 시작했던 것과 먹는 량을 줄이고 식사시간을 30분 정도로늘려 잘 씹어 먹었던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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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흥정 앞에서 걷기 시작점인 운흥정이다. 매일 집사람과 헤리와 같이 운흥정에서 출발하여 구만지까지 8km거리를 걷는다 ⓒ 정부흥


점심식사 후에 걷는 길은 이순신 장군의 남도 백의종군로구간이다. 우리 동네에 있는 운흥정(전라남도 문화재자료 제35호)에서 출발하여 서시천따라 구만지를 다녀오는 코스다.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섬진강에 이르는 샛강 서시천변에는 갈대가 우거져 하천 따라 오르내리는 두루미들과 무리 지어나르는 오리 때의 군무를 보면서 걷다 보면 구만 저수지에 이르고, 되돌아오는 길에 가끔 보는 갈대 숲속의 고라니 뛰는 모습은 아주 특별한 별미다.

히말라야 트레킹을 떠나기 전에 매일 정해진 훈련을 했고 그 결과 당화혈색소는 건강한 사람들과 같은 6%대를 유지했다. 트레킹을 다녀온 후 마음이 해이해져 규칙적인 운동과 절제된 식사를 하지 못하던 것이 공복혈당값을 올리고 결국 당화혈색소를 8.7%까지올려놓은 것이다.

이러한 몸의 변화를 자료로 만들어 다음 진료 때 주치의에알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매일 4~6회 혈당측정 결과를 적고, 높으면높게 된 원인, 낮으면 낮게 된 원인을 적으면서 당뇨병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하게 됐다.

선천적으로 인술린 분비가 안되는 제1형 당뇨병과 달리 제2형 당뇨병은 췌장이 인슐린을 정상적으로 분비하지만, 인슐린이 혈액에 녹아있는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들어가 연소되어 에너지가 되도록 세포막을 열어주는 일을 못하도록방해하는 인슐린저항성 때문에 발병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췌장의 인슐린 분비기능이 약해서 당뇨병이 발병한 경우보다 어떤 이유로든 인슐린저항성을 갖는 항체가 생겨 당뇨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인슐린저항성은 적당한 운동과 식이요법으로 경감시킬 수 있다.

대부분의 경구용 당뇨약 췌장의 베타세포를 자극하여 인슐린 분비량을 늘리며, 동시에 간의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혈당을 낮추는 것으로 알고있다. 만일 인슐린 분비량이 충분하다면 경구용 당뇨약은 일을 잘하고 있는 췌장에 채찍을 가하는 격이 되어 췌장의 인슐린분비기능을 못쓰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돌리게 되는 것이다.

나의 당뇨병 치료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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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뇨수첩 진료 때 주치의 진단을 돕기위해 만든 당뇨수첩 ⓒ 정부흥


1월 6일 진료 때 주치의는 나의 췌장의 인슐린 분비 기능은 아직까지 정상이다고 알려줬다. 그러나 높아진 혈당이 문제이기 때문에 인슐린저항성을 약화시키며 혈당을 낮추는 효과가 있는 트O젠타듀오정만 한 달간 더 복용해보고 추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겠단다.

아직까지 췌장의 인슐린 분비기능이 건재하다는 사실은 너무 반갑고 축하할 일이다.귀가길에 소머리국밥 한 그릇으로 집사람과 자축 잔치를 벌였다. 식후 혈당은 212㎎/㎗이고 7일 아침 공복 혈당은 134㎎/㎗이다.

물이 가득한 그릇은 한 울의 물도 넘치 듯 한 끼 외식도 내 몸에는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당뇨병 #당화혈색소 #인슐린저항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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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연구단지에 30년 동안 근무 후 은퇴하여 지리산골로 귀농한 전직 연구원입니다. 귀촌을 위해 은퇴시기를 중심으로 10년 전부터 준비했고, 은퇴하고 귀촌하여 2020년까지 귀촌생활의 정착을 위해 산전수전과 같이 딩굴었습니다. 이제 앞으로 10년 동안은 귀촌생활의 의미를 객관적인 견지에서 바라보며 그 느낌을 공유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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