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육성은 선배 하기 나름이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37] 삼천포

등록 2016.01.12 14:05수정 2016.07.26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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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서른넷 어느덧 벌써 30대 중반 나에겐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았던 30대 중반 미친 듯이 일만 하며 살아온 10년이 넘는 시간 남은 것 고작 500만 원 가치의 중고차 한 대 사자마자 폭락 중인 주식계좌에 500 아니 휴짓조각 될지도 모르지 대박 or 쪽박

2년 전 남들따라 가입한 비과세 통장 하나 넘쳐나서 별 의미도 없다는 1순위 청약통장 복리 좋대서 주워듣고 복리적금통장 몇% 더 벌려고 다 넣어둬 CMA통장 손가락 빨고 한 달 냅둬도 고작 담배 한 갑 살까 말까 한 CMA통장 이자 외국에 이민 가서 살고 있는 고등학교 동창 친구놈 가끔 연락이 와 자기는 노가다 한대 노가다해도 한국 대기업 댕기는 나보다 낫대 이런 우라질레이션 평생 일해도 못 사 내 집 한 채" - 자작곡 <응답하라! 30대여~> 노랫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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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기능요원 복무만료가 몇달 남지 않아 출하검사실에 새로 들어온 후배사원에게 업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 빤쭈


내가 산업기능요원으로 복부하던 그 시절, 현역으로 군대를 가면 2년 2개월을 복무해야 했다. 하지만 나는 현역으로 입대하지 않고 내가 보유하고 있던 '전자기기 기능사' 자격증을 활용해 복무기간 36개월짜리 산업기능요원이 됐다. 산업기능요원이 되고 복무기간이 절반쯤 지났을 무렵 군대 복무기간이 짧아진다는 소식이 뉴스를 통해 흘러 나왔다.

당시 2년 2개월이던 군대가 2년으로, 2개월 단축 된다는 뉴스였다. 그에 따라 우리 산업기능요원들의 복무기간도 비율에 맞게 짧아졌다. 36개월을 복무해야 했던 나는 한 달의 기간이 줄어 총 35개월의 복무를 하면 '소집해제'가 된다고 했다. 산업기능요원 복무가 만료가 되어도 어차피 계속 직장생활을 해야 하겠지만 '병역 문제'가 하루라도 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컸기 때문에 한달의 기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기쁜 소식이었다.

처음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를 시작했던 회사가 경영난으로 인해 1년을 미쳐 다 채우지 못하고 지금의 회사로 전직을 해야 했다. 그리고 납품사원과 생산 라인 수리사를 거쳐 출하검사실로 오기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2004년 겨울. 그 겨울은 내가 산업기능요원 신분으로 보내는 마지막 겨울이었다.

나와 함께 출하검사실에서 마음을 맞춰가면서 함께 근무하던 형은 나보다 먼저 산업기능요원 복무를 마쳤다. 회사에서는 그 형이 회사를 그만두지 못하게 하려고 형을 따로 불러 그동안의 경력을 인정해 '주임'으로 승진을 시켜준다고 하면서 회사에 계속 남아 근무를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그 형은 복무가 만료되고 채 한달도 되기전에 회사에 사표를 내고 거제도로 내려가 조선소에 취직했다.

그 형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이제는 내가 출하검사실의 선임이 됐다. 그리고 이번에 새로 산업기능요원이 된 동생이 출하검사실로 배정받아 나와 함께 일하게 됐다. 그 동생은 사회생활 경험이 전혀 없었고 대학에 다니다가 군대를 갈 때가 돼 산업기능요원이 됐다고 한다.

산업기능요원이 돼도 훈련소에 입소해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아야 한다. 처음에 산업기능요원이 됐을 때는 훈련소에 가야 한다는 사실도 몰랐었다. 하지만 복무를 하면서 선배 사원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 또한 우리는 현역들과 달리 복무만료가 다 돼 갈 때쯤 훈련소에 입소를 한다. 나 역시도 복무만료를 약 6개월 남긴 2005년 1월에 강원도 삼척에 있는 23사단 철벽부대 훈련소에서 4주간의 훈련을 받았다.

출하검사실에 동생이 새로 들어온건 2014년 12월쯤이었다. 이제 얼마 안있으면 훈련소에 입소해야 했으므로 짧은 시간동안 동생이 혼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했다. TV 라는 제품에 대해 지식이 전무했던 터라 그 짧은 시간동안 많은걸 가르칠 수는 없었고, 출하검사 업무를 수행할 때 꼭 필요한 생산 라인의 구조와 출하검사 방법만 중점적으로 가르쳤다.

훈련소를 퇴소하고 회사에 복귀했을 때 '언제 가르쳐서 언제 써먹나…'라고 생각했던 그 동생은 이제 제법 QC(Quality Control - 품질 관리) 다운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그 뒤로 내가 복무만료가 되기전까지 TV 라는 제품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주고 ISO 인증심사 관련 업무를 가르쳤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하거나 가르쳐줘야 하는 입장이 돼 보니 후배사원을 잘 육성하는 게 선배사원의 역량이라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 바쁜 와중에도 '혹'을 항상 달고 다녀야 하고 혼자서 처리하면 빨리 끝낼수 있는 일을 설명을 하면서 하면 아주 느리게 처리할 수밖에 없다.

출하검사실로 오기전 생산 라인에서 작업자로 근무하던 친구를 수리사로 키울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 때는 친구라서 편하게 대할수 있었는데 직장에서 새로 만난 동생은 나보다 어리지만 그 친구의 성격을 잘 모르니 혹시라도 내 말이 마음에 상처가 될지도 몰라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그 동생을 가르치면서 이전 직장에서 내 인생 첫번째 멘토였던 신 과장님이 생각났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던 내 역량을 키워주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을지 그리고 얼마나 답답하셨을지 이제서야 그 어려움이 느껴졌다.

이후 내가 산업기능요원 복무만료가 되어 회사를 떠나고 베테랑 QC가 된 그 동생은 산업기능요원 복무가 끝남과 동시에 아주 높은 몸값을 받고 다른 회사로 스카웃됐다. 그 소식을 듣고 '내새끼 잘했네'라며 엄마 미소를 지었다. 잘 키운 아들이 학교에서 1등 성적표를 받아왔을 때 부모님의 마음이 이렇지 않을까 싶다.

힘들었던 산업기능요원 시절을 버틸수 있게 해주었던 힘...'삼천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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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이야기를 하다보면 꼭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간다는 뜻의 '삼천포'를 모임의 이름으로 만들었던 직장 동료 모임. ⓒ 강상오


나는 우리 회사를 2년 넘게 다녔지만 '회식'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었다. 딱 한 번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회사 근처 고깃집에서 회식을 한 적이 있는데 일생을 회식이라는 걸 해본적 없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어영부영 얼른 고기 구워먹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그날이 그 회사를 2년 넘게 다니면서 해본 처음이자 마지막 회식이었다.

우리 회사에는 내 친구들이 함께 근무를 하고 있었다. 부산에서 함께 산업기능요원이 되기 위해 올라온 친구들인데 각자 다른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지만 가깝게 지냈다. 그리고 우리들을 중심으로 회사에서 만나 가깝게 지내던 동료들이 모여 '삼천포'라는 친목 모임을 만들었다.

모임 이름이 삼천포가 된 이유는 모여서 무슨 말만 하면 그 대화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간다고 하는 '삼천포로 빠진다'라는 말에서 나온 이름이다. 함께 모여서 대화를 나누면 그 대화가 꼬리의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져서 재미있게 지내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삼천포 모임의 구성원들은 우리와 가깝게 지내던 산업기능요원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고 사무실에서 일하던 누나들이 함께 했다. 몇 년 동안을 회식 한 번 안하는 삭막한 회사에서도 웃으면서 잘 지낼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모임 때문이었다. 지금은 각자 뿔뿔히 흩어져 연락도 잘 되지 않지만 그 시절 추억은 아직도 우리들 가슴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조직생활을 하다보면 사람 때문에 힘들기도 하고 사람 때문에 행복하기도 하다. 간도 쓸개도 다 빼줄 것처럼 가까웠던 사이도 그 조직을 떠나면 서서히 멀어지고 추억으로 남기도 한다. 12년이 지난 지금 나는 1인기업을 운영하며 혼자서 일을 하고 있다. 텅빈 사무실에 혼자 앉아 일을 하고 있으면 가끔 사람들 때문에 울기도 웃기도 한 그 시절이 그립다.
덧붙이는 글 자작곡 '응답하라! 30대여~' 듣는 곳
http://www.bainil.com/album/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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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콘텐츠 대표 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언제나 너일께> <보태준거 있어?> '힙합' 싱글앨범 발매 <오늘 창업했습니다> <나는 고졸사원이다> <갑상선암 투병일기> 저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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