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직장인이 공감할 만한 소설

<잠깐만 직장 좀 관두고 올게>를 읽고

등록 2016.01.13 09:52수정 2016.01.1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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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표지 잠깐만 회사좀 관두고 올게 ⓒ 최홍대


일본 소설을 읽으면 받는 느낌은 주변에서 있을 만한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다. 일본 직장인들의 지지 속에 35만 부나 판매가 되었다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너무 식상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을까?

그런 선입견 속에 첫장을 넘겼다. '역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비슷한 패턴이었어라'고 생각될 무렵 소설의 중반을 넘어가면서 '어! 이거 내 이야기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간신히 찾은 인생의 길을 소설에서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무게에 짓눌리고 치열한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아오야마가 우연히 만난 친구 야마모토를 통해 비로소 자신의 길을 찾아 가는 이야기가 담긴 소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담백하지만 재미있는 소설이다.

괜찮은 대학을 나와서 다른 사람들이 보았을 때 그럴듯한 직장을 가지고 싶었지만 어쩌다가 걸린 회사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오야마는 직장인의 표본 같은 사람이다. 나도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있지만 보통 그런 말을 한다.

한 직장에서 1년을 채워야 근성 있는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최소 1년을 채워라. 그리고 2년을 채우면 더 바람직하다. 그런 기준은 누굴 위한 것일까? 본인보다는 회사를 위한 것이다.

아오야마 역시 실적 압박에 시달리면서 1주일을 의미 없이 보내지만 어떻게든 1년을 버티기 위해 발버둥 친다.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지하철 정거장에서 그 끈을 놓으려 할 때 나타난 의문의 인물 야마모토는 그에게 계속 조언을 해준다. 그까짓 직장 때려치우는 것은 매우 간단한 일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아오야마는 그것이 어떻게 간단한 일이냐고 반문한다.

"너한테 직장을 그만두는 것과 죽는 것 중에 어느 쪽이 간단해?"


어떤가. 심한 비약인가? 그렇다면 긴 인생에서 그 직장이 정말 중요한가? 자신의 인생은 정말 소중하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소중한 것이다. 야마모토는 그걸 말하고 있었다. 

책 제목에서 예상했듯이 아오야마는 결국 회사를 그만둔다. 그것도 아주 간단하게 야마모토랑 이야기하다 말이다. "지금 회사 좀 관두고 올게"라면서.

"어차피 너 같은 놈은 평생 패배자로 끝나는 거야!"
"패배자, 패배자. 대체 뭐에 졌다는 거지. 인생의 승패는 남이 결정하는 건가요? 인생은 승패로 나누는 건가요? 그럼 어디부터 승리고 어디부터 패배인데요? 자신이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 거죠. 나는 이 회사에 있어도 나 자신이 행복하다고 생각되지 않아요. 그러니까 그만둡니다. 단지 그뿐이에요."

지금 생각해보면 회사는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어떤 회사를 다니냐는 것이나 연봉을 얼마 받아야 되는 것은 인생에서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다. 인생은 성공과 실패로 평가받는 것은 아니니까. 따뜻한 소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직장인 소설로 추천할 만하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 제21회 전격 소설대상 수상작

기타가와 에미 지음, 추지나 옮김,
놀(다산북스), 2016


#일본소설 #직장인소설 #잠깐만직장좀관두고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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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지 쓰는 남자입니다. 영화를 좋아하고 음식을 좋아하며, 역사이야기를 써내려갑니다. 다양한 관점과 균형적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조금은 열심이 사는 사람입니다. 소설 사형수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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