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노동 문제 야기하는 '노동유연화'

2016 전망보고서(노동) 1-3. 2016 노동유연화

등록 2016.01.15 12:04수정 2016.01.1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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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사연은 2008년부터 매년 진보 정책 연구소 최초로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습니다. 경제, 주거, 노동, 복지 분야를 중심으로 세계의 흐름 속에서 한국 사회를 진단하여 사회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사회로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2016년 전망 보고서 중 노동분야는 현황, 문제, 전망으로 총 3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정부는 경제성장과 노동시장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저성과자에 대한 보다 쉬운 해고, 그리고 비정규직 고용 연장으로 더 쉽게 새로운 고용을 할 수 있어서 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 정책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2년이 아닌, 4년 동안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 역시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정부의 이와 같은 정책은 더욱 유연한 노동시장을 통해 경제성장과 고용 확대를 꾀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더욱 유연한 노동시장이 경제성장과 일자리 수 확대를 가져올 수 있을까?

대기업 사상 최대 사내 유보금, 그런데도 고용은...

일단 정부는 노동시장을 유연해지면 기업이 투자를 확대하여 경제성장과 고용 확대라는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듯하다. 정부의 노동시장 관련 여러 공익 광고들 역시 이런 정부의 기대를 투영하고 있다. 해고가 쉬워져서 더 쉽게 비정규직을 고용할 수 있게 되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더 쉽게 고용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과연 "지금" 기업이 해고가 힘들어서 고용을 적게 하고, 이런 정부의 정책이 시행되면 실제 일자리가 늘어날 것인가?'이다.

지금의 저성장 문제는 일자리 창출 동력 둔화로 인한 소비 침체에 따른 것과 대외적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한 것이다. 따라서 쉬운 해고는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일자리의 비중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이는 고용 불안정성 증가시키고, 전체 임금 소득이 감소해 임금근로자의 소비 축소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경제성장과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대기업들에 큰 혜택을 주는 등 기업의 투자와 고용 창출을 촉진하기 위한 정책은 이전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행되고 있다. 과연 그 정책들은 일자리를 기대한 만큼 확대시켰을까? 대기업 사상 최대의 유보금은 그렇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해고가 쉬워지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진다 해도 기업의 입장에서는 소비가 진작되고, 경제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점에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기 때문이다.


즉, 현재 노동유연화 방안보다는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정책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과 고용 확대로 이끌어 낼 수 있다. 박근혜 정부가 약속했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함으로써 고용불안정성을 해소하고 이들의 임금을 상승시킬 경우 이로 인한 소비 확대가 경제성장을 견인한다. 다시 그것이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소비의 소득탄력성이 상대적으로 큰 저소득층, 비정규직 노동자의 소득 확대는 소비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최저임금 인상 역시 소비를 확대하는 중요한 정책의 기능을 할 것이다. 새롭게 최저임금을 도입한 독일이나, 과거 영국, 그리고 최근의 미국까지 이런 최저임금의 소비 확대 기능을 통해 경제성장을 꾀하는 동시에 높은 수준의 소득불평등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이는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내수진작을 통한 경제성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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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최저임금 및 최저임금 인상률 ⓒ 최저임금위원회 홈페이지 적용연도별 최저임금


정부의 정책이 노동시장 유연화에 기반한 경제성장과 고용 확대 기조를 유지할 경우 단기적으로 고용지표와 관련해서는 내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016년 예상되고 있는 2점 대 후반 경제성장률을 보인다면 올해와 비슷한 양상이 지속될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올해보다 조금 낮아지면 그에 따라 취업자 증가 속도 역시 조금 둔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정책 기조를 유지할 경우 외부로부터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이는데, 선진국이나 중국, 인도와 같은 경제규모가 큰 국가의 영향이나, 수출 및 수입과 관련된 변화에 따라 경제성장과 고용 모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할 경우 이상에서 살펴본 기존의 노동시장 문제는 해소되기보다 오히려 심각해질 수 있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성 완화와 비정규직 고용 기간의 연장은 고용불안정성을 전체 임금근로자에게로 확대시키고,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의 비중을 증가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비정규직 일자리의 근본적인 문제인 고용불안정성을 개선시키는 정책이 아니며, 오히려 정규직 일자리의 고용 불안정성을 증대시켜 정규직으로 분류되지만 사실 상 고용이 불안정한 일자리들을 만들어 새로운 노동시장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노동 시장 구조 변화, 과연 바람직한 방향인가

여성, 청년 등 노동시장 내 취약계층과 관련된 노동시장 문제 역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단기적으로 이들의 노동시장 참여를 양적으로 증대시킬 수 있다. 실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정책을 통해 많은 여성들과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 측면에서 이런 일자리들이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결국 이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를 통한 단기 노동시장 양적 지표 개선이라는 성과로 이어질 뿐 장기적인 일자리 확대나 노동시장의 질적 측면 개선으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내 노동시장은 일자리 증가 뿐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가 양산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은 단기적으로 일자리의 양적 증가를 가져올 수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질이 좋지 않은 일자리가 확산되어 한계 상황에 있는 중고령, 여성, 청년들을 유입해 고숙련 노동자를 키우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고용이 안정된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시키는 정책은 일자리 수를 늘리는 정책보다 수치적인 만족도는 낮을 수 있다.

하지만 기업과 노동자 모두로 하여금 더 높은 숙련에 투자하도록 해 생산성을 증진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처우 개선과 함께 할 경우 노동자들의 소비를 확대시킴으로써 소비가 투자로 이어지는 내수 진작에 바탕을 둔 안정적인 경제선순환 구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노동시장 구조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그 방향은 각기 다른 것으로 보인다. 과연 사람들이 바라는 노동시장 구조 변화의 방향은 무엇일까? 정부는 비정규직 기간과 관련해 "2년 일하고 싶은가?", "4년 일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을 통해 노동자들 스스로 4년 일하길 바란다고 하면서 국민들이 바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비정규직 일자리를 원하는가?", "정규직 일자리를 원하는가?"를 물어보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 이상 지났다. 남은 기간 동안 국민들이, 노동자들이 원하는 노동시장을 위한 정책이 추진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대화와 소통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경제성장률과 고용 창출 속도가 점점 둔화되고, 불확실성과 불평등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노동자가 모두 참여하는 대화의 장 속에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찾기 위한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노동경제팀입니다. 이 기사는 새사연 홈페이지(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동유연화 #노동 #경제 #새사연 #저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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