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 곧 5000원? 소주 값 인상의 법칙

[오마이팩트] 소주 출고가와 음식점 소주 값 인상 추이 알아보니

등록 2016.01.14 21:14수정 2016.01.15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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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전 서울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 하이트진로 참이슬과 롯데주류 처음처럼 등 소주 360ml 1병 가격은 1130~1140원으로, 지난해(1080원)보다 50~60원 정도 올랐다. ⓒ 김시연


'처음처럼'도 인상... 음식점 소주 값 5천원 시대(<연합뉴스>, 2015년 12월30일)
'소맥' 한번 마시려면 2만 원? 맥주가격 인상 딜레마(<뉴스1>, 2016년 1월 5일)

소주가 '서민의 술'이란 말도 이젠 옛말일까? 지난 연말 '참이슬'(하이트진로)에 이어 '처음처럼'(롯데주류)까지 올해 초 출고가를 5.5% 올리면서 주당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360ml 소주 1병 출고가(참이슬 기준)는 961원에서 1015원으로 54원 올랐을 뿐인데, 언론에선 음식점 소주 값이 500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음식점 맥주 값까지 덩달아 5천 원으로 오르면, 보통 1만5천 원 수준이던 '소맥 세트(소주 1병, 맥주 3병 기준)' 가격이 2만 원대에 진입한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과연 출고가가 50원만 올라도 음식점 소주 값이 1000원씩 오를 수 있을까? <오마이팩트>에서 과거 소주 출고가와 음식점 소주 값 인상 추이를 추적한 결과, '대체로 진실'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소매가보다 3~4배 비싼 음식점 소주, 5000원도 '시간 문제'

1970년대 이후 소주 출고가와 소매가는 각종 통계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음식점 판매 가격은 정확한 통계자료를 찾을 수 없어 부득이 당시 언론 보도를 참고했다.

분석 결과 1970~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소주 소매가와 음식점 가격 차이는 2배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1990년대부터 3~4배까지 벌어졌다. 현재 소주 1병 소매가격이 1100~1300원 정도인 걸 감안하면, 최소 3500원에서 최대 5500원 사이에서 형성될 수 있다는 얘기다. 출고가가 단 50원만 올라도 주류유통업체와 음식점을 거치며 인상폭이 커지는 '눈덩이 효과'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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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주류 가격 현실화 앞두고 소주 값 100원 넘겨

소주의 역사는 주류 관련 정부 규제나 주세 정책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지금과 같이 에탄올(주정)로 만든 값싼 희석식 소주가 서민의 술로 자리 잡은 것도 지난 1965년 정부가 곡식을 발효시킨 증류주 제조를 금지하면서부터다. 또 1973년 주정 배정 제도가 시행되자 소주업체는 주정을 아끼려고 소주 도수(알코올 함량)를 30도에서 25도로 낮췄다

당시 소주 소매가는 60원대였지만 1970년대 후반 들어 100원대를 넘어 200원에 육박했다. 1974년 언론 보도를 보면 국세청이 주류 가격 현실화에 나서자 중간상인들이 매점매석에 나서 품귀 현상이 벌어졌는데, 출고가가 62원 1전인 소주 1병이 소매점에서 110원, 음식점에서 170원까지 치솟았다고 한다(<매경> 1974년 2월 14일자). 적어도 당시 음식점 소주 값이 소매가 2배를 넘지 않은 셈이다.  

[1980-90년대] 600~700원 하던 '응팔' 소주가 6년 만에 2000원대로

1980년대 들어 소주는 '국민주' 막걸리를 밀어내고 주류 출고량 1위를 차지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 소주 판매가는 270원을 한동안 유지했지만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300~400원대로 뛰었다. 당시 일반 소주보다 출고가가 2배 비싼 관광용 소주가 시중에 판매됐는데, 소매가격이 400원인 일반 소주는 음식점에서 600~700원 정도였지만, 관광용 소주는 1500~2000원이었다고 한다.(<한겨레> 1988년 9월 1일자).

1990년대 들어 소주 소매가는 한동안 400원대를 유지했지만, 1994년 진로가 소주 출고가를 8% 넘게 올리면 지역 소주업체가 따라 올리는 식으로 순식간에 500~600원대로 뛰었다. 당시 음식점에서 1500~2000원이던 소주 값도 2000~2500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음식점 소주 값이 이젠 소매가의 3~4배에 이른 것이다. 특히 1996년 각 도에서 생산하는 소주를 50% 이상 판매하도록 한 '자도주 의무판매제'가 없어진 뒤 진로 소주와 그린 소주(당시 두산)의 독과점 폐해는 갈수록 커졌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1988'에서 주인공 아버지들이 즐겨 찾던 포장마차에서 1병에 600~700원하던 소주 값이, 불과 6년 뒤인 1994년 성인이 된  주인공들이 만난 주점에서 2000원으로 3배 넘게 오른 것도 이때문이다.(9일 방송한 <응팔> 18화에 쌍문동 5인방 중 하나인 '도롱뇽'이 일하는 주점에서 소주 3병에 6000원으로 계산하는 장면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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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올림픽이 열린 1988년 당시 음식점 소주 1병 가격은 소매가(350~400원) 2배 정도인 600~700원 정도였다. 사진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한 장면. ⓒ tvN


[2000년대] '위스키 동급' 소주세율에 소주 1병 3000원

2000년 들어 35%이던 소주세율이 위스키 등 수입 양주에 맞춰 72%로 크게 오르면서 1999년까지 600~700원이던 소주 판매 가격이 800~900원으로 크게 올랐다. 당시 1병에 2000~3000원이던 음식점 소주 값도 3000~4000원으로 덩달아 뛰었다. 당시 소주세율을 100%까지 올리려고 했지만 소주 한잔에 500원(1병 3500원)이 될 수 있다는 비판 여론에 직면했다.

지난 2005년 소주세율을 90%까지 올리려던 정부는 음식점 500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287곳은 소주 공급가를 200원 올려도 가격을 올리지 않겠다고 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언론은 '1000원 인상'이 59곳(11.8%), '500원 이상 인상'이 74곳(14.8%)이란 사실에 더 주목했고, 결국 소주세율 인상은 무산됐다. 당시만 해도 설문에 응답한 음식점 91.2%가 소주를 3000원에 팔고 있었고, 4000원에 파는 곳은 1.2%에 그쳤다. 그래도 당시  소주 소매가격이 950원 정도였으니 3배를 웃돈 셈이다.

[2010년대] 소주 값 1000원 시대, 음식점은 4000원으로

2010년을 전후해 소주 소매가가 1000원을 넘어서면서 메뉴판 소주 가격을 3000원에서 4000원으로 고쳐 다는 음식점도 부쩍 늘었다. 하이트진로가 지난 2012년 12월 참이슬 출고가를 961원으로 8.19% 올리면서, 소매가도 1000원에서 1080원으로 훌쩍 뛰었다.

지난해 환경부에서 1994년 이후 21년 만에 소주 공병 반환 보증금을 40원에서 100원(맥주는 50원에서 130원)으로 올리기로 하면서 소주 값 인상에 다시 불을 지폈다. 공병 반환 보증금은 대부분 소비자가 부담하지만 소주업체 제조원가에 포함되는 취급수수료도 함께 오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애초 올해 1월 21일부터 보증금을 올리겠다고 했지만 규제개혁위원회의 반대로 내년 1월로 시행 시기를 1년 미뤘다. 결과적으로 소주 출고가를 올리는 빌미만 제공한 셈이다.

지금까지 소주 출고가는 비중이 13% 정도인 주정 가격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출고가 인상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정부다. 소주 출고가에서 주류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이 53%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소주는 주류 도매상을 거쳐 대형마트나 슈퍼마켓, 편의점, 일반음식점과 같은 소매점에 넘기는데, 유통업체에는 출고가의 5~6%선에 납품하는 반면, 음식점에는 많게는 20~30%까지 마진을 남긴다고 한다. 출고가가 1000원이라면, 슈퍼마켓은 1050원 정도에 납품받아 소비자에게 1200~1300원 정도에 팔고, 음식점은 1200~1300원 정도에 납품 받아 소비자에게 3000~4000원을 받고 파는 셈이다.

소주 출고가 5% 오르면 도매가는 7~8% '눈덩이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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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과 13일 서울 마포구 음식점 메뉴판. 위 업소는 소주 가격 3000원을 유지한 반면 아래 업소는 최근 3000원에서 40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 김시연


서울 한 주류 도매업체에서 일하는 A씨는 "이번 소주 출고가 인상으로 매입가는 5% 정도 올랐지만 소매점 납품가는 7~8% 정도 올렸다"면서 "이런 눈덩이 효과 때문에 소매가격이 더 오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실제 13일 서울지역 한 대형마트에선 지난해 1060~1080원 정도였던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70~80원 정도 오른 1130~1140원 정도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음식점 소주 값은 얼마나 올랐을까? 도매상 납품가가 10% 정도 올랐다고 해도 3000원이나 4000원에서 300~400원 정도 올리는 게 적절해 보인다. 하지만 음식점에선 여기에 매장 임차료나 종업원 인건비, 음식 재료비 등 제반 요소까지 감안해 인상 여부를 결정한다. 음식점 소주 값이 500원이나 1000원 단위로 오르는 걸 감안하면 최대 1000원 인상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음식점 소주 가격은 지역별, 형태별로 천차만별이다. 아직도 소주 1병에 2000원만 받는 동네 식당이 있는가 하면, 5000원씩 받는 고급 일식집도 있지만 3000~4000원이 가장 보편적이다.

임곤빈 한국외식업중앙회 마포구지회 사무국장은 12일 "마포에서도 홍대 주변 등 주요 상권에선 소주 1병에 4000원씩 받고 있고 3000원을 받는 곳은 드물다"면서 "아직까지 5000원으로 올린 업소는 보지 못했지만 (외식업계) 여론을 주도하는 서울 강남이나 종로, 중구 업소들의 눈치를 보면서 올릴지 말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 사무국장은 "밖에서는 이번에 출고가 60~70원 오른 것만 보이겠지만 지난 2012년 출고가 인상 때 판매가를 올리지 않은 업소도 많다"면서 "경기가 어려워 문 닫는 식당이 늘고 있고 임차료, 인건비, 식자재 값은 오르고 있어 실질적 인상 요인은 200~300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소주 값 5000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 값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언론 보도로 5천 원으로 올리는 게 기정사실화된 듯 보이지만 상당수 업주들은 인상을 망설이고 있다.

앞서 A씨도 "소주 값이 올라도 판매량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서도 "지난 출고가 인상 때 3000원에 머물렀던 업소들이 이번에 4000원으로 올릴 가능성은 높지만 4000원에서 다시 5000원으로 올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주 #음식점 소주 #처음처럼 #참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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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인포그래픽 뉴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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