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쳤다"
서명운동에 기업 임직원 동원

참여연대 등 경제단체 공문 공개..."청와대의 청부 서명운동"

등록 2016.01.20 12:15수정 2016.01.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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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 이하 대한상의)가 지난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32개 경제단체·업종별 협회 보낸 서명운동 참여 독려 공문. ⓒ 박원석의원실


[기사보강 : 20일 오후 6시 17분]

박근혜 대통령이 "오죽하면 이 엄동설한에 경제인들과 국민들이 거리로 나섰겠냐"며 참여를 독려한 '경제활성화 입법 촉구를 위한 1000만 서명운동'은 사실상 경제단체와 소속 기업·기관의 임직원들을 동원한 서명운동이라는 게 드러났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참여연대,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20일 이 서명운동 주최자인 대한상공회의소와 여러 경제단체, 업종별 협회와 회원사 간에 주고받은 공문과 업무연락 등을 공개했다.

자료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 아래 대한상의)는 지난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32개 경제단체·업종별 협회에 공문을 보냈다. 5대 노동관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 등 정부 여당이 경제활성화법으로 부르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까지 서명운동에 적극 참여해달라는 내용이다.

대한상의는 서명 참여 대상으로 각 단체·협회 ▲ 사무국 및 회관 입주사 임직원 ▲ 회원사 임직원 ▲ 각 기관에서 주관하는 행사와 교육 등에 참석하는 회관 내방자 등을 명시했다. 

대한상의는 또 행정사항으로 각 협회·단체가 서명 인원 일일현황을 취합해 보내고, 서명운동 추진 현수막을 제작해 회관에 부착할 것을 요청했다. 또 온라인 서명을 홍보하고 동참을 유도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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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회장 박용만, 이하 대한상의)가 지난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전국은행연합회, 금융투자협회 등 32개 경제단체·업종별 협회 보낸 서명운동 참여 독려 공문. ⓒ 박원석 의원실


대한상의의 서명운동 참여 공문을 받은 각 경제단체와 업종별 협회는 회원사로 신속히 전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협회는 대한상의의 공문이 발송된 같은 날 17개 손해보험회사에 "6개 금융협회는 대통령 대국민담화에 호응하여 경제활성화 방안의 조속한 입법화를 촉구하기 위해 범국민 서명운동을 추진하기로 협의했다"며 참여 서명이 된 서명지 원본을 20일 오전까지 제출해 달라는 업무연락을 보냈다.


생명보험협회도 적극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보험협회는 지난 15일 '회사 소속 임직원 및 보험설계사'를 서명대상으로 명시해 20일까지 서명지를 제출하라는 공문을 모든 생명보험회사로 발송했다.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담화에서 소위 경제활성화법의 국회 통과 지연을 비판하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앞장서서 나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한 직후인 14일 경제단체가 나서서 서명운동을 주최하고 이에 각 회원사 소속 임직원들의 서명을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이 서명운동에 직접 참여했다. 하루 뒤 열린 국무회의에서도 "오죽하면 이 엄동설한에 경제인들과 국민들이 거리로 나섰겠냐"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함께 뜻을 모아주시기 바란다"고 참여를 독려했다.

이 같은 자료를 공개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참여연대, 박원석 의원은 "서명운동은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자신들의 요구를 표명하기 위한 수단이지, 대통령이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하고 쟁점법안이나 악법들의 국회통과를 압박하기 위해 써먹는 도구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며 "법안 통과에 이해관계가 있는 재계와 금융계가 서명운동에 나서고 다시 대통령이 서명에 참여하는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일반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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뽐뿌 커뮤니티 캡쳐. ⓒ 뽐뿌 커뮤니티


이들은 또 "사실상 청와대의 청부를 받은 서명운동을 재계와 금융계가 시작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서명에 동참하며 마치 일반 국민들의 서명운동처럼 둔갑시키고 국회를 무력화시키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의 얄팍한 꼼수가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사실은 이미 인터넷에 알려져 누리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지난 14일 오후 스마트폰 공동구매 커뮤니티인 '뽐뿌'에는 "정부가 드디어 미쳤네요...저희 회사로...(노동개혁법 관련)"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금융협회가 회원사에 서명운동 동참을 독려하기 위해 보낸 메일을 캡쳐한 화면이 첨부됐다.

이 글을 올린 필명 '무도한전'은 "좀 물어보니 매일 상공회의소를 통해 청와대로 각 회사별 동의서 실적을 보고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입법촉구 대상 법안은) 인터넷 좀 찾아보니 M&A랑 구조조정 세트로 쉽게 처리되는 법안"이라고 썼다.

이 누리꾼은 이어 "직원들한테 구조조정 쉽게 하는 동의서를 받아달라? 미친 놈들 아니에요?"라면서 많은 언론에 이같은 내용이 보도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글은 본 다른 '뽐뿌' 이용자들은 "정부가 선동질 하는 걸 보니 여기가 북한인지 남한인지"(겨털사랑), "장관과 대통령부터 쉽게 자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나가라쟈)는 등의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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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생명보험협회가 '경제살리기 입법촉구 서명운동' 참여 독려를 위해 전 생명보험회사로 보낸 공문. ⓒ 박원석 의원실


#서명운동 #경제법안 #대한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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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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