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님, 이쯤 되면 한 말씀 하셔야죠?"

[取중眞담]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 사건, 침묵하는 홍준표 지사

등록 2016.01.24 19:43수정 2016.01.24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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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홍준표 경남지사님, 이쯤 되면 한 말씀 하셔야 하지 않습니까?"

보수단체와 새누리당, 홍준표 지사 지지자 등이 벌이다 중단된 '박종훈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운동과 관련해 홍 지사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추진은 지난해 홍준표 지사 주민소환의 '맞불'로 시작되었다. 학부모와 시민단체 그리고 야당은 '진주의료원 폐업'과 '무상급식 중단', '성완종 게이트' 등의 이유로 '홍준표지사 주민소환운동본부'를 결성했고, 이들은 지난해 7~11월 사이 서명을 벌여 36만 명의 서명부를 선관위에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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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 ⓒ 이희훈


홍 지사는 자신에 대한 주민소환이 추진되자, 지난해 7월 1일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을 언급했다. 홍준표 지사와 박종훈 교육감은 무상급식 중단 사태로 계속 갈등을 빚고 있었다.

그날 홍 지사는 "아마 날 지지하는 그룹에서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을 본격적으로 할 것"이라거나 "날 지지하는 그룹에서는 같이(홍준표-박종훈) 해서 승부를 보게 될 것"이라 말했다.

경남교육감주민소환추진본부는 지난해 9월부터 서명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서명운동을 받는 곳에 '경남도지사 지키기' 등의 펼침막을 내걸기까지 했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운동 마감은 올해 1월 12일까지였다.

그런데 경남교육감주민소환추진본부는 마감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 '서명운동 중단'을 선언했다. 주민소환 투표청구 서명부는 서명운동이 끝난 지 10일 이내에 선관위에 제출해야 한다. 경남교육감주민소환추진본부는 "51만 명의 서명부를 받았다"고 했지만, 이를 지난 21일까지 선관위에 제출하지 않고 폐기 처분했다.


홍준표 지사 최측근 압수수색, 추가 고발도 이어져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과 관련해 불법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창원 의창구 북면 한 공장 사무실에서 여성 5명이 2만 4000여 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주소가 적힌 주소록과 2200여 권의 서명부를 두고 돌려쓰는 방법으로 허위서명했던 것이다.

선관위에서 고발·수사의뢰한 이 사건은 현재 창원서부경찰서가 수사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홍준표 지사의 외곽조직인 '대호산악회' 연루 사실이 드러났다. 서명부를 허위작성했던 여성 2명은 대호산악회 회원이고, 중간지시책인 50대 남성은 대호산악회 한 지회장으로 밝혀졌다.

2013년에 만들어지고 시·군마다 지회를 두고 있는 대호산악회는 2014년 지방선거 때 홍준표 지사를 도왔던 조직이다. 경찰은 대호산악회 지회장을 포함해 6명에 대해 압수수색하고 출국금지조치했다.

대호산악회 회장을 지낸 공병철 대표는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추진본부 공동대표를 맡았다. 홍준표 지사는 지난 18일 공석이던 경남도 정무특별보좌관(1급)에 남상권 변호사를 임명했는데, 남 변호사는 2013년 8월 창립한 대호산악회 창원성산지회장을 지냈다. 남상권 정무특보는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수임인으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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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부를 허위작성했던 여성 5명이 작업해 온 창원 의창구 북면 월촌리 소재 한 공장 건물. 이 건물과 토지는 홍준표 지사의 측근인 박치근 경남FC 대표이사가 공동소유주로 밝혀졌다. ⓒ 경남도민일보


경찰은 지난 22일 박치근 경남FC 대표이사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박치근 대표이사는 경남개발공사 상임이사 등을 지냈고, 지난 해 7월 경남FC 대표이사에 취임했으며, 홍 지사의 최측근이다.

허위서명이 이루어졌던 사무실은 박치근 대표이사가 공동소유한 건물이다. 경찰은 박 대표이사의 휴대전화와 서류, CCTV 영상 등을 확보했고, 또 이날 경남FC 총괄팀장인 정아무개씨의 자택도 함께 압수수색했다.

이밖에 고발 사건도 있다. 경남선관위는 지난 15일 남해군청 과장을 주민소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무원은 주민소환 '수임인'이 될 수 없고 서명운동도 벌일 수 없는데, 남해군청 과장은 동료 공무원한테 서명요청 행위를 했던 것이다.

시민단체 원로인사로 구성된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불법허위조작서명 진상규명위원회'는 수임인이 아닌데 서명운동을 벌인 행위 등 모두 4건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들이 고발한 사건은 통영, 고성, 김해 등에서 벌어진 행위로, 경남지방경찰청은 조만간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서명운동에는 혈세 1910만원이  들어갔다. 경남선관위는 경남교육감주민소환추진본부에 서명용지 27만 8000장을 인쇄해 주었고, 여기에 들어간 비용을 경남교육청으로부터 받아썼던 것이다.

"분명한 입장 밝혀야"... 새누리당 예비후보 "탈당하라"

경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경남도교육청은 "사법 당국은 개인정보가 기록된 자료의 출처와 자금 제공 경로를 엄정하게 밝혀 훼손된 민주적 법질서를 복원해야 하고, 이번 사건의 몸통을 가려내고, 불법에 개입한 공무원과 관변단체에 대해서는 법치 수호 차원에서 엄정하게 수사해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홍준표 지사가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노동당 경남도당과 경남녹색당은 "홍준표 지사는 이번 사건에 경남도 산하 기관장이 관계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도민에게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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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과 시민단체 원로 등으로 구성된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불법.허위조작서명 진상규명위원회'는 11일 오전 경남지방경찰청에 불법 서명 의혹 사건 2건과 관련해 고발장을 접수했다. ⓒ 윤성효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불법허위조작서명 진상규명위'는 "홍준표 지사와 그의 측근에 의해 진행된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은 서명활동 과정에서 공무원과 관변단체의 불법적 개입, 수임인 자격이 없는 자의 서명, 허위조작 서명 등 온갖 불법적 행위에 대한 제보와 소문이 넘쳐났다"며 "경찰과 선관위는 철저한 수사를 진행해 다시는 이런 불법 서명이 되풀이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 밝혔다.

또 대호산악회 지회장을 지낸 남상권 변호사를 경남도 정무특보로 임명하자, 이들은 "대호산악회는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무더기 불법서명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한 것은 도민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진상규명위 김영만 상임공동대표는 "홍준표 지사는 지난해 자신에 대한 주민소환 서명운동이 진행되자 경남교육감 주민소환을 추진하라고 지지자들한테 부추기고 선동했다"며 "이쯤 되면 홍 지사는 이 사건에 대해 한 마디 해야 하지 않느냐. 그런데 왜 입을 꾹 닫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급기야 새누리당 총선 예비후보도 홍 지사를 비판했다. 새누리당 중앙당 조직국장을 지낸 류명열 예비후보(마산회원)는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남의 새누리당 예비후보들과 도민들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음을 잊지 말고, 이제는 정치가 아니라 도민을 위한 행정을 펼칠 때"라며 "큰 정치인의 큰 결단으로 새누리당을 스스로 탈당하는 대의적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류 예비후보는 "경남은 무상급식에 따른 갈등과 분열로 홍 지사와 박종훈 교육감 주민소환운동이 전개된 바 있다"며 "경남교육감에 대한 주민소환 서명을 받았던 홍 지사 지지자들이 그동안 주민소환을 추진하면서 조직적이고 총체적인 불법과 부정서명이 적발되어 부끄러운 결과를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홍준표 지사는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사안에 대해서도 자신의 페이스북이나 경남도청 간부회의, 경남도의회 등을 통해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홍 지사는 경남교육감 주민소환 불법서명 사건이 터진 뒤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주민소환 #홍준표 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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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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