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위해 나체상 가려... '배려 vs. 굴복'

이탈리아, 로하니 대통령 정상회담서 누드상 가렸다가 '시끌'

등록 2016.01.28 04:22수정 2016.01.2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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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이란 정상회담의 누드상 논란을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이탈리아가 이란의 하산 로하니 대통령을 위해 박물관의 누드 조각상을 가린 것을 놓고 시끄럽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마테로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란 대통령으로서 17년 만에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한 로하니 대통령과 전날 로마의 카피톨리니 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했다.

국가의 유명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외교적 관례다. 하지만 카피톨리니 박물관에서는 낯선 장면이 벌어졌다. 유명 누드 조각상들이 흰색 판자로 가려진 것이다.

기원전 2세기의 '비너스상', 사랑의 신 큐피드가 연인 프시케와 끌어안고 있는 '프시케와 큐피드상' 등 로마 시대의 예술성을 보여주는 조각상들이 누드라는 이유로 로하니 대통령을 위해 자취를 감췄다.

누드를 금기시하는 이슬람 신정국가 이란의 로하니 대통령을 위한 이탈리아 정부의 배려였다. 이슬람 율법에 맞춰 공식 만찬에서도 와인을 비롯해 주류를 제외하는 등 이탈리아는 이란 방문단을 세심하게 챙겼다.

하지만 이란의 문화와 감성을 존중한 외교적 배려라는 긍정적인 해석과, 경제적 이해를 쫓고자 이탈리아 역사와 문화를 포기한 것이라는 주장이 부딪혀 큰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 것이다.

이란과 서방의 핵 협상 타결로 경제 제재가 풀리자 로하니 대통령은 이탈리아 기업들과 총 170억 유로(약 22조 원) 규모의 경제협력을 체결했고, 곧이어 방문하는 프랑스에서도 에어버스 항공기 114대를 구매할 예정이다.


이란 대통령 "누드상 가려달라는 요구 안 했다"

이탈리아-이란 정상회담의 누드상 논란을 보도하는 AFP 통신 갈무리. ⓒ AFP


그러나 카피톨리니 박물관 측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며 "누드 조각상을 가리지 않고도 외국에서 온 손님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을 방법을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이탈리아 정부를 비판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포르자 이탈리아당도 "다른 문화를 존중하는 것이 우리 문화를 부정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것은 존중이 아니라 문화의 차이를 부정하며 굴복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이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탈리아 정부에 누드상을 가려달라는 요구를 한 적이 없다"라며 "이탈리아는 매우 친절해서 손님을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반면 이탈리아 정부나 렌치 총리는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어 논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이란 #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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