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지사 '대표 헛공약', 지금이라도 지킬까

[取중眞담] 2012년 보궐선거 당시 내놓은 '도청 마산 이전', 감감 무소식

등록 2016.02.03 11:21수정 2016.02.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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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4․13총선에 나선 예비후보마다 갖가지 이유를 대며 온갖 공약을 내놓고 있다. 시민들은 '과연 될까'라며 갸우뚱하지만 후보는 꼭 지키겠다며 '무조건' 믿어달라고 한다.

일부 창원 마산 시민들은 '공약'이라면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경남도청 마산 이전' 공약 때문이다. 한때 마산 시민들은 현재 창원시 의창구에 있는 경남도청이 마산회원구로 옮길지 모른다는 부푼 꿈을 가졌다. 그러나 지금은 '헛공약'이 되고 말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2012년 보궐선거 앞두고 '도청 마산 이전' 공약 발표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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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 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1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첫 공판을 위해 출석하고 있다. 홍 지사는 '불법자금을 받았냐?'는 질문에 "불쾌하다. 나는 받은일이 없다"며 "성완종이 잘 몰라요"라고 말했다. ⓒ 이희훈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냈다. 옛 마산․창원․진해시가 2010년 7월 '창원시'로 통합한 뒤, 마산지역은 창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침체되었다.

이에 마산에서는 창원에서 마산을 다시 분리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경남도청과 통합 창원시청도 옛 창원에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경남도청을 마산으로 옮긴다면 그나마 나을 것이라 봤다.

김두관 전 지사가 중도사퇴해 치러진 2012년 12월 19일,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지사가 이 공약을 들고 나왔다. 그해 10월 '도청 마산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한 것이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경남도청을 옛 마산으로 이전하겠다. 국비와 지방비 부담 부분을 검토하고 있고 여론을 수렴하겠다"거나 "도청은 7만여 평 면적으로 창원시 중심부 요지에 있는 만큼 도청을 매각하면 마산에 도청 본청과 진주에 2청사를 짓고, 진해에는 의과대 설립 터를 확보하는 재정 문제가 해결된다"고 발언했다.


현재 경남도청 자리를 매각하겠다고 하자 일부 창원 시민들은 이곳을 어떻게 개발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거론하기 시작했다. 대형 쇼핑몰을 지을 경우, 주변 땅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새누리당 경남지사 후보 경선은 홍 지사와 박완수 전 창원시장이 다투었다.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은 홍 지사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했다.

경선 직후인 2012년 11월 4일, 홍 지사는 "도지사에 당선되면 4년 안에 행정절차와 이전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거나 "성공적인 도청 이전을 마무리 짓기 위해 재선 도지사에도 도전하겠다"고 했다. 홍 지사는 '도청 마산 이전'은 재선까지 영양가 있는 공약이라 보았던 것이다.

경선 이후 기자와 시민들은 이 공약의 실천 방안에 대해 궁금해 했다. 2012년 11월 19일 홍 지사는 "창원시민과 경남도민의 의견을 수렴하겠다. 구체적인 계획은 당선 후 밝히겠다"고 밝혔다.

보궐선거 당선 뒤인 2013년 2월 1일, 창원시청을 방문했을 때 홍 지사는 "창원시 청사 논의가 마무리 된 상황을 보고 견해를 밝히겠다"고 했다.

당시는 창원시 통합 이후 통합청사를 어디에 둘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었다. 옛 마산과 진해 사람들은 통합 청사를 마산이나 진해로 가져가고 싶어 했고, 창원 사람들은 창원에 그대로 두자고 했다. 현재 통합 창원시청사는 옛 창원시청사를 그대로 쓰고 있다.

이 공약은 경남도의회에서도 거론되었다. 2013년 4월 10일, 홍 지사는 "도청을 마산으로 이전하자고 제안한 것은 균형발전과 인구 108만 도시(창원)에 걸맞은 도시계획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리고 도청 부지 매각으로 도의 부채를 상당수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경남도의 경우 팔아서 큰돈이 되는 것은 도청이 유일하다. 도청이 시대에 걸맞지 않게 너무 크다"고 말했다.

홍 지사가 당선되었지만 구체적인 '도청 이전 공약' 이행 방안을 내놓지 않자, 마산지역 창원시의원들은 홍 지사를 재촉하기도 했다. 그러자 홍 지사는 2013년 6월 26일 "기존 진주의료원 갈등, 창원시 청사 갈등에 도청 이전 갈등까지 겹치면 얼마나 갈등이 증폭되겠나. 갈등이 심화하는 쪽으로 입장을 내놓지 않겠다. 그렇다고 도청 이전을 안 한다고 선언한 적도 없다"고 했다.

취임 1년 뒤에도 '도청 마산 이전'을 위한 구체적인 활동은 없었다. 2013년 12월 19일,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홍 지사는 '도청 마산 이전' 공약 포기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또다시 새로 갈등을 일으킬 대형 프로젝트(도청 마산 이전)를 현재로서는 재개하기 힘들다. 이 문제는 지역 국회의원, 창원시, 경남도 관계자 등을 포함한 연석회의에서 갈등 조정 방안을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공약은 2014년 6․5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쟁점이 되었다. 새누리당 경남지사 경선에 나선 박완수 전 창원시장 측은 2014년 2월, 홍 지사에게 '도청 마산 이전'과 관련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당시 박완수 전 시장측 대변인은 "홍 지사가 2012년 경선을 앞두고 당시의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선거전술로 갑작스럽게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을 발표했다"며 "마산지역 표를 '구걸'하기 위한 허위공약으로 어렵사리 당선된 홍 지사는 그러나 당선과 동시에 발뺌을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홍 지사 '헛공약', 지금이라도 이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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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회원들이 1일 오후 창원시 마산회원구 소재 동마산시장 앞에서 홍준표 지사를 비난하는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도청 마산 이전'은 헛공약이 되고 말았다. 홍 지사는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되고,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재선했지만 이 공약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활동도 없었다. 홍준표 지사는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 중앙당 조직국장을 지낸 류명열 총선예비후보(마산회원)는 최근 한 보도자료를 통해 "2012년 경남지사 보선 당시 '경남도청 마산 이전 하겠다'고 하여 침체된 마산의 경제활성화를 기대했던 과거 시민들의 헛공약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고 언급했다.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은 지난 1일 동마산시장 앞에서 펼침막과 손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이들은 "홍 지사는 선거공약 도청 마산 이전 즉각 이행하라"거나 "홍 지사 헛공약 마산시민 분노한다", "도청은 안 보내주고 동마산시장은 왜 왔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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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은 지난 1일 '홍준표 지사 설맞이 민생현장 방문 계획'으로, 이날 오후 동마산시장을 방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취소했다. 사진은 경남도청 행정과에서 만든 자료. ⓒ 경남도청


이날 홍 지사는 설 명절을 앞두고 민생탐방 차원에서 동마산시장을 방문할 예정이었지만, 취소했다.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의 집회 소식이 알려지자 홍 지사가 방문을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홍 지사의 동마산시장 방문 취소에 대해, <시사우리신문>은 경남도청 비서실 관계자가 "오늘 일정 자체가 없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경남도청 행정과가 낸 '지사님 설맞이 민생현장 방문 계획'에 보면 이날 오후 4시 동마산시장 방문이라는 일정이 잡혀 있었다.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김호근 사무총장은 "홍 지사는 2012년에 했던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은 지키지 않으면서, 진주에 '서부청사'를 했다"며 "도청 마산 이전 공약은 헛공약일 가능성이 높지만, 지금이라도 지켰으면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지사 #헛공약 #도청 마산 이전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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