끔찍한 가정폭력, 왜 부천과 인천이었을까

[기획- 아이들이 죽어간다①] 부천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 김광민 변호사

등록 2016.02.10 11:43수정 2016.02.1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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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받는 아이들이 곳곳에 있습니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참혹한 소식에 참담해 하면서도 우리 사회는 시간이 지나면 잊기를 반복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아이들이 죽어간다' 기획기사를 통해 곳곳에서 아이들을 상대로 벌어지는 학대를 고발하고 이런 끔찍한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방법을 찾아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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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을 피해 거리로 나온 청소년들은 갈 곳도, 쉴 곳도, 먹을 곳이 없다. ⓒ 조호진


지난 3일, 경기도 부천에서 여중생이 백골 상태의 시신으로 발견됐다. 지난 1월엔 초등학생 주검이 사망 3년여 만에 발견됐고, 지난해 12월 인천에선 감금 폭행과 굶주림에 시달리던 초등학생 소녀가 발견됐다. 부천과 인천에서 발생한 이들 사건의 가해자 모두가 부모로 밝혀지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에게 부모는 보호자가 아닌 '지배자'였고, 가정은 안식처가 아닌 '지옥'이었다. 폭력과 학대로부터 어린 생명들을 지켜주지 못한 이 사회는 인권 사각지대였고 어른들은 무심한 방관자였다. 죄를 지을 나이도 아닌 어린 생명들에게 신의 가호는 없었다. '여중생 딸의 부활을 위해 기도했다'는 목사 아버지의 진술은 형량을 줄이려는 가증스러운 변명으로 보일 뿐이다.

언론이 전한 충격적인 뉴스에 시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어떤 시민들은 가해 부모에 대해 분노하고 어떤 시민들은 무방비 상태인 정부를 성토한다. 그리고 어떤 시민들은 꽃 피우지도 못한 채 저버린 어린 생명들에게 아픈 눈물을 바친다. 자비와 인간애가 희미해진 폐허의 거리엔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풍조가 만연하다.

눈물과 분노와 성토의 후 폭풍이 지나간 거리엔 가정폭력 피해 소년들과 가정폭력을 피해 탈출한 거리소년들에 대한 비난과 낙인이 담배꽁초처럼 수북하게 쌓일 것이다. 빈곤의 희생양이자 가정폭력 피해자인 소년들은 치료와 보호의 대상이기보다 '나쁜 놈들' 혹은 '인간쓰레기'로 불리는 게 현실이다.

청소년 현장활동가들 "거리 청소년 대책, 거리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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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는 2016년 2월 3일 부천 송내어울마당에서 청소년 정책포럼을 진행했다. ⓒ 조호진


문명사회라면 소년들의 참혹한 죽음을 막아야 한다. 어린 생명들에 대한 보호는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자 의무다. 하지만 권한과 책임을 가진 당국자들은 면피와 회피의 우산 아래 숨어버린다. 소년들을 살리기 위해 애태우는 사람들은 권한이 없는 현장 활동가들이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피해 소년들의 신음을 듣고도 뾰족한 대책이 없어서 애태우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부천과 인천 청소년 사건의 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해 '부천시 청소년 법률지원센터'(아래 부천청소년센터) 소장 김광민 변호사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부천청소년법센터는 부천시가 전국 지자체 최초로 2014년 10월 설립한 위기청소년 지원기관이다. 법률지원과 사회복지 프로그램 등으로 위기청소년의 가정과 사회 복귀를 돕고 있다.

부천청소년센터는 여중생이 백골로 발견된 지난 3일 부천 송내어울마당에서 청소년 정책포럼을 진행했다. 강경래 대구가톨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와 김익태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는 뉴질랜드와 미국의 소년사법제도를 소개했다. 김선혜 평화여성회 갈등해결센터 소장은 '회복적 사법제도'에 대해 설명했다.

부천 청소년공동체 '물푸레나무' 이정아 대표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피해자를 대상으로 전락하게 하는 청소년 정책의 문제를 지적했다. 부천역 거리 청소년들의 생존 방식에 대해 발표한 '부천시청소년일시쉼터' 강선주 수녀는 "거리 청소년 대책은 거리를 중심으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실질적 대책을 촉구했다.

청소년 포럼은 성황리에 끝났지만 뒤풀이 자리는 무거웠다. 여중생의 끔찍한 주검 발견 소식 때문이었다. 포럼 사회를 맡은 '세상을 품은 아이들' 명성진 대표는 '목사 아버지의 폭력을 피해 가정을 탈출한 사망 여중생 친오빠는 동생의 참혹한 죽음을 모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빈곤과 가정폭력의 희생양인 소년들을 보호하지 못하는 위기청소년 활동가의 한계가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죽음으로 내몰리는 청소년들, '지역공동체 해체'가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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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청소년법률지원센터 소장 김광민 변호사. ⓒ 김광민


- 부천과 인천 지역 청소년 인권침해 사건이 잇따라 밝혀졌다. 지역 특성과 관련이 있는가?
"지역공동체 해체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부천과 인천은 장기간 계속된 뉴타운 중심의 도시개발로 전통적인 지역 공동체가 해체됐다. 뉴타운이 건설되면 구도심 인구는 아파트로 대거 이주하고 공동화된 구도심은 사회적 경제적 교육적 약자인 이주민과 원주민들로 채워진다. 빈곤과 생존에 쫓기는 구도심 주민들은 동네 아이들에게 관심 기울일 여유가 없다.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지역공동체가 형성됐다면 이런 끔찍한 사건은 발생하지 않았거나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 여중생 백골 시신 발견과 지난해 12월 발생한 11세 소녀 학대사건, 부천 초등생 토막사건의 가해자가 부모로 밝혀졌다. 청소년 가정폭력 피해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가.
"부모에게 자녀는 절대적 약자다. 부천 초등생 토막사건의 부모는 경미한 전과가 있을 뿐이다. 11세 소녀의 아버지 역시 게임중독에 빠진 것을 제외하면 끔찍한 범죄를 저지를 만한 사람은 아니란 의견이 있었다. 백골 여중생 사건의 아버지는 신학대 교수 출신의 목사였다. 이들 부모를 볼 때, '가정폭력은 어느 가정에서든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친구를 폭행해 교도소에 가게 된 한 청소년은 7세 때부터 아버지에게 쇠파이프로 맞았다. 아버지가 술에 취해 새벽에 귀가해서는 잠자는 아이를 깨워 무차별적으로 폭행했다. 아이는 살기 위해 집을 뛰쳐나왔다고 했다. 친부에 의한 성폭행 사건도 적지 않다. 소년들의 가정폭력 피해 사례를 일일이 들려주기엔 가슴이 아플 정도로 많다. 시민들은 백골 여중생 사건에 충격을 받고 말겠지만 또 다른 피해 소년들은 이 시간에도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에 신음하며 죽어가고 있다."

- 학교와 경찰 등이 소년들을 보호해주지 못하거나 도움 요청을 외면하는 경우도 있었다.
"강제성과 책임의 부재가 문제다. 아동학대가 의심돼도 부모가 협조하지 않으면 학대 여부를 조사할 수 없다. 장기결석 아동 부모에 대한 제재 수단은 과태료뿐이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풍토가 문제다. 아이들이 끔찍한 죽음에도 관련 공무원·교사·경찰·이웃 주민 등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아동학대 의심 가정에 대해 관찰하고 문제 발생 시 개입하도록 의무와 권한을 주어야 한다. 이를 방기하거나 외면하면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아동청소년 보호시스템이 시급하다.

또한 근본적 문제는 전시행정과 근시안적 대응이다. 청소년 가정폭력 피해사건이 잇따라 밝혀진 건 대대적인 조사 때문이었다. 지금 같은 국민의 관심이 계속된다면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사건은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관심이 지속될지 의문이다. 충격파에 의한 국민들의 관심은 일시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은 기억에서 지워지고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의 비극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청소년들은 왜 상담과 교육을 싫어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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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민 변호사는 "청소년 정책은 청소년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면서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조호진


- 정부와 정치권뿐 아니라 지자체와 지방의회도 청소년 보호 대책에 소홀하다.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없기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정치는 정책을 통해 유권자로부터 인정받는 행위다. 그리고 유권자로부터의 인정은 득표로 나타난다. 청소년 정책도 그런 바탕에서 가능한데 투표권을 규정하는 선거연령이 이를 방해하고 있다. 한국의 선거연령은 만 19세다. OECD 대다수 국가의 선거연령은 18세를 기준으로 한다. 한국이 선거연령을 만 19세로 고집하는 이유는 타당성이 별로 없다.

일각에선 교실이 정치화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청소년들을 보호 대상으로만 보는 오만한 생각이다. 청소년들도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청소년들의 정치적 관심과 선택은 장려되어야 한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등의 인권문제와 거리 청소년의 생존권 보장 등을 위해서도 청소년에게 투표권이 주어져야 한다."

- 돌아갈 가정이 없는 홈리스 청소년이 12만~14만 명으로 알려졌다. 홈리스 청소년에 대한 대책 즉,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최소한의 생존과 건강을 정부와 사회가 외면하고 있다.
"홈리스 청소년들의 처지는 심각하다. 이들에게 '삼시세끼' 개념은 없다. 먹을 게 있으면 먹고 없으면 굶거나 훔친다. 양치질도 거의 안 하므로 거리 청소년들은 대부분 치아질환을 앓고 있다. 이들이 먹는 음식 대부분이 컵라면, 과자, 빵, 음료수 등 인스턴트 음식이기 때문에 충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당장 먹고살 돈도 없고, 보호자도 없는데 병원에 간다는 건 언감생심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치과 진료는 특히 그렇다.

홈리스 청소년들에게 식사 제공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밥차' 등을 통해 소년들에게 급식하면 '밥을 주기 때문에 애들이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라며 밥을 주지 말라고 항의한다. 이는 비인간적 처사다. 우리 사회는 청소년이 학교에 있지 않은 것만으로도 준범죄자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비인간적 시각들이 홈리스 청소년의 생존과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 거리 청소년을 위한 대책이 없다고 할 순 없지 않나.
"거리 청소년들이 의식주를 단기적으로나마 해결할 수 있는 곳이 '쉼터'다. 부천과 인천 등 지자체들이 홈리스 청소년을 위한 쉼터를 운영하고 있지만 청소년들은 쉼터를 잘 이용하지 않는다. 각종 규칙 때문이다. 가정과 학교와 사회는 가정폭력 피해 청소년들을 치료하고 보호하기보다 각종 규칙으로 통제하려고 한다. 억압을 피해 탈출한 아이들은 규칙이란 억압 때문에 쉼터 이용을 거부한다.

홈리스 청소년들이 가장 선호하는 게 '자립팸'이다. 자립팸은 청소년 스스로 운영하는 공동체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 주거 공간과 음식 또는 음식 살 정도의 돈이다. 청소년들을 돕는 성인 활동가는 그들 스스로 공동체를 운영하도록 지원을 하되 간섭은 최소화하고 있다. 청소년들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면서 안정된 생활을 하는 모습을 본다. 자립팸 시도는 현재까지 성공적이다."

- 위기청소년들은 상담과 교육을 싫어한다. 상담과 교육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데도 여성가족부와 지자체, 교육청 등은 기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실적을 요구하고 민간위탁 기관들은 실적 맞추기에 급급하다. 이런 전시행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위기청소년 위탁기관들의 운영 실적은 대단하다. 상담 건수가 수천에서 수만에 이르고, 지원 건수 역시 수천 건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위탁 기관들이 대단한 실적을 거두는데도 위기청소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위기청소년을 건수로 취급하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버림받고 학대당한 데다 오갈 곳이 없어진 소년들에 대한 상담과 교육 처방은 중환자에게 붕대 갚아주는 것과 같다. 붕대 처방으론 상처를 감출 순 있지만 속으로 곪으면서 병을 악화시킨다.

위기청소년 대다수는 분노와 불신을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분노에 대한 치유와 신뢰회복이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상담과 교육 등의 지원시스템보다 아이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기다려주는 배려가 더 효과적이다. 물론 많은 시간과 정성이 뒤따라야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적 중심이 아닌 자율성이 보장된 위탁기관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실적보다 소년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면 건수를 올리지 못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저성과 기관으로 몰리면서 재정 등의 불이익을 당한다."

- 청소년 위탁기관 책임자이자 법률가로서 바람직한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청소년 정책을 청소년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청소년들은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불만을 표출한다. 쉼터 이용을 거부하는 게 단적인 예다. 쉼터를 활성화하려면 고객인 청소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청소년 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청소년들은 늘 배제당했다. 청소년 정책을 청소년에게 돌려주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투표권 확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에 필요한 도움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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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활동가들은 청소년 가정복귀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가정폭력 가정이 소년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 조호진


- 위기청소년에 대한 부천 지역사회의 움직임은 어떤가. 
"부천 지역의 민간 활동은 활발하다. 매주 금요일 밤 부천역 상상마당에 천막이 등장한다. 부천시 일시쉼터 '별사탕'과 지역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청소년 이동 쉼터다. 변호사와 의료인, 상담전문가와 청소년지도사 등 민간 활동가들이 거리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도움을 주고 있다. '세상을 품은 아이들'이란 청소년공동체는 위기청소년에게 대안 가정을 마련해주고, 자립팸 지원활동으로 청소년의 자존감과 선택권을 보장하는 등 민간단체들의 다양한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 부천과 인천 지역사회에 대한 당부가 있다면.
"부천과 인천뿐 아니라 모든 지역사회에 호소하고 싶다. 청소년 입장에서 청소년을 봐주면 좋겠다. 대부분의 어른은 머리카락을 빨간색으로 물들인 청소년을 보면 혀를 찬다. 아이들에게 빨간 머리는 비행이 아닌 패션이다. 어른들은 쉼터를 거리 청소년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공간으로 보지만 당사자인 청소년들에겐 수용시설일 수도 있다. 어른들은 부모가 기다리는 가정으로 돌아가라고 하지만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피해자인 소년들에게 가정은 살해 위협을 받는 지옥일 수 있다. 청소년을 정말 돕고 싶다면 청소년들이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어야 한다."

- 부천청소년센터의 향후 계획은.
"부천청소년센터를 성공하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부천에서 성공하면 전국의 각 지자체도 도입할 가능성이 크다. 위기청소년이 없는 지자체는 단 한 곳도 없다. 이와 함께 위기청소년 정책개발 활동을 하고 싶다. 청소년에 대한 정치권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래서 청소년 정책 역시 미흡한 부분이 많다. 부천청소년센터가 청소년 정책 제안 활동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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