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망의 힘으로 정치하자"
밀양지킴이와 세월호변호사의 '이상동몽'

[총선출마 이계삼-박주민 대담] "정치가 말고 정치활동가 돼야"

등록 2016.02.07 13:40수정 2016.02.0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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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변호사. ⓒ 권우성


똑같은 생각을 가진 두 사람이 각기 다른 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박주민 변호사와 녹색당 비례대표 경선에서 1위 득표를 한 이계삼 예비후보의 대담을 끝낸 뒤의 결론이다.

사실 이 두사람은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가장 의외의 출마자들로 꼽힌다. 이계삼 예비후보는 시골학교 교사를 사직한 2012년 1월, 송전탑 공사현장에서 한 할아버지가 분신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밀양 송전탑 사무국장이 돼 4년여 풍찬노숙을 이어왔다. 박주민 변호사는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한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쌍용차 해고자들을 도왔고,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의 법률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갑작스러운 출마라 당선 전망도 불투명하다. 박 변호사는 비례대표 약속도 못 받았고,  출마 지역구도 못 정했다. 녹색당의 지난 총선 정당득표율 0.5%를 감안하면 비례대표 후보 순번 2번인 이 예비후보는 물론 녹색당에서 당선자가 나올지도 불확실하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을 주목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두 사람이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순간 한국 공권력의 전근대성을 드러낸 밀양 송전탑, 세월호 진상규명, 제주 강정마을, 쌍용차 대량해고와 같은 사건들이 국회에서 다시 논의되고 해법 및 재발방지를 위한 모색이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오후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한 인터뷰 내용을 정리하는 게 쉽진 않았다.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 세월호 가족 이야기 등 이들이 투쟁의 현장에서 겪은 많은 이야기들이 쌓였지만 적정 분량 유지를 위해 아까워도 싹둑싹둑 잘라낼 수밖에 없었다.

소속 당만 다르고 생각이 거의 같은 두 사람의 대담 결론은 "정치가가 아닌 정치활동가가 되자"는 것이다. 또 "여의도의 문법이 아닌, 내 문법대로, 시민과 함께하는 정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예비후보는 "더민주는 박주민 변호사를 반드시 당선시켜야 한다"고 했고 박 변호사는 "이번 총선에서 녹색당의 원내 진출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이계삼 녹색당 예비후보와 더민주 소속 박주민 변호사의 대담을 정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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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변호사와 녹색당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 ⓒ 권우성


"난 결심하니까 후련, 더민주 선택하며 더 큰 번민 했을듯"

박주민(아래 박) : "입당할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많은 분들한테 알릴 수는 없었고 친한 분에게 고민을 털어놨더니, 이계삼 선생님이 녹색당 비례대표 경선에 나서면서 올린 출마의 변을 한번 보라고 추천해주셨다. 정말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이 거기 다 있었다. 그래서 입당 결심을 굳힌 상태에서 이 선생님께 제 고민과 정말 비슷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계삼(아래 이) : "그 메시지를 보고 저와 비슷한 과정으로 정치에 대한 고민 아주 깊이 하시는구나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론 친구나 동지를 만났구나 해서 반가웠다. 문자메시지에서 박 변호사님이 정치를 결심했다고는 했는데 어느 당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얕은 기대가 있었다. 박주민 변호사도 녹색당으로 한 번 끌어당겨볼까."(웃음) 

: "내가 바른 선택을 한건가 하는 의구심이 이 선생님의 출마의 변을 보고 많이 해소됐다. 나랑 같은 뜻과 생각 가진 사람이 적어도 한 사람은 있구나. 그래서 결정할 때 외롭거나 그러진 않았다."

: "난 정치를 하겠다는 결심을 하고나선 후련했지만, 결심하기 사흘 전부턴 잠도 잘 안 오고 그랬다. 지속적인 출마요청에 내가 확 넘어갔던 말이 뭐냐면 '아무리 생각해도 도저히 지금과 같은 한국의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때 '나 자신의 체면 때문에 주저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젠 정치라는 문턱을 넘기로 했다. 번민이 정리되고 나니 편하더라. 박 변호사는 아마 아직도 이런 고민 있지 않을까? 녹색당 같은 진보정당에서 정치하겠다고 하면 박수도 받고 할 텐데, 문재인 대표에 의해 더민주에 영입되는 경우니까. 훨씬 더 큰 번민이 있을 것 같다."

: "이 선생님 말처럼 문턱 넘을 때 들어오는 외부로부터의 자기규정들, 예를 들어 '너 정치하려고 그동안 그런 활동을 한 거지' '정치하려고 세월호 투쟁했지' 이런 걸 의식하게 된다. 말씀하신대로 녹색당이나 정의당으로 갔으면 마음은 훨씬 더 편했을 거다.  '그래 정치 필요하지, 그런데 왜 더민주야?' 라는 의문을 한 번 더 넘어야 되는 것이었다. 이중의 망설임과 주저함이 있었다."

오마이뉴스 : "왜 더민주를 선택했나? 국회의원 될 가능성이 더 높아서?"

: "나는 세월호 진상규명 등 그동안 해온 과제들을 볼 때, 올해가 가장 중요한 해라고 생각한다. 6월에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기간으로 기본적으로 주어진 1년 시한이 온다. 올해 안에 국회로 들어갈 수 있는 현실적인 가능성을 고려했다. 거기에 더민주가 바뀌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당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사실 지금 야권은 정치적 가치관에 바탕해 분화의 과정을 겪고 있는 게 아닐까. 더민주가 자기 색깔과 역할을 찾아가는 모습을 봤다."

: "그런 결정에는 세월호 가족들의 바람도 작용했을 것 같다."

: "세월호 가족들에게 말씀은 드렸지만 특별히 어느 당에 가라는 얘기는 안 하시더라. 세월호 가족 총회에 가서도 이야기를 했는데 다행히 더민주에 대한 반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 특별법 협상 과정에서 야당에 실망을 많이 하셨지만 새누리와 더민주가 맞붙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고려한 게 아닐까 한다."

"갈등 예방·조정법 만들자, 더 이상의 강정마을도 밀양도 없도록"

오마이뉴스 : "녹색당은 이번 총선에서 상황이 더 어려워졌다. 지난 총선에서 정당투표 득표율 0.5%인데, 현재 유력한 선거구획정안은 비례대표가 54석에서 47석으로 줄어든다."

: "3% 득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비례 의석이 줄어든 것보다 안타까웠던 것은 안철수 신당의 존재였다. 물론 박주민 변호사의 말처럼 야권이 분화되는 과정의 자연스러운 흐름이긴 하지만, 정의당을 포함한 진보 정당들이 지금까지 양당 체제에서 제3당 효과를 어느 정도 누리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안철수 신당의 등장으로 여야의 갈등과 더불어 야권까지 갈등하는 모습이다. 진보 정당의 정책적 의제를 말할 여지가 더 좁아진 것이다. 녹색당의 의제를 부각할 기회가 줄어든 게 아쉽다."

오마이뉴스 : "이번에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들의 공약이 참 다양하다."

: "지금 녹색당의 기본소득 논의를 보면 복지와 조세의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거다. 공장식 축산이나 먹거리 문제, 탈핵도 마찬가지다. 멀리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기처럼 쓰고 있는 전기만 봐도 그렇다. 실제 삶과 가까운 문제의 시스템을 바꾸자는 얘기다. 대개 실제 삶과 가까운 의제라고 하면 노동, 고용, 복지 이런 것들이었다. 녹색당이 여기에 다른 방식으로 삶에 접근하는 정당, 분명한 대안을 가진 정당이라는 걸 이번 선거에서 잘 보여주면 큰 성공이라고 생각하고 어느 때보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 : "박주민 변호사가 국회에 들어간다고 하면 딱 세월호 진상규명이 최우선 활동 목표가 되겠구나라는 생각부터 든다. 하지만 4년 내내 그 것만 하진 않을 거라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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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박주민 변호사. ⓒ 권우성


: "사실 세월호 문제 말고도 꼭 하고 싶은 게 있다. 우리나라는 가만히 보면 대통령을 직선으로 하는 것 말고는 민주주의 위한 제도가 없다. 조약을 체결할 때도 관련 절차법이 없어 결국 정부가 다 알아서 하고. 지방자치 단체도 여전히 대부분의 사무가 기관 위임 사무가 되고 있다. 중앙 정부의 통제를 엄청나게 받게 돼 있다.

사실 지방자치 단체가 뭘 하려고 해도 할 수 없다. 공권력을 다루는 검찰, 늘 정치적 중립성이 문제가 되는데 검사장 직선제나, 자치 경찰제를 도입한다거나. 사법에 있어서도 국민 참여재판 있긴있지만 요식 행위에 처해 있는데 이걸 실질화한다든지. 국민에게 실질적인 권한과 권력을 통제할 수단을 드리는 활동을 하고 싶다.

선거 제도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이익과 주장 대변할 수 있는 정당들이 쉽게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번 선거 결과가 좋다면 이 선생님과 꼭 같이 해보고 싶은 게 있다. 갈등 예방·조정 법률을 만들어 통과시키는 거다. 밀양 송전탑 투쟁 때도 갈등을 조정하고 예방할 수 있는 법률을 만들어보자고 이야기를 많이 했다."

: "맞다. 국책사업할 때 일 다 저질러 놓고, 지역민이 투쟁을 시작하면 이미 시기가 늦어 버린 경우가 많다. 그런 걸 예방할 수 있는 법적 장치들 만들자고 같이 이야기했다."

: "노무현 대통령 때 이미 만들려고 했다. 사전에 충분히 지역민들에게 설명 안하고, 지역민이 말할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게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상황이니, 충분히 말하고 충분히 설명 듣도록 절차법을 만들어보자고 했다. 그때 법안까지 만들었지만 제대로 논의도 안됐다. 그런 법안이 실질화되면 밀양도 강정마을도 길거리에서 투쟁할 필요가 없어진다."

: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법이지 않은가. 법안이란 게 발의는 할 수 있지만 통과는 엄청난 과정이 필요한 거더라. 그런 절차들이 법에 명시되면 기존 기득권과 대자본, 그리고 그들과 유착된 관료들이 이권을 뺏기고 설자리 잃으니까 그렇겠지. 쉬운 일은 아니다."

: "이런 법과 제도가 없더라도, 정부가 국책 사업에 지역주민들을 참여시키면서 잘 추진하면 되는데 안 하는 이유가 뭘까. (지역민의) 의견을 구하기 시작하면 공사를 아예 못할 거라는 공포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제도를 갖고 있는 외국의 사례 보면 오히려 지역민을 설득해서 진행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고 사업이 잘 된다. 사실 그게 진짜 민주주의 아닌가. (한국은) 공사한다고 소문나기 전에 빨리 밀어붙여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게 박혀있다 보니 더 많은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

"세월호 가족들 맞은 밀양 어르신들 보자마자 서로 눈물"

오마이뉴스 : "세월호 가족들, 강정마을 주민들, 밀양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오히려 트라우마를 입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같은 상황이 일어나지 않도록 국회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밀양에선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5~10개월 움막에서 먹고 자는 농성을 하면서 (2014년) 6.11 행정대집행을 앞두고 대책위 입장에선 충돌까지 가게 되면 너무 끔찍한 상황이니. 새로운 논의에 불을 붙여야 한다고 판단하고 국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문재인 의원한테도 밀양을 방문해달라고 했고, 김한길 대표 등 여러 의원에게도 얘길 했다. 또 산업통상자원위원회 회의가 열리면 안건으로 올려달라고 했다. 이 어르신들이 노구를 이끌고 했던 움막 숙박농성의 5개월 10개월의 에너지와 열정이 실제론 산자위 회의 안건 하나의 값을 하는 무게였던 것이다. 결국 산자위에서 밀양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

: "강정마을 때는 국회를 통해 싸웠던 게 해군기지 공사예산을 책정하지 말아달라는 것이었다. 소송도 진행중이고 환경영향평가를 다시 요청한 상태니 기다려달라면서 국회의 역할을 기대했다.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과 관련해 국회 처마 밑에서 4개월 풍찬노숙을 하고 600만이 넘는 서명용지 전달하고 여야 압박을 했지만 국회 논의 과정을 세월호 가족들이 지켜보겠다는 것도 거절당했다. 당사 점거도 했지만 결국 의원들끼리 이야기하면서 특조위에 수사권과 기소권 없는 답답한 수준의 특별법이 통과됐다.

어떻게 국민들이 피를 토하면서 해달라 한 걸 국회는 왜 못 받아들일까. 여든 야든 필요하다면 받아들이고 다른 생각 갖고 있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건데, 당시는 국회가 마치 철옹성 같단 느낌을 받았고, 국민보다는 특정 정치세력을 우선 생각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런 걸 바꿔야 한다."

: "밀양 어르신들이 세월호 엄마 아빠들도 자주 만났다. 밀양 어르신들은 기호 1번만 찍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데 기본적으로는 농민들이셔. 순수하신 분들이다. 하지만 송전탑 건설로 인한 국가 폭력의 피해자이기 때문에 세월호 아빠 엄마들의 고통에 화살처럼 감정이입되는 걸 봤다. 세월호 엄마, 아빠들이 밀양에 오셔서 간담회를 했는데 어르신들이 눈물 흘리셨다. 세월호 엄마, 아빠들도 굉장히 지쳐 있었는데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뵈면서 활동할 수 있는 힘을 얻으셨다고 하더라.

그 이후에는 1박 2일로 여행을 온 적도 있는데, 4개 마을에서 세월호 가족들을 먹이려고 밥을 준비했다. 밀양 투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좋은 밥이 나왔다(웃음). 생판 처음 만난 세월호 엄마들과 밀양 어르신들이 서로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더라. 밀양 어르신들한테는 10년동안 땅과 집을 뺏기면서 수모 많이 당했지만, 자식 잃은 젊은 엄마 아빠들의 고통만큼 크진 않다는 이런 측은지심으로 만나셨다. 세월호 엄마 아빠들은 십년동안 투쟁한 어르신들 보면서 오히려 친정 부모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것들도 풀어놓으면서 마음을 다독였다고 하더라."

: "국가폭력의 피해자,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한 분들끼리는 참 뜨겁더라. 광주 민주화운동에서 가족을 잃으신 분들도, 밀양에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 분들도 그렇고. 세월호 가족들이 밀양엘 가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저렇게 싸우시는데 우리가 지치면 되냐 이런 말씀 많이 하셨다."

"정치가가 아닌, 밑바닥 열망의 힘으로 움직이는 정치활동가"

오마이뉴스 : "하지만 시민단체를 이끌던 분들이 국회에 들어가서 벽에 부딪히는 상황을 많이 봤다.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면서 강경한 행보를 보이면 의원들 사이에서 '왕따'가 되는 듯한 분위기도 있다. 선명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동참시키는 능력도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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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총선에서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 ⓒ 권우성


: "녹색당이 원내에 진출할 때 기성 정치인들이 어떻게 나올지는 예측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말해 '왕따'다. 지금 일종의 정치가 계급이 존재한다. 초선 의원이 재선 3선되면서 이 정치가 계급에 편입되는 정도가 더 심해지는 것 같다. 하지만 박주민 변호사에겐 세월호 가족들, 저어겐 밀양어르신들이라는, 우리가 정치를 하는 분명한 준거존재들이 있지 않나. 협력을 통해 일을 이뤄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정치가들 사이의 거래가 아니라 밑바탕에 깔린 열망의 힘으로 협력을 이뤄내야 한다. 국회의원은 그 열망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나나 박 변호사는 국회의원이 된다 해도 정치가로서의 개인이라는 자의식이 아니라 밀양 문제를 해결하라는 열망, 세월호 진상규명을 이루라는 열망이라는 출발선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의원들을 설득하고 협력하는 이전에 우리 사회가 겪은 큰 고통과 수많은 눈물을 국회의 문턱을 넘어 제대로 대변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정치가가 아니라 정치활동가로 불리고 싶다."

: "시민단체에 있다가 국회의원이 되신 분들은 대개 우선 당 내에서 인정받아야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저는 당 내의 인정받기를 먼저 추구하기보다는 제가 주장해왔던 의제들의 힘으로 뭔가 해보고 싶은 생각이다.

전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소선거구제에서 독일식 비례대표제로 전환한 뉴질랜드 선거 제도 개혁의 사례를 보면. 일부 의원들이 시민단체와 연대해서 줄기차게 개혁 분위기를 고양시키면서 결국 국민투표로 독일식 비례가 도입됐다. 최근 스페인에서도 좌파 신생정당이 시민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정책을 생산하고 후보들을 내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

막스베버가 정당을 머신이라고 했다. 정당이란 기계장치 같아서 어떤 사람이라도 이 머신에 종속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신기하게 대중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는 사람, '데마고그'가 나타나면 이 정당이 개인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다. 표를 먹고 살아야하니까. 이 선생님 말처럼 정치권으로부터 소외된 대중의 열망과 고통받는 사람들을 충분히 대변하는 활동으로도 성과를 낼 수 있지 않을까."

: "그런 방식으로 뿌리 내려야한다. 기존 체제의 틀 안에 그 일원으로 들어가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각각 독자적인 존재로 자리잡아야 한다."

"여의도 문법 아닌, 내 문법대로 시민과 함께 하는 정치 충분히 가능"

오마이뉴스 : "이계삼 후보는 91학번, 박주민 변호사는 93학번으로 386·486세대 이후에 학생운동을 해왔고 각자 투쟁의 현장을 지키던 분들이다. 국회 들어가면 이거 하나만은 이전 세대들과 다르게 할 수 있다는 게 있다면."

: "이전 세대 선배들보면 '대장들'이다. 사회적인 열망을 대표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으시던 분들이다. 대장들은 차려진 밥상을 드시던 분들이고 저희는 밥상을 차리던 사람들이다. 밀양 송전탑으로 상경투쟁을 하면서 박 변호사를 만났는데 변호사가 온다고 했는데 큰 배낭가방을 메고 목에 블루투스를 걸고 왔다.

전혀 변호사같이 보이지 않는 사림이 와서 활동가들과 함께 어르신들을 챙기고 왔다갔다 실무를 하는 모습이 좋았다. 세대론적으로 말하고 싶진 않지만, 이런 사람들이 정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운동하던 사람이 정치가 계급으로 편입되는 게 아니라 의회 밖의 투쟁을 의회에서 확장하고 심화하는 그런 정치활동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가가 아니라 정치활동가라는 말에 완전히 동의한다. 그동안 활동했던 분들과 같이 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재선 3선이 정치활동의 목적이 아니라. 바깥의 목소리들을 어떻게 의회 내로 전달할 건가가 정치활동의 목적이 돼야 한다. 저도 그렇게 활동하고 싶고, 그게 가능할 거라는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기 때문에  더민주에 입당하기로 결정했다. 여의도 문법대로 살지 않고. 내 문법, 시민과 같이했던 문법대로 활동하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걸 통해 정치를 바꿔야한다. 내가 바뀌는 게 아니라."

: "이번에 꼭 국회로 들어가야겠지만 설령 실패하더라도, 한번 정치 문턱을 넘으면 되돌아가지 않겠다. 어떤 식으로든 정치를 하겠다. 원내 진출에 실패해도 밀양에서 녹색당 활동을 열심히 할 거다. 사실 전에는 밀양 안에서 활동하면서도 왠지 쑥스러웠다. 내가 원래 학교 선생인데 졸업시킨 수많은 졸업생들이 다니는 밀양 시내에서 피켓 들고 마이크 들면서도 쑥스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쑥스러움 없이 정치를 하겠다. 어르신들과 탈핵, 탈송전탑 운동을 녹색당의 이름으로 당당하게 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정치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으니 홀가분하다."

: "고민이 많이 진정되신 거 같다. 이 선생님의 말을 들으면서 지금 나한테 부족한 부분을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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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이계삼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사무국장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변호사. ⓒ 권우성




오마이뉴스 : "녹색당은 비례대표가 당선자가 나오면 후보들이 돌아가면서 의원이 되는 임기순환제를 공약했다. 그게 참 재밌는 게, 누구 한명 국회의원을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활동가들이 의석 하나를 갖고 마음껏 활용하는 그런 상황에 예상된다." 

: "나는 탈핵, 탈송전탑, 교육분야로 활동하겠지만, 녹색당에는 동물권, 소수자 인권 등 다양한 의제그룹이 있다. 녹색당은 국회 문 열고서 당선자 혼자 뛰어들어가지 않을 거다. 벌어진 국회의 문틈에 버티고 서서 당원과 수많은 의제들이 들어오게 할 것이다. 의원과 의원실은 다양한 의제와 활동들을 국회 안에서 코디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예컨대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도의 수준의 기본소득을 보장하는 법안으로 국회 안에서 계속 토론하고 이해관계자 당사자들과 계속 다듬어 갈 것이다. 소수자 인권 관련한 내용들도 4년안에 다 입법되기는 어렵겠지만. 충분히 다른 당도 받아들여 입법에 동참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정말 괜찮은 정책이다. 새누리당뿐 아니라 원내의 다른 당들도 괜찮은 법인이라면 의논하고 밀어주는 풍토가 절실하다. 이 법안은 우리당 법안이니 밀어주고 저 법안은 다른 당 법안이니 반대하고 외면하는 그런 문화는 이제 없어졌으면 좋겠다.

이번 총선에서 녹색당이나 정의당이 선전한다면 더민주도 많은 긍정적인 고민을 할 것 같다. 전 종국적으로 국회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들어오는 게 맞다고 본다. 지금 그걸 막고 있는 것은 선거제도이고, 이 후진적인 선거제도 개선은 정말 필요하다."

"더민주, 박주민 반드시 당선시켜야"... "녹색당 원내진출 해 새 흐름 만들어야"

: "박 변호사가 꼭 국회에 들어가셨으면 한다. 세월호를 생각하면 국회가 이래선 안 된다. 박 변호사가 그동안 많은 서민 노동자들의 현안에 발 벗고 나섰지만 정치를 하도록 힘든 결정을 하게 만든 것도 세월호 투쟁이었다고 생각한다. 밀양 투쟁이 중요한 만큼 세월호 투쟁은 정말 중요한 문제다. 더민주 당원이나 지지자들이 박주민 변호사 반드시 당선되도록 도왔으면 좋겠다."

: "이 선생님이 정말 훌륭한 분이란 건 다들 아실 거고, 녹색당의 원내진출로 우리 정치에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또 저나 이 선생님 보시면서 시민들이 정치를 보는 관점에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정치는 필요하다고, 중요하다고 하면서 한편으로는 정치는 지저분한 것이라는 관점이 팽배한데 이에 대한 수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시민운동하다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정치권으로 들어가서 풀어보고, 어?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했는데도 잘 안 된다고 하면 다시 시민운동으로 자유롭게 왔다갔다 할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저나 이 선생님 이 이번 선거에서 잘됐으면 좋겠지만 결과가 어찌됐든 정치를 바라보는 관점에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이계삼 #박주민 #세월호 #송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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