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가동중단, 오히려 남한 제재?

정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동북아 '완충지대'마저 사라지나

등록 2016.02.10 20:45수정 2016.02.11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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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최종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4월 3일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면서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던 화물차들이 개성행을 포기하고 차량을 돌리는 장면 ⓒ 권우성


개성공단 중단, 박근혜 정부에서만 두 번째

북한이 지난달 6일 4차 핵실험을 진행한데 이어 7일 인공위성 광명성4호를 탑재한 장거리로켓을 발사하자, 박근혜 정부는 이를 '도발'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응으로 '개성공단 전면중단' 카드를 꺼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0일 오후 5시 "우리 정부는 더 이상 개성공단 자금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에 이용되는 것을 막고, 우리 기업들이 희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중단하기로 결정했다"는 정부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최종 결정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날 미·일 정상과 전화통화를 하고 "유엔 안보리 결의와는 별도로 양자 및 다자 차원에서 다양한 제재 조치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개성공단을 북한을 제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은 남북교류의 마지막 끈을 끊는 것으로, 사실상 남북관계의 완전한 단절을 의미한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지난 2013년 4월 중단 이후 두 번째다. 지난 2013년 2월 12일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자, 우리 정부는 강경한 방침을 발표했다. 그 뒤 이어진 한미 군사훈련을 이유로 북한은 4월 9일 개성공단에서 북한 노동자를 전면 철수했다.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먼저 개성공단 전면 중단 카드를 꺼냈다. 개성공단은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사건과 5.24조치 그리고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 때도 가동되면서 남북 간 대화와 교류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때 두 번이나 가동이 중단되는 파행을 겪게 됐고, 이번에는 잠정 중단도 아닌 '전면 중단' 사태를 맞게 됐다.

입주기업 피해 불가피할 전망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을 잠정 중단도 아닌, 강경한 어조로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하자 입주기업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이다. 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는 정부가 가동 전면 중단을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삼청동 모처에 모여 대책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홍용표 통일부장관은 정부 성명 발표에 앞서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입주기업협회 관계자들을 만나 가동 중단 조치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이 자리에서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정부 방침에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기업협의회는 정부 발표 후에도 여전히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개성공단은 현재 1단계 부지개발을 마친 상태로, 기업 124개가 입주해 있으며, 이들이 고용한 북한 노동자는 5만 4000여 명에 이른다.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는 버스 287대를 동원해 이들의 통근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개성공단의 생산액은 약 5억 6000만 달러로 국내총생산(GDP)의 약 0.04%를 차지한다. 정부는 이를 토대로 가동 중단에 따른 경제피해가 미미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입주기업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124개 입주기업의 월평균 매출액은 약 600억 원으로, 가동 중단 기간이 늘어날수록 납품피해가 늘어날 전망이다. 또한 투자해 놓고 가동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재고는 경영악재로 작용할 가능성 높다.

실제로 2013년 개성공단 중단 사태 때 입주기업이 통일부에 신고한 피해액은 현지 투자액(5437억 원)과 원청업체 납품채무(2427억 원), 재고자산(1937억 원) 등 1조 566억 원이었다. 그리고 이중 통일부가 증빙자료로 확인한 피해 금액은 7067억 원에 달했다.

개성공단 가동중단 북한제재 실효성 의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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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라산출입사무소 긴장 고조 10일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최종 결정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4월 3일 북한이 개성공단 출입을 통제하면서 경기도 파주시 도라산출입사무소 입경통로에 출입통제선이 설치되어 있는 장면 ⓒ 권우성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정부 발표에 드러난 바와 같이, 개성공단에서 발생하는 북측 노동자 임금이 북한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해, 북한 경제를 제재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남북관계에서 개성공단이 차지하는 상징성을 차치하더라도 이 제재의 실효성은 논란거리다.

개성공단 북측 인건비는 2014년 기준 약 8840만 달러다. 이 해 개성공단의 연간 생산액은 4억 6997만 달러로 인건비 비중은 18.8%에 불과했다. 이유는 인건비를 제외한 원자재와 부품 대부분을 남측에서 가져다 쓰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서 북한이 거둬들이는 외화는 북한의 대외무역 규모(약 70억∼80억달러)의 1%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북한 전체 무역규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지만, 개성공단 노동자 5만 4000명과 그들의 가족은 생계에 타격이 불가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반면, 경제제재 효과가 미미하고 오히려 우리 경제에 타격이 클 수도 있다. 개성공단이 한국경제에 미친 계측자료(=한국은행·한국산업단지공단 2014)를 보면, 부가가치생산액은 2.6조~6조 원, 생산유발액은 3.2조~9.4조 원 규모다.

즉, 북한이 임금으로 8840만 달러를 벌면, 남한은 약 13억~26억 달러를 벌었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북한경제는 8840만 달러가 사라지는 것에 불과하지만, 한국경제는 최소 15배 이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김진향 KAIST 미래전략대학원 연구교수는 지난해 11월 "2013년 북한이 4월부터 9월까지 개성공단 가동을 중단했을 때 당시 최대치의 경제성장을 이룩했다"고 분석했다. 개성공단이 북한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미미했던 셈이다.

동북아시아 '완충지대'마저 격랑 속으로

북한이 위성을 발사한 후 박근혜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주한미군 배치 논의를 시작하면서 동북아정세가 격랑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개성공단 전면 중단카드까지 꺼내자,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한국경제의 대외 신인도를 유지할 최소한의 '완충지대'마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개성공단 중단으로 이미 박근혜 정부의 통일대박론, 동북아평화협력론은 산산조각 났으며, 주한미군 사드배치 논의시작으로 중국과의 동북아평화협력과 러시아와의 유라시안이니셔티브도 깨졌다.

더 큰 문제는 한국경제에 있다. 인하대 최정철 교수는 "개성공단은 서울에서 불과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곳으로, 북한의 무력이 집중돼 있던 지역이다. 국제적 관점에서 보면 개성공단은 남북한은 물론 남-북-중-미-러-일이 첨예하게 대치하는 동북아시아에서 대외적으로 중간지대,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 이 중간완충지대가 사라지면, 한국 경제에 대한 국제 신인도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앞서 북한이 광명성4호를 발사하자,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탄도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의 중단과 이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체의 투발을 금지'한 UN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2094호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북한은 우주공간의 평화적인 이용을 위한 조약(UN 우주조약)에 의거한 주권 행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국제사회의 공조를 통해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임을 경고했다. 유엔 안보리는 현재 대북제재 결의안을 준비 중이며 다음 주 타결될 전망이다.

하지만 안보리 결의에 거부권이 있는 중국과 러시아는 석유공급 중단 등의 경제적 제재엔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북한의 위성발사에 대해서 유감을 표명하긴 했지만, '대화와 협상'을 강조했으며, 남한의 사드배치에 대해서는 '깊은 우려'를 표한 뒤 '신중한 처리'를 촉구했다.

안보리 '북한 제재 결의안' 채택이 아닌 제재를 채택하려면,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필수다. 그런데 사드배치는 중국을 자극하고 있어, 제재 동의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개성공단 가동 중단은 박근혜 정부의 독자적인 대북제재 방안으로 풀이 된다.

인천평화복지연대 이광호 사무처장은 "개성공단 중단으로 애꿎은 입주기업만 피해를 보고, 경제적 피해 또한 남측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박근혜 정부의 벼랑 끝 전술로 동북아시아 정세가 냉전시대로 회귀하고 있다"며 "개성공단은 천안함 침몰 사건과 연평도 포격사건 때도 유지된 남북 교류와 대화의 마지막 보루다. 동북아정세가 냉전으로 치달으면 한반도가 곧 전쟁터가 된다. 냉전일수록 남북이 먼저 대화로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광명성4호 #박근혜 #사드(THAAD) #남북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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