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는 아버지가 곱다

[시골에서 책읽기] 안성진, <하루 10분 아빠 육아>

등록 2016.02.14 17:50수정 2016.02.1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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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0분 아빠 육아>(가나북스,2015)를 쓴 안성진 님은 아이들을 사랑하는 여느 아버지 가운데 하나입니다. 안성진 님은 회사원으로 일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도맡아서 보살피지 못합니다. 다른 회사원도 엇비슷할 텐데, 아침에 일찍 일터로 가서 저녁에 늦게 집으로 돌아오지요. 아이들이 유치원을 다니거나 학교를 다닌다고 하더라도 아이들한테 밥을 챙겨 준다든지, 아이들 옷을 챙겨 입힌다든지, 아이들이 새롭게 배울 것을 찬찬히 살펴서 알려주기란 어려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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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그림 ⓒ 가나북스

이리하여 안성진 님으로서는 '하루 10분'을 다짐합니다. 적어도 하루에 10분씩 오롯이 아이하고 얼굴을 마주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놀겠노라 하고 다짐합니다.


지금 중년 세대들의 어릴 적 부모들은 다 살갑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냥 저절로 크는 거라고 믿었다. 그러니 어떻게 키울 것인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문제는 이렇게 훌쩍 크고 나니 부모 자식 간의 사이가 어색하다. (17쪽)

표현이 어색한 아버지들이 단골로 하는 말이 있다. '꼭 말로 해야 알겠느냐?'고. 이렇게 대답하고 싶다. '네, 꼭 말로 표현하세요!'라고. (24쪽)

아이하고 하루 10분 동안 얼굴을 마주하겠노라 하는 다짐은 어떠할까요? '고작 10분'일까요? 아니면 '10분씩이나'일까요? 안성진 님은 <하루 10분 육아>라는 책을 빌어서 '10분'을 말씀하는데, 10분이란 두 가지 뜻입니다. 첫째, 참말로 꼭 10분은 아이하고 두 눈을 마주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자는 뜻이에요. 잔소리나 꾸중을 늘어놓는 10분이 아니라, 살가우면서 따스한 기운이 흐르는 이야기로 10분을 누리자는 뜻이에요. 둘째, 10분은 상징입니다. 아이하고 날마다 10분씩 살가이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놀이를 즐길 줄 안다면, 10분이 아닌 한 시간이나 두 시간도 얼마든지 이야기꽃을 피울 만합니다. 온 하루를 마음껏 누릴 수 있어요.

이를테면 설이나 한가위에 모처럼 '회사일을 안 하고 쉰다'고 한다면, 이때에 이 나라 수많은 여느 아버지는 아이하고 어떤 나날을 보낼까요? 회사 걱정을 안 해도 되는 며칠 동안 아이하고 얼마나 재미있는 하루를 지을까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몹시 바쁘기에 주말에만 놀자고 아이를 달랜다면 '한집에 살아도 주말 아버지'가 될 텐데, 아이를 낳고도 '주말 아버지'로 산다면, 이러한 삶은 얼마나 기쁠 만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아무리 바쁘거나 힘들더라도 '하루 10분'은 꼭 아이를 바라보고 아이만 생각하며 아이하고 함께 짓는 보금자리 살림살이를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하루 10분 육아>라고 할 만합니다.


심신이 지쳐 힘들 때도 아이들과 놀아 줄 수 있어야 하고 기분이 다운되어 있어도 아이들과는 즐겁게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30쪽)

평소 아이와 대화가 없는 아빠라면 아이의 마음을 읽을 기회를 갖지 않는 것과 같다. (48쪽)

정작 중요한 것은 아이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여기에 소홀하면 실패하는 육아를 하는 것과 같다. (61쪽)

아침이 되면 마당으로 내려가서 나무를 바라보며 아침 인사를 합니다. 저녁을 지나 밤이 가까우면 손발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뒤에 다시 마당으로 내려와서 하늘을 바라보며 별한테 밤 인사를 합니다.

나는 온 하루를 아이들하고 함께 보냅니다. 나는 시골집에서 밥짓고 빨래하고 집안일을 도맡는 아버지로 지냅니다. 이러면서 집살림을 건사하는 일을 합니다. 한 해에 몇 차례쯤 혼자 바깥일을 보러 시골집을 떠나는 날이 있지만, 아침부터 밤까지 늘 아이들 곁에서 하루를 보냅니다.

어느 모로 본다면 나는 아이들하고 '하루 10분'이 아닌 '하루 내내' 지낸다고 할 텐데, '때와 곳(시간과 공간)'을 함께 보낸다고 해서 '아이 마음 읽기'를 늘 한다고는 여길 수 없습니다. 밥상맡에 함께 둘러앉는다고 해서 '하루 10분'이 아니라, 밥상맡이 아이들한테 '즐겁게 웃으며 이야기를 누릴 자리'가 되도록 북돋울 때에 비로소 '하루 10분'인 셈이에요.

나무한테 인사를 하든, 별한테 손을 흔들든, 달과 해를 함께 바라보든, 흙과 풀을 함께 만지든, 자전거를 함께 달리든, '같이 있다'를 넘어서 '같이 짓는다'는 이야기가 있어야 비로소 '하루 10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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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데리고 읍내로 마실을 다니면,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곯아떨어집니다. 가방도 메고 아이도 안으면서 천천히 고샅을 걸어가지요. ⓒ 최종규


우리 아이들을 위해 투자하는 시간은 아이들도 즐겁고 부모인 나도 즐거운 일이다. (73쪽)

아이와 함께 나가게 되면 이렇게 한 번 해 보기 바란다. 아이가 집에 가자고 할 때까지 아무 말 않고 그냥 놀아 주는 것이다. (115쪽)

이제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인 아이들에게 저녁이면 책을 읽어 준다. 결심한 대로 매일 읽어 주기가 쉽지는 않지만 말이다. (162쪽)

안성진 님은 <하루 10분 아빠 육아>라는 책 겉그림에 "육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자녀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같은 글월을 뚜렷하고 새겨 넣습니다. 아이를 돌보는 몫은 어머니한테 넘길 일이 아닐 뿐 아니라, 돌봄이 아줌마를 쓴다고 될 일이 아니요, 아이들을 시설이나 학교나 학원에 보내면 끝이 나는 일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아이들은 어버이한테서 배우려고 태어나니까요. 아이들은 어버이하고 함께 살면서 생각을 키우고 사랑을 받으려고 태어나니까요. 아이들은 어버이하고 어깨동무하면서 이 삶을 아름답게 가꾸려는 꿈을 품으려고 태어나니까요.

<하루 10분 아빠 육아>를 읽으면, 안성진 님은 '아이 아버지'인 이 땅 '이웃 아버지'들한테 '육아책'을 바지런히 챙겨서 읽자는 이야기를 힘주어 밝히기도 합니다. 오늘날 아버지로 사는 수많은 한국 사내는 어려서부터 '아이 돌보기'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 아이를 낳은 뒤에라도 아이를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가를 처음부터 차근차근 배우자고 이야기해요. 이제껏 제대로 배운 적이 없으니 집일이나 아이한테 등을 돌리면서 회사일이나 바깥일만 챙기는 몸짓이 되지 말고, 아이가 모든 삶을 새롭게 배우듯이 아버지도 모든 집일이나 돌봄을 새롭게 배울 노릇이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든 즐거워야만 오래 꾸준히 할 수 있다. 즐겁지 않은 일을 의지만 가지고 해내기란 쉽지 않다 … 사랑하게 되면 대상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반대로, 알게 되면 더 좋아지고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잘 알고 있는 것 익숙한 것에 관심을 가지고 더 배우고 싶어한다. (19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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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에도 흙놀이가 재미있는 아이들은 손이 얼어도 '흙떡 빚기' 놀이를 즐깁니다. 나는 아이들이 흙놀이를 마치고 집안으로 들어올 적에 언손을 바로 녹일 수 있도록 물을 끓여 놓고 주전부리를 챙겨 놓습니다. ⓒ 최종규


우리는 모두 아기로 이 땅에 태어났어요. 나도 곁님도 아이들도 모두 아기로 태어났어요. 나는 어릴 적에 우리 어버이한테서 넉넉히 사랑받았을 수 있고,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을 수 있어요. 나는 어릴 적에 어떤 나날을 보냈든, 오늘 이곳에서 아이들하고 새롭게 보금자리를 지으면서 살림을 가꾸는 어버이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어릴 적에 기쁘게 사랑받은 아이로 자랐으면, 오늘 이곳에서 우리 아이들한테 기쁘게 사랑을 물려주는 살림을 꾸리면 돼요. 내가 어릴 적에 제대로 사랑받지 못하는 아이로 자라야 했으면, 오늘 이곳에서 새롭게 사랑을 길어올려서 우리 아이들한테 새로 짓는 사랑을 나누어 주는 살림을 꾸리면 되고요.

아이는 언제나 사랑을 바란다고 느낍니다. 아이는 저희한테 돈을 달라 하지 않아요. 아이는 늘 사랑을 바라지요. 아이는 저희한테 장난감을 달라 하지 않아요. 때로는 장난감을 놓고 투정을 할 테지만, 아이는 '사랑'하고 '장난감' 사이에서 늘 사랑을 손에 쥐고 싶어요. 그러면 우리 어버이들은, 우리 아버지들은, '사랑'하고 '일' 사이에서 어느 쪽 길을 걸을 때에 즐거울까요? 삶을 곱게 짓는 슬기로운 숨결은 어떻게 가꿀 만할까요?

하루 10분이 어렵다면 하루 1분이라도 아이하고 웃음으로 노래하고 춤추면서 이야기하는 몸짓이 될 수 있어야지 싶습니다. 하루 10분을 누린다면 하루 11분, 하루 12분, 하루 13분 …… 이렇게 시간을 늘리면서 더욱 재미나면서 알찬 나날을 짓는 몸짓이 될 수 있어야지 싶어요.

아이를 사랑으로 키우는 아버지가 고운 어른으로 일어서리라 생각해요. 아이를 사랑으로 돌보는 아버지가 착한 어른으로 우뚝 서리라 생각해요. 아이를 사랑으로 어깨동무하는 아버지가 참다운 슬기로움을 가슴에 품는 어른으로 살아가리라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하루 10분 아빠 육아>(안성진 글 / 가나북스 펴냄 / 2015.11.25. / 13000원)

이 글은 글쓴이 누리사랑방(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하루 10분 아빠 육아 - 할 일 많은 직장인 아빠의 육아법, "육아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자녀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안성진 지음,
가나북스, 2015


#하루 10분 아빠 육아 #안성진 #육아일기 #육아책 #삶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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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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