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힐러리가 닮은꼴? 직접 비교해봤더니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 ③] '준비된' '여성' 대통령의 현주소

등록 2016.02.29 12:17수정 2016.02.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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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당시 슬로건은 '준비된 여성대통령'이었다.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는 선거운동에 이 슬로건을 주력적으로 사용했고, 당선 이후에도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당시 언론에서도 이러한 점을 두고 외국의 유명 여성 지도자들과 박근혜 대통령을 비교하는 기사를 여러 번 실었다. 심지어 2014년 1월, 한 종합편성채널에선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인공인 '엘사'와 박근혜 대통령을 비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하지만 집권 3년 차, 박 대통령의 '준비된'과 '여성'에 대해 회의감이 드는 부분이 적지 않다. 잇따르는 인사 참사, 세월호·메르스와 같은 위기상황에 대한 무능력한 대처, 국회 탓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무책임적인 태도를 보면 된 '준비'가 있었지는 의문이다. 또한 OECD최고 수준인 남녀 임금 격차, 누리과정 공약파기, 경력 단절 여성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재 박 대통령이 강조한 '여성' 역시 의문점이 남는다.

대만의 박근혜?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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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차이잉원 인생 비교① (출생~30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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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차이잉원 인생 비교② (40대~현재) ⓒ 김윤주


2016년 1월, 대만의 차이잉원이 총통에 당선했다. 차이잉원은 중화권 최초 여성 지도자라는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교됐고, 한국 언론은 차이잉원을 두고 '대만의 박근혜'라고도 표현했다. 차이잉원이 대만에서 '선거의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각종 선거에서 승리를 이끌었던 점, 당 대표를 지낸 점, 미혼이라는 점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과 유사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이유 외에 큰 차이가 있다. 차이잉원은 정계 입문 전에도 행정원 경제부의 고문을 맡고, 대만의 WTO 가입을 위한 수석교섭대표를 맡는 등 대만의 정치·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대외적으로 이렇다 할 정치·경제적인 활동을 보여준 게 없다. 제대로 된 준비 과정이 미비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지점이다.

같은 환경, 전혀 다른 선택... '아웅산 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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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아웅산 수치 인생 비교 ①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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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아웅산 수치 인생 비교② ⓒ 김윤주


환경을 따지고 보면 박근혜 대통령과 미얀마의 아웅산 수치가 가장 비슷하다. 특별한 아버지를 지녔다는 공통점 때문에 많이 비교가 되고 있지만, 삶의 방향에서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아웅산 수치는 1988년 미얀마로 귀국 후 '군사 통치 반대 집회(8888항쟁)'에 참여하면서 미얀마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로 부상했고, 그 여파가 지금에까지 이르러 미얀마 국민으로부터의 지지를 받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시민 편에서 민주화에 역할을 하지 않았다. 몇 차례 사과한 바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재 역시, 다시 5.16 군사 쿠데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을 번복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퍼스트레이디의 전혀 다른 준비 '힐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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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힐러리 인생 비교① (출생~30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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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힐러리 인생 비교② (40대~현재) ⓒ 김윤주


미국의 힐러리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과 힐러리 모두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힐러리는 영부인 재임 중 관례를 깨고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웨스트윙에 영부인의 집무실을 뒀을 만큼 여러 정책에도 관여했다. 비록 실패에 그쳤지만, 의료개혁에도 손을 댈 만큼 적극적인 태도로 임했다.

힐러리가 정계에 입문한 것이 빌 클린턴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정계에 입문한 박근혜 대통령과 공통점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힐러리는 클린턴 대통령이 당선되기 이전에도 닉슨 대통령 탄핵위원회에서 조사위원을 맡았으며, 지미 카터의 대선운동에도 참여하는 등의 정치 참여를 지속적으로 해왔다. 또한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국무장관을 역임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박 대통령과 대비된다.

통합의 아이콘-분열의 아이콘... 메르켈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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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메르켈 인생 비교① (출생~30대) ⓒ 김윤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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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메르켈 인생 비교② (40대~현재) ⓒ 김윤주


메르켈 총리도 박근혜 대통령과 자주 비교되는 여성 정치인이다. 하지만 메르켈과 박근혜의 공통점이라고는 성별과 대학에서 이공계를 전공했다는 점뿐이다. 박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 대해 "원칙과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닮았다"라고 했다. 하지만 임기 초기부터 지금까지 공약을 폐기하고 후퇴하는 모습과 인사 부분에서의 원칙 실종 문제, 이른바 '박근혜의 적은 박근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과거와 현재의 발언이 대치되는 점 등에서 원칙과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다.

또한, '메르켈은 무엇이든 다 먹는다'고 독일 사람들이 이야기할 정도로 독일 통합에 힘쓰고 있다. 반면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폐쇄하는 등 남북관계를 경식시키는 것도 모자라 공약으로 내세운 국민대통합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실제 경실련이 지난 2015년 2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민대통합 공약의 완전이행률은 0%였다.

이러한 여성정치인들과 박근혜 대통령이 살아온 인생을 비교해본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시절 그렇게 외쳤던 '준비된 여성 대통령'으로써 어떠한 준비를 해왔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이런 단순 비교만으로 그들의 삶을 판단하는 것에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들이 동 연령대에 자신의 분야에서 어떠한 활동을 해왔는지를 비교해보는 것이 준비된 여성 정치인인지 아닌지를 조금이나마 파악할 수 있는 지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난 기사 보기]

① 박근혜 3년은 한마디로 '아빠 따라하기'
② 3분 영상으로 보는, 박 대통령 '자신과의 싸움' 3년
덧붙이는 글 (사)시민의날개 김윤주 간사입니다.
#박근혜 #힐러리 #차이잉원 #메르켈 #인생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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