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정 눈물 뺀 '힐러' 이석현
"이 양반이!" 조원진엔 '버럭'

이석현 국회부의장 필리버스터 진행에 누리꾼 '박수'

등록 2016.02.26 16:32수정 2016.02.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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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26일 새벽 국회에서 열린 테러방지법 처리 저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의 김경협 의원의 무제한 토론 도중 이석현 국회부의장에게 김 의원의 발언이 의제와 벗어 났다고 항의를 계속하자 이 부의장이 의사 진행을 방해하고 있다며 설전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새누리당 의원들도 언제 나와서 필리버스터를 할 지 모른다."

야당 의원들의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나흘 째 이어지고 있는 26일, 이석현 국회부의장의 발언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새누리당의 의사진행 방해에는 강하게 대처함과 동시에, 토론에 나선 의원들에겐 격려를 건네며, 누리꾼들 사이에선 '힐러(Healer, 치유자)'라고 불리고 있다.

갓석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힐러등장 - 트위터 @g**********
힐러 이석현 부의장님. "국회는 성스러운 곳도, 속된 곳도 아니고 그냥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민의를 대변하는 곳이고." - 트위터 @k********
ㅋㅋㅋㅋㅋ부의장님 힐러인줄 알았더니 탱커였어ㅋㅋㅋ 조원진이 빽빽 관련 없는 얘기라고만 소리치니까 부의장님 개빡쳐서 "나가세요! 이 양반이 말이야! 의장을 뭘로 보는거야!" - 트위터 @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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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의원들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나흘 째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석현 국회부의장의 의사진행에 누리꾼들의 칭찬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한 트위터 이용자가 이 부의장의 사진과 함께 올린 글. ⓒ 트위터 갈무리


"40년 전보다 못해서 되겠나"

이 부의장은 26일 오전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하는 도중 김기선 의원이 딴지를 걸자, 이례적으로 긴 시간 발언을 이어갔다. 서 의 원에게 "잠시 화장실에 다녀오셔도 된다"고 말할 정도로, 이 부의장은 작심하고 서 의원의 발언에 문제가 없음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우리나라 국회법 102조에 의제 외 발언을 할 수 없다고 나와있다. 그런데 의제 외의 것이 무엇이고, 의제 내의 것이 무엇인지 규정도 없고, 해석도 없고, 학설도 없다. 의원은 말을 통해 자신을 설명한다. 그러니 법 조항의 해석을 편협하게 하면 안 된다. 그게 국회부의장인 내 생각이다."

이 부의장은 "1969년 박한상 의원이 10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를 한 당시 속기록을 다 살펴봤다"고 말하며 "그때도 '은행이자가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제일 높다'는 말을 하기도 하고, 심지어 '동료의원들이 졸고 있어서 말을 크게 안 하겠다'는 농담도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0년 넘게 지났는데 거꾸로 갈 순 없지 않나"라며 새누리당의 의사진행 방해를 제지했다.


"그때도 국회법 102조가 있었지만 박한상 의원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더러 좌석에서 반대하는 분들이 있었지만 대체로 양해해줬다. 1969년부터 40년 넘게 지난 지금, 거꾸로 갈 순 없다. 그때도 양해됐던 게 지금 안 된다는 건 민주주의를 속박하는 것이다."

필리버스터 의원들 "이 부의장에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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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현 국회부의장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의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이어지고 있는 동안 의장석을 지키고 있다. ⓒ 남소연


[레알] 조원진 계속 항의에 이석현 '버럭', "참을 수 없습니다!" 26일 새벽, 필리버스터 열번째 주자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발언 도중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계속 항의하자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강하게 경고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 강신우


무제한 토론이 시작된 이후, 이 부의장은 여러 차례 새누리당의 방해를 제지한 바 있다.

26일 오전 김경협 더민주 의원의 무제한 토론 도중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의 항의가 계속되자 이 부의장은 "김 의원은 테러방지법과 관련된 내용을 발언하고 있다"며 "(조 의원은) 경청하시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이 부의장은 회의장의 질서유지를 위해 의원을 퇴장시킬 수 있는 권한(국회법 145조)을 언급하며 새누리당의 항의를 제지했다. 조 의원이 단상 앞까지 나와 목소리를 높이자, 이 부의장은 "(조 의원은) 깊이 생각하라. 경고했다"라며 강한 어조로 경고했다. 그러면서 "계속 참으려고 하니까…. 의장의 의사진행권을 어떻게 알고 있나"라며 "경위를 불러 퇴장시켜야겠나"라고 재차 경고했다.

급기야 이 부의장은 "의장직을 걸고 이야기 한다. 의사진행권을 방해하지 말라. 참을 수가 없다"고 외치며 조 의원을 자리로 되돌려 보냈다.

24일 박원석 정의당 의원이 무제한 토론을 진행할 때도 비슷한 장면이 연출됐다. 박 의원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정치>(김동춘 저)를 꺼내 낭독하자, 이 때도 조 의원은 "그게 테러방지법과 무슨 상관이냐"며 항의했다.

박 의원이 "의제와 상관있다"라고 말하며 응수하자, 조 의원은 삿대질까지 하며 항의를 계속했다. 그러자 이 부의장은 "과거와 같은 불행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게 이 고단한 토론의 목적"이라며 "(박 의원의 발언은 의제와) 연관성이 있다"고 제지했다.

은수미 더민주 의원이 발언을 진행할 때에는 "야당 부의장이 의사봉을 쥐고 있는데 어떻게 이렇게 방심하는지 모르겠다"며 대다수가 자리를 비운 여당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 부의장의 의사진행에 무제한 토론을 진행한 의원들도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 의원은 무제한 토론을 마친 직후 "이 부의장이 단호하게 (조 의원의 항의를) 잘랐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고, 역시 무제한 토론을 마친 직후 서 의원도 "(새누리당의 이의 제기에) 명쾌한 해명을 해주셨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목 좀 축이시고, 목운동도 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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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현 국회부의장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서기호 정의당 의원의 테러방지법 반대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이어지고 있는 동안 의장석을 지키고 있다. ⓒ 남소연


이 부의장은 무제한 토론을 진행하는 의원들에겐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김광진 더민주 의원의 발언이 4시간 째 이어지자 이 부의장은 "더 하실 수 있겠어요? 목이 많이 아프실 텐데 괜찮겠어요?"라며 김 의원을 걱정했다. 유승희 더민주 의원에겐 "목도 좀 축이시고, 목운동도 하세요"라고, 최민희 더민주 의원에겐 "4시간 째인데 어찌나 빠르신지 속기록은 8시간 분량이 나오네요. 천천히 하세요 시간 많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무제한 토론 도중 눈물을 흘린 강 의원에게도 응원의 말을 보냈다. "강 의원이 발언한 지 두 시간 정도 지났습니다. 많이 힘들 텐데 제가 잠깐 말을 하겠습니다"라고 입을 연 이 부의장은 "강 의원의 (우는) 뒷모습을 보니까 평소와는 달리 참 외로워보이고, 고독해보이네요"라고 격려했다

이어 "아마 마음 속에 응어리가 많이 있을 텐데 이 자리에서 그걸 푸는 계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라며 "용기를 잃지 마시고 더 열심히 해서 국민으로부터 더 큰 인정을 받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강 의원은 투사 중의 투사입니다. 학생 시절에도, 국회 들어와서도 투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도 정의로운 사람으로 불리지 못하고, 폭력 의원으로 불린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순수한 사람입니다. 응어리진 마음을 토해내시기 바랍니다."

이 부의장의 격려에 강 의원은 주저앉아 다시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무제한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은 정의화 국회의장, 정갑윤 부의장, 이 부의장이 교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잠시라도 자리를 비울 수 없어 3시간에 한 번씩 교대하다 보니, 의장단 3명은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는 등 간간이 체력을 보충하고 있다.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무제한 토론 #이석현 #국회부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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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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