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칼퇴할 자격이 있습니까

나의 권리만 100% 정당한 권리가 아닌 것처럼...

등록 2016.02.29 10:41수정 2016.02.29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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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칼퇴를 원하는가. ⓒ flickr


직장인들의 꿈. '칼퇴'. 많은 사람들은 칼퇴를 요구한다. 회사 근무시간 이후에 자기의 여가 시간 확보를 원하는 게다. 이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고 회사도 이를 당연히 보장해줘야 할 부분이다. 직원이 회사에만 있다고 일의 효율이 오르진 않는다. 직원들은 기계가 아니고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사회 시스템은 '칼퇴'라는 아름다운 단어를 그리 곱게 보지 않는다. 칼퇴를 외치지만 막상 집에 가는 시간은 초과 근무 이후다. 8시간 근무는 근로기준법에만 있는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일 뿐이다. 물론 탄력적 근무나 다양한 변수로 운영되는 회사의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일반적인 통념의 회사 개념 아래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가 과연 돈에 눈 먼 기업들만 조장하고 있는 문제인가. 특정 회사 같은 경우에는 대놓고 칼퇴를 막는 경우가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기업들에게서도 칼퇴가 그리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분명히 일을 다 끝냈는데 주변 사람들은 다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하고 있다. 시간을 보니 퇴근 시간이 이미 지났는데 사람들은 바쁘다. 괜히 혼자 가방을 싸서 나가기가 눈치 보인다. 이런 경험이 매일 있다면 당신은 눈치게임의 고수가 될 것이다. 눈치게임의 스타트를 끊는 직원은 그 순간 다른 직원들의 '영웅'이 된다. 그러나 그 직원은 자주 그런 모습을 보인다면 앞으로 눈치를 보면서 회사를 다니게 될 것이다. 분명 이상한 일이다. 아무도 퇴근하지 말라고 안 했고 일을 주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눈치를 보게 된다.

반대로 당신은 일이 좀 남아있는데 옆에 직원이 '급한 일이 있다'며 '오늘은 정시에 가보겠다'고 짐을 싸고 퇴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웃으면서 인사했지만 속은 웃고 있지 않다. 당연히 퇴근해도 되는 줄 알면서도 이상하게 핑계대고 도망가는 것처럼 보인다. 

내가 하면 권리, 남이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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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당신 모습은 아닐는지... ⓒ flickr


우리는 어쩌다가 권리를 행할 때 눈치를 보고, 또 눈치를 보며 행하는 직원에 대해 시선이 곱지 않은 걸까. 이는 당연한 줄 알면서도 그러한 흐름을 가만히 타고 있는 현상이다. 혹자는 이러한 모습들을 '자발적 순종'이라 부른다. 특정 누군가의 힘으로 동조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따르게 된다는 논리다. 한편으론 암묵적 동의다. 속으로는 반대하지만 암묵적으로 그런 상황을 지켜보고 따르고 있는 것이다. 결국 침묵함으로써 그 모습들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동의라고 표현한다.

생각해보면 참 쉬운 논리다. 시스템을 운영하는 건 그 시스템 안에 있는 주체다. 주체가 움직이고 변화하고자 한다면 시스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리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게으른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자신의 삶과 기득권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섣불리 '정의는 행해져야 한다' '칼퇴는 당연한 것이다'라고 움직였다가 자칫 해고되면 문제는 나 자신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다. 가족들은 누가 책임진다는 말이냐.

본능적으로 움츠리게 된다. 시스템이 주체를 지배해버리는 상황인 것이다. 주체를 위한 시스템이 아닌 시스템을 위한 객체가 된 것이다. 과격한 표현을 하면 수탈을 당하는 객체(피해자)임과 동시에 시스템 속에서 수탈하는 주체(가해자)가 되는 상황이다. 칼퇴를 원하지만 그렇다고 남이 칼퇴하는 것을 곱게 바라보고 있지 않고 있는 것이 당신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당신의 회사에서의 모습은 어떠한가.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다른 직원을 바라볼 때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물론 갖고 있는 권리를 악용하는 자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성급한 일반화로 인해 그 권리를 정당하게 사용하는 자들에게까지 비판이 간다면? 당신은 어떠한가. 우리는 칼퇴할 자격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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