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이 나도 모르게 떠돌고 있다?

온라인에서의 사진 도용,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등록 2016.03.04 10:41수정 2016.03.04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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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프로필로 올렸던 내 사진이 인터넷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면, 그리고 누군가 그 사진을 걸고 나를 사칭해 이상한 글을 올렸다면, 심지어 주변 친구들이 그것을 보고 나를 오해했다면?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얘기다. '일반인 사진'은 저작권 문제에 있어서 아직까지 매우 취약하다.

한 포털 커뮤니티에 '얼굴 도용당한 친구 사진 내리게 신고 좀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트위터로 활동을 하던 친구의 사진이 '얼굴을 평가 해달라'는 게시글에 무단으로 도용됐던 것이다.

원치 않게 400여 명의 사람들에게 얼굴 평가를 당했고 인신공격성 악플까지 달렸다. "사건이 커질 것 같아 지레 겁먹어" 별 다른 조치를 취하기보다 친구에게 '신고'를 부탁했다고 한다. 본 게시글에 "도용이니 사진을 내려달라"는 댓글이 달렸지만, 여전히 3만6천여 건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사진이 올라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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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사진을 도용 당한 사례 (캡처) 자신의 사진을 도용 당해 악플이 달리자, 사진의 주인공은 이를 자제할 것을 부탁하는 댓글을 달았다. ⓒ 김가윤


'일반인이 찍은 사진'도 쉽게 도용당한다. 한 블로그 사용자는 "매우 화가 나는 일이 있었다"며 게시글을 올렸다. 며칠 전 그가 2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 작성한 글과 사진이 다른 사이트에 도용되어 돌아다니고 있던 것이다. 친구가 그의 사진을 보고 따로 연락해서 알게 됐다. 도용한 곳은 여러 곳이었다. '와이드섬', '푸하하', '애니뉴스'라는 사이트와 'I Love Soccer'라는 카페에 자신이 찍은 사진이 올라와있었다.

출처도 밝히지 않고 사진만 올린 것에 대해 사용자는 "범죄행위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CCL을 설정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CCL은 저작권자가 자신의 저작물에 대한 이용방법과 조건을 표기하는 표준약관이자 저작물 이용 허락 표시를 말한다. 블로그에서 저작물 보호를 위해 사진을 올리기 전 미리 이를 설정할 수 있다. 네이버처럼 '저작권 보호 센터'가 있는 경우는 해당 게시물을 신고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처럼 보호 장치가 없는 플랫폼에서의 사진 도용은 딱히 막을 수도 없다. 주로 음식 사진을 직접 찍어 올리며 리뷰를 하던 한 이용자도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용자가 올렸던 사진을 도용해 마치 자신이 그 음식을 먹었던 것처럼 꾸며 올린 게정을 발견해서다.

따로 메시지를 보내 삭제를 요청해서 사진은 금방 내려졌지만, 한마디 사과도 없었다. 이용자는 "이런 일이 있고 보니 내 사진이 어디서 무단으로 돌아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기운이 빠진다"고 했다. 인스타그램은 저작권 표시를 할 수 있는 기능이 없기 때문에 사진에 '낙관'을 달지 않는 이상 무단 도용을 당해도 별 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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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사진을 도용당한 사람들 (캡처)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도용당한 사람들이 올린 글이다. '인스타그램 도용'이라는 키워드만 쳐도 이러한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 ⓒ 김가윤


'일반인 사진'의 무단도용은 오래됐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다. 일반인이 얼굴 사진을 도용당했을 땐, 의도치 않은 악플을 받거나 오해를 사는 등의 심적인 피해가 있다. 일반인이 찍은 사진을 누군가가 자신이 찍은 사진인 양 올렸을 땐, 저작권의 피해가 있다.

이렇게 피해가 명확한데도 이런 일은 계속해서 자주 발생한다. 초상권침해(명예훼손죄)로 상대방을 처벌할 수 있는 근거가 현행법상엔 없기 때문이다. 연예인은 자신의 사진이 곧 재산권과도 연결되기 때문에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하기 쉽다. 하지만 일반인은 그렇지 않다. '제 사진 도용하셨어요'라고 지적해 사진을 삭제하게 만들거나 '제가 찍은 건데요'하고 발뺌하는 답변을 받아 답답해하는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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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과 네이버블로그 사진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인스타그램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네이버 블로그의 로고다. ⓒ 인스타그램, 네이버


사진은 글이나 영상보다 파급력이 더 크다. 전달이 제일 쉬워서다. 그만큼 도용도 쉽다. 파급력만큼 악영향을 끼칠 우려도 높다. 글이나 영상은 저작권을 주장하기가 수월한 편이다. 이런 유형의 콘텐츠의 불법 복제에 대한 규정이 오랜 진통 끝에 마련됐다. 하지만 그보다 파급력도 크고 도용도 쉬운 사진은 아직도 관련 규정을 확실하게 갖고 있지 않다. 사칭이나 도용으로 인한 상업적 피해가 없다면 도용자를 현행법으로 처벌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자신의 얼굴 사진이 타인에게 퍼지는 것, 그리고 자신이 찍은 사진이 허락도 없이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은 분명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이다. 사진 도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 도용을 금지하는 캠페인을 벌여 의식적인 차원에서 이를 해결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의 사칭이나 도용을 처벌하는 규정을 만드는 등 확실한 해결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동시에 이뤄져야 할 것이다.
#사진 #도용 #인스타그램 #블로그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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