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쓸 수 있겠나 "한국의 IT는 사망했다"

[게릴라칼럼] 테러방지법 통과... '빅브라더'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

등록 2016.03.03 12:15수정 2016.03.0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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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10월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과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최근 불거진 카카오톡에 대한 검찰의 사이버 검열 논란 관련, "이용자가 3000만명을 넘고 메시지 통용이 하루 55억건인 만큼 카카오톡 서버만 수천대에 달한다"며 "어느 메시지가 어느 서버에 있는지 어떻게 아는가. 실시간 검열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필리버스터가 중단된 2일 밤, 테러방지법 수정안 표결과 관련한 토론에 나선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이 목소리를 드높였다. 지금의 국정원은 예전과 같은 국정원이 아니라고 했다. 국정원장 두 명을 감옥에 보낸 것도 자신이라고 했다. 그는 검사 출신이다. 그러고는 이렇게 말했다.

"단 한명의 대한민국 국민이라도 카톡 감청 당했다고 신고했습니까. 스마트폰 해킹 당했다고 신고한 국민 있습니까. 사실을 침소봉대하지 마십시오. 테러방지법은 테러위협대비법이지, 국민 인권 침해법이 아닙니다."

필리버스터의 여진으로 국회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던 트위터 사용자들은 분노와 허탈함을 금치 못 했다. 서울 중앙지검 특수1부 수석 검사 출신이자 "현역의원 물갈이 확대는 초등학생만 양산하는 꼴"이라던 여당 재선 의원의 논리가 하도 어이가 없어서였다.

"해킹당했는지 알면 그게 감청이냐ㅋㅋㅋ 국민이 어떻게 알고 신고를 해ㅋㅋㅋㅋㅋ 진짜 논리 수준ㅋㅋㅋㅋㅋ"

박민식 의원은 작년 6월 수사 기관이 (국가안보 수호와 범죄 수사 목적에 한해) 휴대전화 감청을 요청하면 이동통신사가 협조하도록 하는 이른바 '휴대전화 감청 허용' 법안인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안을 제출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2일 재석의원 157명이 참여, 찬성 156명, 반대 1명으로 새누리당 주호영 의원이 제출한 테러방지법 수정안이 통과됐다. 97주년 3.1절 이튿날인 3월 2일, 192시간 동안 진행된 필리버스터의 끝은 그렇게 예정된 수순으로 흘러갔다. 그리고, '헬조선'도 모자라 공식적으로 '감시국가'를 선포한 대한민국에 대한 공포가 넘실거리고 있다.

테러방지법 시대에 필요한 '국민 6대 조치'

"일상적인 대화는 카톡을 쓰지만, 정말 중요한 대화, 그러니까 보좌관들과의 정보 교환이랄지는 저도 텔레그램을 씁니다."

표결 직전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선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고백이다. 제2차 '텔레그램 이민사태'가 재연되고 있다. 2014년 카카오톡 사찰파문과 이석우 당시 다음카카오 대표의 '감청영장 불응' 선언 직후,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국산 카카오톡에서 독일에 본사를 둔 해외 무료 스마트폰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갈아타야 안전하다는 인식이 파다했다.

당시 인기 무료 메신저 앱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던 텔레그램에 대한 수요가 테러방지법 통과로 인해 다시금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테러방지법과 감청에 대한 공포는 SNS 상에서 '국민6대조치'를 유행시키기에 이르렀다.

'국민 6대 조치'

1. 카카오톡 쓰지 말기. 텔레그램 갈아타기
2. 아이폰을 국민폰으로 하기
3. 이메일을 Gmail로 바꾸기
4. 신용카드의 교통카드 사용중단
5. 휴대폰의 전산비번 신청하기
6. 문자메시지 사용자제

박근혜 정부가 초래한 퇴행의 시대, '빅브라더'의 공포가 현실화되고 있다. 텔레그램 이민도 부족해 사찰을 피하기 위한 각종 IT·보안 용어들에 대한 질문들이 난무한다. 카카오톡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다. 트위터 탈퇴를 고민하는 이들도 늘어간다. 최근 테러범의 아이폰을 FBI가 수사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는 미 법원의 명령을 거부한 애플 팀 쿡 사장의 인기와 함께 "아이폰은 사찰이 불가능한가"라는 질문이 줄을 잇고 있다.

"트(위터)친(구) 여러분 죄송합니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던 2일 밤, 필리버스터 발언 중 트위터 사용자임을 공언했던 더불어민주당 김용익 의원이 적은 한 문장은 꽤나 강렬하고도 상징적이었다. 필리버스터를 이어나가지 못한 사죄와 함께 마치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 '국민감시'의 공포를 제일 먼저 체감할 수밖에 없는 SNS 사용자들에 대한 미안함의 표현으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이제 쓰실 수 있겠습니까

지난 2월 25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테러방지법폐기촉구 1차서명을 국회에 전달했다. ⓒ 참여연대


필리버스터가 한창이던 지난달 28일, 참여연대와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는 공동으로 '새누리당 테러방지법 오해와 진실 Q&A에 대한 시민사회단체 반박문'을 발행했다.

하루 전, 새누리당이 "국민의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 배포한 '테러방지법' Q&A'에 대해 10가지 이유를 들어 요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조금 길지만, 인용해 보면 이러하다.

▲ '테러방지법' 통과 시 국정원이 테러위험인물이라는 모호한 개념에도 불구하고 이에 해당한다고 간주할 경우 통신내역과 계좌정보에 대한 추적, 감시가 가능하다.
▲ 국정원이 사실상 영장 없이 감청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 국정원이 직접 또는 통신사에 의뢰해 감청을 할 수 있다.
▲ 국정원의 국내 금융정보에 대한 접근 자체가 문제가 있다.
▲ 테러방지법이 국정원은 금융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 안전장치를 제거하려는 시도다.
▲ 미국의 CIA 역시 자국민의 금융거래정보는 들여다 볼 수 없다.
▲ 국내에 '테러방지법'이라는 이름의 법만 없을 뿐, '테러' 대비태세를 갖추기 위한 각종 법령과 기구가 이미 존재한다.
▲ 정보수집은 해외정보 전담기구, 국내정보 전담기구, 전자정보 전담기구가 별도로 해야 정보실패를 막을 수 있다.
▲ 테러에 직접 대응하기 위한 각종 법령과 기구가 이미 존재하고, 또한 국제적인 정보 공조도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 결국 테러방지법의 핵심은 국정원 권한강화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문제다. 

IT 보안 전문가들은 물론 IT 전문 매체들 역시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내놓고 있다. 테러방지법이 가결된 직후, 한 IT 전문가는 "오늘부로 대한민국의 IT는 사망했음을 선포합니다"라고 경고했다.

IT 전문가들의 공통의 인식은 실질적으로 국내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상 "감청은 피할 수 없다"로 귀결된다. 이제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국정원 등 수사기관의 일방적인 압수수색을 피하기 위해 페이스북과 같이 해외에 서버를 둔 국외 서비스를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간단하게, 카카오톡을 기피하게 된단 얘기다. 다음카카오는 검찰로부터 2013년 86건, 2014년 상반기만 61건의 감청 영장을 받았고, 처리율은 90% 이상을 상회했다. 압수수색영장 건수는 2013년 2676건, 2014년은 더 늘어 상반기에만 2131건이었다. 처리율은 70~80%를 웃돌았다. 2014년 10월 다음카카오가 내놓은 공식 자료 집계 내용이다. 

메신저인 카카오톡은 물론 카카오택시, 게임, TV, 페이까지 국민들의 실생활에 깊숙이 들어온 다음카카오의 다양한 서비스들. 국정원에 의해 감청, 감시 당한다고 생각한다면, 과연 그 누가 마음 놓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내국인들도 '이민'을 감행하는 마당에 외국인과 외국 기업들에게 과연 국내 IT 정보 서비스를 신뢰해 달라고 할 수 있을까.

인권과 기본권, 기업경제까지 죽이는 나쁜 정부

지난 2월 28일 새벽, 필리버스터에 나섰던 홍종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북핵 안보와 불확실한 테러를 무기로 정부가 IT 기업들을 죽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과거 다음(현 카카오) 세무조사 건을 들어 "탈탈 털었다"며 열을 올렸다. 테러방지법이 결국 IT 기업들을 옥죌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다음의 예를 들었다.

▲ 지난 7년 동안 3번, 137일간 세무조사를 받았고 ▲ 정부에 나쁜 여론이 돌 수 있는 광우병 시위,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시기였으며 ▲ 그 중간인 2013년에 다음이 모범 납세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더욱이 같은 기간 7년 동안 3번 세무조사를 받은 기업의 비율은 0.28%였다고 한다.  

홍종학 의원은 IT 기업들이 테러방지법 반대에 나서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테러방지법이 IT와 정보 산업을 망칠 거라는 것이다. 지난달 23일 <코리아타임즈>와 인터뷰를 한 텔레그램의 창업자 파벨 두로프는 한국의 테러방지법에 대해 "조지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와 같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우려의 뜻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도래하고야 만 '빅브라더'의 시대. 창조경제를 부르짖는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부의 기세를 이어 받아 IT 기업들의 사업을 훼방 놓고 셈이다. 국민들의 인권과 기본권은 물론 기업경제 모두 안중에 없다.

탈출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방법은 고작 두 가지다. 이 나라를 떠나든지, 여소야대 정국을 만들어 독소조항을 삭제한 테러방지법을 수정하든지. 그도 아니면, 온 우주가 도와줄 때까지 간절히 바라는 수밖에. 결론은 다시 정치고, 총선이고, 투표다. 우리가 맞이한 박근혜 정권 3주년, '빅브라더'의 시대가 이만큼 초현실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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