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포자'를 막는 가장 강력한 공부법

[서평] 신나는 수학 공부를 위한 <수포자 신분 세탁 프로젝트>

등록 2016.03.25 10:13수정 2016.03.2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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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선배의 부탁으로 소위 '수포자(수학포기자)'인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만났다. 모든 과목이 80점이 넘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수학만 60~70점대를 근근이 유지하고 있었다. 수업을 해보니,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느껴졌다. 첫째는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너무 부족했고, 그 다음은 연산이 문제였다. 중학교 교과과정의 1학기는 대부분 수의 개념과 연산, 방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방정식은 답이 없어 보였다.

나는 두 가지 목표를 정했다. 하나는 진도를 나가서 시험을 보게 하자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기초부터 다시 시작해 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기말고사가 한 달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니 우선 시험 준비부터 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방학 동안 복습을 할 것인지, 예습을 할 것인지 정해야만 했다. 복습을 해야 하지만 예습을 선택했다. 중학교 2학년 2학기는 도형 중심의 교과과정이기 때문에 1학기와 연속성이 없으니 자신감부터 키우자는 전략이었다.

최대한 쉬운 문제집을 선택하려고 했다. 주교재 1권과 보조교재 1권을 고르고 최대한 수업은 천천히, 보조교재는 수업시간에 반복해서 다 푸는 것으로 정했다. 시험을 앞두고는 시험범위를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면서 기출문제 중심으로 풀어나갔다.

예상은 적중했다. 2학기 중간시험을 보고 학생에게 문자가 왔다. "쌤~ 시험 객관식 한 문제는 시험지에는 잘 풀었는데 OMR카드에 답이 두갠데 한 개만 체크해서 틀렸어요. 서술형 푼 거가 맞으면 80점이에요"라며 아쉽지만 기뻐하는 문자를 보내온 것이다. 채점 결과 78점이었지만 80점 가까운 점수는 중학교 들어서 처음이었다.

중간시험 결과가 아쉬웠는지 기말시험 때는 열심히 공부했다. 시험 끝나자마자 나에게 보낸 "쌤, 저 수학 88점이에요. ㅠㅠ"이라는 문자에서 90점 넘을 수 있었는데 아쉬웠다는 감정이 묻어났다. 자신감이 붙은 것이 보여 정말 잘했다고 칭찬을 해준 뒤 "3학년 때는 90점을 넘어보자"고 목표를 정해주었다. 지금 이 학생은 중학교 1~2학년 것을 이어서 3학년의 내용을 배우며, 최대한 천천히 직접 손으로 순서를 써가며 계산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수포자를 양산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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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포자 신분 세탁 프로젝트 ⓒ 시사IN북

<수포자 신분세탁 프로젝트>는 수포자를 양산하지 않도록 초중고 전반에 걸쳐 수학교습법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책이다. 시민단체 '사교육 걱정없는 세상'의 <수포자 없는 입시 플랜>프로젝트 일환으로 지난해 5월 12일부터 6월 16일까지 열린 6회 연속 학부모 수학 강좌 <수포자도 웃는 신나는 수학>을 묶은 책이다.

수학은 한국사회에서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수학을 잘하느냐, 못하는냐'에 따라 대학이 결정되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은 수학 사교육시장에 어마한 자본을 투입하고, 아이들은 학원에 시달린다. 그런데 정말 시키면 잘하는 것이 수학일까? 정답은 아니다.

2013년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육종단연구'에 따르면, 영어와 수학은 사교육 시간과 비용을 늘려도 성적 상승이 미미하게 나타난다. 주당 5~6시간 사교육을 받으면 0.5점의 상승 효과가 있으며 1점의 상승 효과를 위해서는 일주일에 10~12시간 사교육을 받아야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렇다면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법이 필요할까?

이 책 4장 <하루 30분 수학, 착한 수학>을 쓴 최수일 수학사교육포럼 대표는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말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실제 많은 사람들이 이론보다는 수학문제 풀이에 집중한다. 반복된 문제 풀이는 일종의 요령일 뿐, 개념의 힘인 사고력을 키우기엔 역부족이다. 또한 이전에 배운 개념과 오늘 새로 배운 개념을 '연결'할 수 있어야 개념의 힘을 제대로 키울 수 있다.

3장 <학원 없이 살기>를 쓴 양영기 교사는 "수학을 잘 하기 위해서는 자기주도학습 시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들은 내용을 자신의 지식으로 완전히 소화하기 위해서 3배의 시간이 필요한데, 1주일에 학원을 3시간 다닌다면 9시간 정도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고 그렇게 복습한 아이들은 수학을 포기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를 푸는 것보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거나 가르친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 된다는 것이다.

우리 아이를 수포자로 키우지 않으려면, 기다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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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 대한 학부모 의식 조사 결과 수학에 대한 학부모 의식 조사 결과, 응답자의 71%가 매우 고통 받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최수일 대표는 "아이가 어릴수록 '수학적 민감성'을 길러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신문기사나 책, 광고 문구를 보면서 아이와 함께 수학과 친숙하게 하는 것이다. 93분으로 1시간 단축되었다는 서울-광주 간 KTX 운행 기사를 보면서 단축 전에는 몇 분이 걸렸는지도 알 수 있고, 시속 300km로 KTX가 달리면 광주까지의 거리를 계산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일상에서의 수학적 감수성을 자주 기른 아이들은 수학에 대한 호감과 필요성을 느낄 수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이정주씨는 2장 <수학 이야기>에서 "초등학교 학생일수록 마음이 급하다"며 "아이에게 과제를 줄 때는 과제의 양과 시간을 함께 줘야 한다"고 말한다. "~쪽을 펴서 ~을 하세요" 하고 돌아서면 "선생님, ~해요?"라고 묻는 아이들, 40분간 평가시간에 10분만 지나면 "선생님 다 했는데요, 다음 시간 것을 봐도 돼요?" "다른 책 봐도 돼요?"라고 묻는 아이들은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다.

답을 내는 것에 급급해 하지 말고 '왜 그런지 생각해보는' 훈련도 해야 한다. 이정주 교사는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하고 방법을 찾아보는 활동을 해야 한다"며 "수학을 계산하는 과목이 아니라 사고력과 논리력을 키우는 과목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수학 공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아이는 예습을 시키려 하지 말고 반드시 복습을 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은 선행학습에 목을 맨다. 복습을 잘하는 것이야말로, 수포자를 막는 가장 강력한 공부법이다.

양영기 선생님이 말하는 수학 실력을 쑥 올려주는 10가지 핵심


1. 학교 수업 중심의 예습-학교 수업-복습의 순환구조를 활용하라.
: 학교 수업 중심의 학습 구조를 만들어 활용할 때 가장 효율적이다. 

2. 마스터 교재를 활용하라.
: 다섯 권을 한 번 푸는 것보다 한 권을 다섯 번 푸는 것이 핵심이다.

3. 문제는 손으로 풀어야 한다.
: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개념 이해가 부족하면 풀이 과정을 쓸 수 없다.

4. 1×3원리를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 듣는 시간의 3배 이상의 자기주도학습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5. 기억하라, 수학비법은 없다.
: 주도적인 학생은 사교육을 활용하지만 공부를 하지 않아 사교육을 이용하는 학생은 사교육에 끌려가게 된다.

6. 집안일을 맡겨라.
:  자기주도학습은 일종의 책임감이며 자기 관리이다.

7. 모든 공부의 기본은 독서다.
: 모든 공부는 결국 언어 능력에 따라 이해 수준이 결정된다.

8. 학교 수학 수업은 잃어버린 금맥이다.
: 학교 수업만 제대로 활용하면 수학과 관련된 걱정의 90%는 해결된다.

9. 아침밥을 반드시 먹여서 보내야 한다.
: 뇌는 체중의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소비는 전체 소비 에너지의 20%가 넘는다.

10. 아이들의 공부를 가장 방해하는 사람은 부모다.
: 집에 오면 텔레비전을 틀어놓거나 시끄럽게 통화를 하는 등의 모습은 자녀의 공부 의지를 꺾어놓기에 충분하다.

- 출처 : 수포자 신분 세탁 프로젝트 161~165쪽

덧붙이는 글 * 수포자 신분 세탁 프로젝트 | 최수일 , 이정주, 양영기, 임홍덕, 안상진 지음 | 시사IN북 | 2016년 02월 22일 출간
* 수포자 없는 입시 플랜 http://happymath.or.kr/

수포자 신분 세탁 프로젝트 - 초등부터 고등까지 수포자도 웃는 신나는 수학 공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기획, 최수일 외 지음,
시사IN북, 2016


#수학공부 #수포자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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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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