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선거 개입, 해도 해도 너무한다

[청와대 일기 35] 과거 경제법안 막아서던 야당 대표는 누구였나

등록 2016.03.15 16:39수정 2016.03.1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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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청와대


"일자리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위한 핵심 법을 막으면서 국민과 경제인들의 불같은 서명운동에도 전혀 귀 기울이지 않고 오직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정치논리만 앞세우는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4.13 총선을 앞두고 또 다시 국회를 비판했습니다. 특히 "오직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난하는 것은 정치논리만 앞세우는 것"이라며 야당의 '경제실정론'을 표적 삼았습니다. 지난 10일 새누리당의 텃밭인 대구를 전격 방문하면서 '총선개입' 비판을 자초한 상황임에도 거침 없이 야당을 저격하고 나선 것입니다.

박 대통령은 15일 국무회의에서 "정부와 각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노동개혁 4법 등 구조개혁 입법을 마무리하지 않는다면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염원하는 국민적 열망을 외면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습니다.

얼핏 보면, 여야를 불문하고 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태업(怠業)'을 하고 있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같은 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작 경제를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려면 법안을 처리해야하는 것"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박 대통령의 비판은 야당을 겨냥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정치권에서 일자리 창출을 4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많은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아는데 진정으로 일자리 창출과 경제활성화를 고민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하나의 일자리라도 애타게 기다리는 국민들의 심정을 외면하면서 일자리를 늘려서 국민들의 삶을 챙기겠다는 것이 공허하게 들리는 것은 저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즉, 대통령이 직접 야당의 총선공약을 '진정성이 없다'라고 규정지은 것입니다.

10년 전 자신 향해서도 "정치논리 앞세웠다" 비판할 것인가


"야당 진정성 없다"는 주장의 근거는 앞서 지목한대로 '법안 처리 요구 불응'입니다.

그러나 이미 야당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습니다. '나쁜 일자리만 창출하게 될 것'이라면서 충분한 근거도 제시했습니다.(관련기사 : ① 월요일의 박 대통령 '기-승-전-법안처리' ② 박 대통령 말대로 노동개혁 하면 '사랑' 가능?)

"국민과 경제인들의 불같은 서명운동에도 전혀 귀 기울이지 않았다"는 대통령의 발언도 근거로 삼기엔 허술합니다. 박 대통령이 거론한 경제계의 '경제활성화 입법촉구 서명운동'은 지난 2월 100만 명을 돌파했지만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박 대통령과 국무총리, 장관들이 잇따라 참여하면서 '관제 서명' 논란을 자초했고 본인 확인 절차도 없어 중복 서명한 사례가 연달아 발견됐습니다.

이 같은 앞뒤 상황을 생략한 채 나온 "오직 정부의 경제정책만 비난하는 것은 정치논리만 앞세우는 것"이란 대통령의 발언도 문제입니다. 야당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그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는 건 당연한 정치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시간을 10년 전으로 되돌려보겠습니다. 2006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 나선 야당 대표는 "현 정권 집권 기간에 성장엔진이 꺼지고 일자리가 사라졌다"라며 "어떤 변명이나 화려한 말솜씨도 무너진 경제 앞에서는 통할 수 없다"라고 일갈했습니다. 또 당시 대통령이 제시한 '양극화 해소를 위한 재정확대' 방침에 반대하며 ▲ 감세정책 ▲ 규제완화 ▲ 정부 구조조정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이 야당 대표는 2004년 정부의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요구도 막아선 바 있습니다. 바로 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주식투자에 대한 법적제한을 완화하는 '기금관리 기본법'입니다. 당시 그는 이를 '연기금 사회주의'로 규정하고  "정부가 연기금이나 산업은행 공적자금을 주식과 부동산 투자에 동원하고, 공공자금으로 금융과 기업을 지배하려 한다"라고 반대했습니다.

이처럼 정부의 경제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내놓고,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 요구도 거절했던 사람. 바로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그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 당시 참여정부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제실정을 매섭게 비판했습니다. 심지어 2006년 신년 기자회견 당시엔 사학법 재개정을 위해 해를 넘긴 장외투쟁을 진행 중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박 대통령의 논리대로라면 10년 전 자기 자신의 행위 역시 "정치논리만 앞세운 것"이라고 힐난한 겁니다.

"대통령 정신건강 의심치 않을 수 없다"던 한나라당

총선이 불과 한달도 남지 않았는데 야당의 총선공약을 "진정성이 안 보인다"라며 미리 깎아내린 것도 과거를 잊은 잘못입니다.

2007년 2월,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 포럼에서 "5% 성장을 경제파탄이라고 주장한 한나라당 전 대표가 내놓은 게 7%(성장)이다, 5%가 파탄이 되려면 10%는 제시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였던 박 대통령의 '7% 경제성장률 공약'을 비꼰 발언입니다. 당장, 한나라당에선 이를 '선거개입'으로 규정하고 선관위 고발을 검토했습니다.

대통령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같은 해 7월  "지금 7% 경제성장률 외치는 사람들이 멀쩡하게 살아있는 경제를 놓고 살리겠다고 하는데, 무리한 부양책이라도 써서 경제위기라도 초래하지 않을까 불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당시 박근혜 캠프의 이혜훈 의원은 "노 대통령의 말은 국민을 무시하는 궤변"이라며 반발했습니다. 당 대변인이었던 나경원 의원은 "대통령의 정신건강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즉, 박 대통령 스스로 이 말들을 되돌려 받을 상황을 초래한 겁니다. 물론 청와대는 또 "경제활성화를 위한 대통령의 호소일 뿐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주장할 겁니다. 청와대는 '총선용 행보'로 의심 받은 대구 방문과 관련해서도 "임기 후반기에 들어선 박 대통령이 경제살리기와 창조경제에 올인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정치적 해석에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10년 전 '야당 대표 박근혜' 였다면 이 상황을 용납하고 침묵했을까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 고쳐매지 마라"고 했습니다. 이제 총선까지 29일 남았습니다.
#박근혜 #선거개입 #노무현 #국무회의 #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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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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