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산수유꽃, 벌써 이만큼 피었습니다

산수유 꽃무더기로 우리의 마음 들뜨게 하는 구례 산수유마을

등록 2016.03.22 09:22수정 2016.03.22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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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산수유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이 계곡의 바위에 앉아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지난 3월 15일 풍경이다. ⓒ 이돈삼


봄기운이 완연해졌다. 마지막 꽃샘추위를 버텨낸 봄꽃이 만발하고 있다. 지리산의 겨울잠을 깨우며 방울방울 피어난 샛노란 산수유꽃도 꽃너울을 이룬다. 산수유 꽃무더기는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샛노란 빛깔로 채색된 풍경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련한 첫사랑 같다. 몸과 마음이 절로 '산수유마을'에 꽂힌다.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는 김훈의 글귀가 떠오른다. '그리워서 눈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 리'라고 읊은 곽재구의 시 구절도 스친다.


계척마을로 간다. 구례의 첫 번째 산수유나무가 있는 곳이다. 시목(始木)지다. 해마다 산수유의 풍년을 가져다달라는 소망과 함께 제례를 받는 나무다. 올해도 지난 19일 여기서 풍년기원제를 지냈다. 산수유꽃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제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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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의 첫 번째 산수유나무로 알려진 계척마을의 산수유 시목. 1000살이 된 나무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샛노란 꽃을 피웠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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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산수유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이 골목을 따라 거닐며 마음까지 샛노란 색으로 물들이고 있다. 지난 3월 15일이다. ⓒ 이돈삼


나무의 나이가 1000살쯤 됐다. 그럼에도 어김없이 몽실몽실 노란 꽃을 피워냈다. 옛날 중국 산동성(山東省)에 사는 처녀가 시집오면서 씨앗을 가져와 심었다는 나무다. 마을이름이 '산동(山洞)'인 것도 여기서 유래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중국과 한국의 산동은 모두 산수유 주산지다.

<산림경제> <동국여지승람> <승정원일기> <세종실록지리지>에도 산수유가 소개돼 있다. 구례에서 특산품으로 재배되고 약재로 처방됐다는 내용이다. 산수유가 이 지역의 특산물이 된 것은 조선시대다. 임진왜란을 피해 온 사람들이 정착하면서 산수유나무를 많이 심었다. 깊은 산골에서 농사를 짓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1938년에 산수유조합이 창립되고, 이듬해 구례 특산 산수유가 경쟁 입찰에 부쳐졌다는 신문 보도도 있다. 구례는 국내 제일의 산수유 주산지다. 우리나라 산수유 열매의 4분의 3을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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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노란 빛깔의 산수유꽃. 아련한 첫사랑처럼 우리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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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꽃과 열매. 지난해 가을 맺은 열매와 새봄에 피어나는 산수유꽃이 한데 어우러져 색다른 맛을 선사하고 있다. ⓒ 이돈삼


산수유나무는 잎보다 꽃이 먼저 핀다. 이파리 없이 피어난 꽃이 더 선명하다. 그 꽃이 진 자리에 초록 빛깔의 열매가 달린다. 열매는 가을에 빨갛게 익는다. 씨앗을 빼고 과육만을 술로 담그거나 끓여서 차로 마신다. 약재로도 쓴다.


산수유에는 각종 유기산과 풍부하게 들어있다. 비타민도 푸짐하다. 건강식품이다. <동의보감>에는 당뇨와 고혈압, 관절염, 부인병, 신장계통을 다스린다고 적혀있다. 원기도 보충해 준다. 소문대로 남자한테 좋다. 여성들의 건강과 미용에도 좋다.

옛날엔 산수유 열매의 씨앗을 입으로 빼냈다. 어릴 때부터 이 일을 되풀이한 탓에 마을 아낙네들의 앞니가 많이 닳았다. 다른 데서도 산동 아낙네라는 게 티가 났다. 남원, 순천 등지에서 산동처녀를 며느리로 삼으려는 경쟁이 치열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몸에 좋은 산수유 열매를 평생 입에 달고 산 덕분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산수유꽃과 열매를 연인에게 선물하기도 한다. 변치 않는 사랑을 약속하면서. 산수유의 꽃말이 영원 불멸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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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천의 계곡물과 어우러진 산수유꽃. 꽃이 계곡물까지도 샛노랗게 물들일 기세로 피어나고 있다. 지난 3월 8일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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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례 산수유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이 서시천 계곡에서 샛노란 산수유꽃을 감상하고 있다. 지난 3월 15일이다. ⓒ 이돈삼


산수유 시목지에서 내려와 산수유마을로 간다. 지리산 자락에 들어앉은 산골마을이다. 나뭇가지마다 샛노랗게 흐드러진 산수유꽃이 길을 안내한다. 마을이 온통 노랗게 물들었다. 현천마을도, 대평마을도, 반곡마을도 샛노랗다. 논두렁과 밭두렁도 매한가지다. 상춘객들의 얼굴도 산수유꽃 만큼이나 환하다.

서시천을 가로지르는 아치형의 대음교 부근도 멋스럽다. 꽃이 계곡의 너럭바위와 어우러져 더 매혹적이다. 노란 꽃이 계곡물까지도 샛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산골짜기 하위마을과 상위마을, 월계마을도 송두리째 노랗게 물들었다. 마을 안 골목과 돌담에도 꽃이 활짝 피었다.

'지리산 품에 안긴 산수유 마을의 삼월은/ 어깨 걸 듯 정답게 이어지는 돌담 따라/ 산수유 꽃등 켜는 꽃담 길로 오르고// 온 산이 단풍으로 타오르는 시월은/ 영롱한 유리알로 산수유 붉게 익어가는/ 꽃담 길에 도란도란 추억으로 머문다.' 유인숙의 '산수유 꽃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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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의 능선과 어우러진 산수유꽃. 지리산 자락 구례군 산동면 일대는 해마다 샛노란 산수유꽃으로 많은 여행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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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산수유 열매 조형물과 어우러진 샛노란 산수유꽃. 선명한 색깔의 대비로 묘한 매력을 선사해 준다. ⓒ 이돈삼


산유정에서 내려다보이는 산골짜기 풍광도 황홀하다. 산유정은 산수유마을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세워져 있다. 지리산 만복대에서 내려오는 산줄기가 그 풍경과 어우러진다. 그 풍경에 꽃멀미가 날 지경이다. 내 몸도, 마음도 노랗게 채색된다.

산수유 사랑공원과 산수유 문화관도 있다. 산수유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테마공원이다. 사랑공원에서 노래비로 만나는 '산동애가(山東哀歌)'에는 애절한 사연이 배어있다. 여순사건 때 19살 백부전이 오빠를 대신해 국군에 끌려가며 불렀다는 노래다.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 열아홉 꽃 봉우리 피어보지 못한 채로/ 까마귀 우는 골에 아픈 다리 절며 절며/ 달비머리 풀어 얹고 원한의 넋이 되어/ 노고단 골짜기에 이름 없이 쓰러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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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수유마을을 찾은 여행객들이 산수유 사랑공원을 거닐고 있다. 지난 3월 13일이다. ⓒ 이돈삼


덧붙이는 글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 곡성나들목에서 곡성읍을 거쳐 고달면 방면으로 간다. 고달면사무소 앞에서 산동 방면으로 우회전, 고산터널을 넘으면 산수유마을(지리산온천지구)로 연결된다. 넓어진 88고속국도 남원나들목에서 순천 방면 국도를 타고 구례로 가도 된다.
#산수유꽃 #산수유꽃담길 #산수유마을 #산수유사랑공원 #산동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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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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