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당무 거부, 더민주의 출구전략은 있나?

'조직의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등록 2016.03.21 16:05수정 2016.03.2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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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사람을 독하게 흥분시킨다. 선거 캠프에 있는 사람들은 선거 운동 기간 롤러코스터를 탄 채로 지낸다고 보면 된다. 지지율이 15%만 넘어도 후보는 마치 자신이 당선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로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열광을 받는다.

막대한 판돈이 걸린 선거 운동, 이 시기에 적지 않은 후보들이 마치 자신이 왕이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때가 있다. 소위 '후보병'이라고 부른다. 후보병에 걸린 선본의 실무자들은 죽어난다. 선거는 그 만큼 강렬한 경험이다. 선거를 치르고 패배한 후보들은 인생을 망치는 경우도 있고, 정치 중독에 빠져드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개인이 선거 과정의 전부를 짊어져서는 안 된다. 선거는 조직의 힘으로 치뤄야 한다.

새누리당은 정치는 못 해도 선거는 잘한다. 기능적으로만 봤을 때, 그들의 선거 시기 조직력은 수준 이상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대부분 선거에서 후보자들이 독박 써야 하는 구조로 선거를 치른다. 하물며 진성당원으로 운영되는 진보정당의 경우 특유의 조직력이 있어 알음알음 도우며 선거를 치르는 데 말이다.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의 활약은 신선했다. 표창원을 비롯한 인재영입도 세련되게 진행되었고, 필리버스터는 모처럼 무기력을 벗게 해준 활력을 주었다. 김종인 대표의 이슈파이팅 능력 또한 걸출했다. 그런데 여기까지였나 보다. 선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공천 파동이 일어났다. 정당을 이끌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 대표의 행동은 전형적인 후보병 걸린 선거철 정치인의 모습이다. 격앙된 그의 인터뷰를 보며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그는 노무현 이후 처음으로 여당과의 이슈 주도권 싸움에서 이길 줄 아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었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김종인의 여러 행동들에 대해선 반발이 클 수밖에 없다. 그가 몸담은 곳은 야권이기 떄문이다.

인물들의 자격 논란에서부터, 자신의 비례대표 순번까지. 이런 파열음은 만들 필요도 없는 것이며, 능숙하게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개인적으로 김종인 대표가 조금 더 더불어민주당을 이끌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선거철 후보병에 걸린 개인만큼 위험한 존재는 없다. 그는 내부를 향한 정치를 할 생각이 없다. 그가 계속해서 대표로 남아 있게 된다면, 이런 파행은 선거가 끝날때까지 계속 될 것이다.

김종인이 불러온 파행의 이면에는 더불어민주당의 허약한 조직력이 있다. 이들의 가장 큰 정치적 과제는 건강하게 당권을 강화시키는 것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대표가 바뀔 때 마다 조직 운영 방식이 휙휙 바뀌어버리는 정당은 가능성이 없다.


정치는 수많은 전문가들이 집합적 의사결정과 수행을 통해 각종 정치적 현안을 지혜롭게 조절할 수 있게 될 때 건강해진다. 김종인 대표에게 올인하여 흔들리는 더민주당에 아직 이런 건강함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다. 물론 이정도만 해도 많이 나아진 것이긴 하다.

공천 파장과 그로 인해 당무를 거부한 김종인의 지금 행태는 명백한 파행이다. 한 공당의 대표로서 그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새누리당의 정치가 늘 그렇다. 도를 넘어선다. 그런데 야권은 도를 넘어선 새누리당을 한 번도 제어해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라가 이 꼴이 되었다.

째보라고 배를 들이미는 김종인에 대해서, 더불어민주당은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가? 이럴 때는 배를 째야 한다. 조직의 힘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을 때, 급박하게 다가온 총선 정국을 대응할 출구전략을 더불어민주당은 갖고 있는가? 크게 기대를 하진 않는다. 그들에게 이 정도 역량이 있었다면 나라가 이렇게까지 수렁에 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더불어민주당의 파행에도 불구하고 실망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망을 하기에 정치상황이 너무 좋지 않다. 그간의 무기력을 생각한다면, 그들이 여기까지 해낸 것도 장하다.

이번 선거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는 낙수효과의 방향이다.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에 실망한 유권자의 마음이, 선전하는 진보정당들로 흘렀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보정당이 언제든 더불어민주당을 대체할 수 있다는 실질적 위협이 되어,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정당이 함께 진화해나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내길 희망한다.

#김종인 #더민주당 #낙수효과 #국회의원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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