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멋진 '금수저'들... "세금 더 내고 싶다"

뉴욕주 상위 1% 부자들, 부유세 청원... 사회적 책임 강조

등록 2016.03.23 08:33수정 2016.03.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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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부유층 증세 청원 참여를 소개하는 아비게일 디즈니의 페이스북 계정 갈무리. ⓒ 아비게일 디즈니


미국 뉴욕 주의 백만장자들이 빈곤층을 돕기 위해 자신들이 낼 세금을 올려달라고 자청하며 큰 화제가 되고 있다.

AP,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2일(현지시각) 뉴욕 주의 백만장자 40명은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뉴욕 주 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공개 청원서에서 부유층의 세금을 올려 재정 지출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뉴욕 주 어린이의 50% 이상이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8만 명 이상의 노숙인이 있다는 것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라며 "많은 사람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어 "너무 많은 성인들이 아직도 21세기에 필요한 직업 기술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라며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서민들을 위한 경제적 사다리를 놓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공교육과 낙후된 도로, 터널, 공공건물을 보수하고 개발하는 데 재정을 투자해야 한다"라며 "사람과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는 뉴욕 주의 새로운 직업을 창출할 수 있고, 극심한 소득 불균형도 완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정한 세율을 위한 상위 1% 세금 계획(1% Plan for New York Tax Fairness)을 제안한다"라며 "우리 같은 상위 1%의 부자들에게 더 높은 소득 한계 세율을 부과해도 되고, 우리는 더 많은 세금을 낼 능력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보다 더 파격적인 백만장자들의 증세안


이들이 제안한 세율은 부유층 증세를 추진하는 민주당의 법안보다 훨씬 파격적이다. 미국 상위 1%에 해당하는 연간 66만5000달러(약 7억7000만 원)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은 7.6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이어 연간 소득이 100만 달러, 200만 달러, 1000만 달러, 1억 달러 이상에 해당하는 구간의 세율은 8.82%, 9.35%, 9.65%, 9.99%로 높아진다. 이 같은 증세안이 통과된다면 22억 달러(약 2조5500억 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청원서에 서명한 백만장자로는 미국 할리우드 영화사 월트 디즈니의 손녀이자 영화감독인 아비게일 디즈니, 석유 재벌 록펠러 가문의 후손 스티븐 C. 록펠러, 사모투자전문가 레오 힌더리 등이 포함됐다.

힌더리는 "나와 같은 부자들에게 더 많은 세금을 내도록 요구할 것이며, 이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사업가, 자선가, 그리고 뉴욕 주의 시민으로서 사람과 기반시설에 투자해야 한다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뉴욕 주의 현재 소득세율은 2017년 만료되며, 다음 달 새로운 개정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백만장자들이 먼저 증세안을 내놓은 것이다. 하지만 뉴욕 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이 증세에 반대하고 있어 법제화가 불투명하다.

미국 백만장자들이 먼저 증세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2011년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연간 100만 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의 자본소득에 적용되는 실효세율이 일반 시민보다 낮다며 부유층 증세를 골자로 하는 이른바 '버핏세'를 주장하기도 했다.
#부유세 #노블리스 오블리제 #워런 버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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