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도를 파악하기 위한 과학기술인들의 우직한 노력

[서평] 데이바 소벨의 <경도 이야기>

등록 2016.03.28 16:30수정 2016.03.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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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지도나 지구본을 보면 가로, 세로로 줄이 그어져 있다. 가로로 그어진 것이 위도, 세로로 그어진 것이 경도이다. 위도는 태양과 별을 이용하여 경도보다 비교적 쉽게 파악되었지만, 경도는 아주 오랫동안 파악되지 않아서 1700년대까지 알 방법이 거의 전무했다.

이런 상황에서 배를 항해하려면 위도에만 의지해야 했다. 따라서 경도를 모르던 당시 뱃사람들은 자신들의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고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육지를 찾다가, 혹은 암초에 부딪혀서 죽음을 맞았다.


경도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골칫거리였다. 위도는 비교적 빠른 시기에 탐구되었으며 위도 0도인 적도 역시 천문학의 도움으로 파악될 수 있었다. 그러나 경도는 대체 어떻게 파악해야하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당시 사람들은 천문을 이용하여 이를 시도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어려워서 경도를 찾는 이들은 무한동력이나 영구기관을 찾는 이들과 같은 취급을 받기 일쑤였다.

이에 많은 나라들이 경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는 자에게 큰 상금과 명예를 주기로 약속했다. 경도위원회를 만들고 상금을 건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이에 다양한 사람들이 경도 연구에 뛰어들었다.

우리가 잘 알고있는 갈릴레이는 목성의 위성을 활용한 경도측정법을 제안했고, 아이작 뉴턴 역시 나름의 경도 측정법을 제안했으나 별 소득은 없었다. 천문을 이용한 경도측정법을 사용하기에는 아직 관측기구나 정확성이 보장되는 자료가 충분히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경도를 찾는단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재주껏 시도해봤으나 별볼일 없었다. 이에 영국 사람들은 경도위원회를 만들어 경도를 알아낼 사람에게 수많은 상금을 주기로 정하였다. 데이바 소벨의 <경도 이야기>는 각고의 노력 끝에 그 상금을 타간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인생을 바쳐서 과학 기술에 힘을 쏟은 사람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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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도 이야기> 데이바 소벨, 웅진 지식하우스. 2012. 12. 10 ⓒ 웅진 지식하우스

경도측정법 개발은 오랫동안 지지부진하였다. 한동안 상금의 심사를 논의하는 경도위원회 위원들이 다 모인 적이 없을 정도였다. 그때, 존 해리슨이라는 시계공이 등장한다. 그는 영국의 시계공으로, 글도 잘 못 썼고 명문학교를 나온 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성실하고 우직한 마음가짐으로 시계를 연구했다.

당시의 시계들은 온도가 바뀜에 따라 시계의 측정시각이 바뀌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오차가 지나치게 컸다. 당시 사람들이 대부분 천문학을 이용한 경도측정을 시도하고 시계를 이용한 경도측정을 하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존 해리슨은 서로 다른 금속을 활용하여 부품을 만듬으로써 온도 차이에 의한 오차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H 시리즈(H1,H2 등)의 시계를 만들어 경도측정법에 활용할 것을 주장했다. 지구를 360도로 나누어, 시계의 시간이 1시간 차이가 나면 15도정도 경도가 차이가 나는 방식으로 연구하면 정확하게 얼마나 이동했는지 파악할 수 있었다. 그의 시계는 크로노미터라는 이름으로 불려졌다.

존 해리슨은 글재주도 별로 없었고 우직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몹시 겸손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 한 곳에서는 자신의 기술에는 자부심을 갖고 노력했는데, 서양 사람이지만 흡사 동아시아의 장인과도 비슷한 모습을 보여준다.

당시 저명한 천문학자였던 에드먼드 핼리는 그의 주장에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 런던 인근의 과학자들이나 시계공들도 그의 정밀한 솜씨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엄청난 반대 세력들이 등장했으니, 그들은 바로 월거측정법을 이용한 천문학자들이었다.

이전에는 별을 측정하고 기록을 남기는데 필요한 과학기술이 부족하여 제대로 이용하기 힘든 상황이었으나, 그동안 시간이 지나면서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필요한 기구가 만들어짐으로써 정확도가 향상된 것이었다. 그들은 시계를 이용한 경도 측정법이 매우 정확하고 효율적임에도 불구하고 월거 측정법이 훨씬 싸고 정확하다며 존 해리슨을 공격했다.

결국 존 해리슨은 경도위원회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었다. 가장 큰 적은 매스켈린이라는 월거측정법 연구자였다. 그는 자신도 경도위원회의 상을 위해 연구하고 있으면서 경도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며 존 해리슨을 견제했다.

중립적이지 못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매스켈린 때문에 해리슨은 억울한 고난을 맛봐야 했다. 존 해리슨의 시계를 가지고 탐험한 사람들이 그의 정확도를 극찬했음에도 불구하고 번번히 훼방을 놓고 그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시계를 종종 파손시켰다.

그러나 존 해리슨의 아들 윌리엄 해리슨과 다른 시계공들은 더 정확하고 대량생산 가능한 기술을 연구하는데 성공했다. 그리하여 시계공들이 상금을 타가고, 오늘날에는 시계를 활용한 경도측정이 인정받게 되었다.

이 책은 과학을 연구하는데 평생을 바치고, 기술 발전을 위해 끈기있게 노력하는 사람들의 정열을 보여준다. 한 사내의 드라마틱한 노력이 꼼꼼하게 조망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우직하게 연구하는 해리슨의 성과를 폄훼하기 위해 암행하는 과학계의 모습, 돈과 명예를 둘러싼 정치적 활동,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평가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도 이야기 - 인류 최초로 바다의 시공간을 밝혀낸 도전의 역사

데이바 소벨 지음, 김진준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2


#경도 #과학 #위도 #천문 #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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