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감자 1kg, 이렇게 심는답니다

등록 2016.04.07 16:23수정 2016.04.07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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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아침부터 한 해 3000엔에 빌려서 쓰는 땅에 가서 일을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씨를 뿌려놓은 시금치, 갓, 쑥갓을 갈무리하고, 얻어온 마구간 퇴비를 깔고, 삽으로 땅을 파고, 괭이로 이랑을 만들어 씨감자를 묻었습니다. 벌써 맨땅에는 흙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잡초가 자랐습니다. 이것들을 다 없애지도 못하고 다시 땅을 갈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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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씨감자 1kg입니다. 씨눈을 중심으로 자르면 이렇게 많아집니다. ⓒ 박현국


밭이나 밭둑에는 이것저것 이름 모를 꽃들이 앞다퉈 피었습니다. 아무래도 마구간에서 나는 퇴비를 쓰다 보니 말 먹이로 쓰이는 외떡잎식물 풀들이 많이 나서 자랐습니다. 그리고 벌써 자줏빛, 노랑, 하늘색 꽃이 피었습니다. 뱀딸기는 노랗게 핀 꽃 옆에 벌써 뱀딸기가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잡초로 여기는 풀들은 자기만의 종족 본능을 채우기 위해서 빠른 속도로 잎을 내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혀 후손을 남기려 하나 봅니다.

늘 이용하고 있는 땅은 가로 3미터, 세로 10미터입니다. 올해는 반은 감자를 심고, 반은 결명자 씨를 뿌렸습니다. 이웃 땅에서는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이 늘 먹는 푸성귀를 심어서 가꿉니다. 대부분 정년퇴직하신 분들로 시간이 있으니 자주 밭에 들러서 물도 주고, 푸성귀들을 손보기도 합니다. 아직 직장 일을 해야 하고, 자주 밭에 들을 수 없어서 손이 그다지 들지 않는 것을 골라서 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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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밭이나 밭둑에 난 여러 가지 들풀입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광대나물, 황새냉이, 애기수영, 누운주름잎입니다. ⓒ 박현국


감자를 심기 위해서 씨감자를 사서 감자 눈을 중심으로 감자를 잘랐습니다. 씨감자 1kg은 대략 감자 여덟 알이 들어있었습니다. 씨감자를 잘 살펴보고 씨눈을 중심으로 감자를 자르다 보니 감자 한 알에 대략 다섯에서 일곱 조각으로 자를 수 있었습니다. 씨감자의 씨눈은 보통 한쪽 구석에 치우쳐 있었습니다. 가운데는 씨눈이 그다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씨감자 겉에 드러난 씨눈만 잘라서 심고 나머지는 먹어도 된다고 합니다.

보통 씨감자를 묻을 때 30cm 간격으로 심으면 좋다고 하지만 가능한 한 가깝게 묻었습니다. 왜냐하면 들짐승이나 까마귀 따위 날짐승들이 자주 밭에 드나들기 때문입니다. 어느 해인가 씨감자를 묻고 망을 사서 쳐놓은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보다 씨감자를 많이 묻어두고 거둬들이는 것만으로 먹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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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랗게 꽃이 핀 민들레입니다. 자세히 보니 잎이 다릅니다. 사진 아래는 벌써 열매가 맺힌 뱀딸기와 큰개불알꽃입니다. ⓒ 박현국


이웃에서 푸성귀를 가꾸는 어르신들은 화단처럼 간격을 넙게 두고 손질하기 쉽게 합니다. 그러나 간격이 너무 넓어서 놀리는 땅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밭 전체를 사용해 삽질을 하고 골을 타서 씨감자를 묻고, 결명자씨를 뿌렸습니다.


감자는 다른 것들에 비해서 자라는 속도가 빨라서 석 달이면 캘 수 있습니다. 이웃 감자는 벌써 한 뼘 이상 자라서 곧 캘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감자를 심은 땅에 멀칭이라고 해서 땅바닥에 검정 비닐을 덮어 땅 온도를 높여서 가꾸고 있습니다.

땅 바닥에 검정 비닐을 덮어서 멀칭을 하면 땅 온도를 높여 푸성귀 따위를 잘 자라게 할 수 있고, 검정 비닐이기 때문에 햇볕이 가려져 잡초도 거의 자라지 않아서 일손이 줄어듭니다. 그러나 살아 숨쉬는 땅에 검정 비닐을 덮어 놓는 것을 땅을 죽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렁이를 비롯하여 땅 속에서 자라고 있는 여러 목숨을 끊어 마침내 땅을 황패하게 만듭니다. 물론 땅이 넓어서 가꿀 수 없는 경우는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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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먹으려고 싶어놓은 시금치, 갓, 쑥갓, 그리고 꽃이 핀 딸기입니다. ⓒ 박현국


일시적인 편리함을 위해서 땅에 검정 비닐을 덮어서 화학비료나 약물로 푸성귀를 키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긴 안목에서 땅이 지닌 생명력과 땅 속에 사는 뭇 생명을 위해서는 검정 비닐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비록 잡초들이 푸성귀의 양분을 빼앗고, 빛을 가려 원하는 푸성귀의 수확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잡초가 자라는 땅은 아직 살아있고 희망이 있는 땅입니다. 잡초라는 생명체를 품을 수 있고, 그들의 싹을 키워낼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잡초가 자라면서 푸성귀들과 경쟁을 하기도 하고, 잡초의 긴 뿌리와 생명력으로 땅 속 깊이 들어있는 영양분을 뽑아 올리기도 합니다.

밭일을 하고, 밭둑에 앉아 주먹밥을 먹으면서 밭둑에서 자라는 여러 가지 생명체들을 더 가까이서 더 오랫동안 눈여겨 볼 수 있었습니다. 삽으로 땅을 파고, 괭이로 이랑을 만들고, 씨를 뿌리고, 이랑을 덮으면서 더 오랫동안 흙냄새를 맡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몸은 고되지만 늘 흙과 떨어져 콘크리트 집 속에서, 화학제품으로 만든 방 속에 살면서 느끼지 못한 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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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구간에서 나온 말똥 거름을 뿌리고 땅을 파는 도중에 찍었습니다. 오른쪽 사진은 일이 끝난 뒤 모습입니다. ⓒ 박현국


참고문헌> 정재민 외, 한국의 민속식물-전통지식과 이용, 국립수목원, 2013.12
김종원, 한국 식물 생태 보감 1 -주변에서 늘 만나는 식물, 자연과생태, 2013.12.
덧붙이는 글 박현국 기자는 일본 류코쿠(Ryukoku, 龍谷)대학 국제학부에서 주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밭 #땅 #흙 #꽃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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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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