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치산 활동' 송송학씨 별세, 생전에 토벌대 출신과 화해

향년 86세, 지리산 불꽃사단사령부 지도원 등 활동

등록 2016.04.07 17:08수정 2016.04.0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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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비록 조국통일은 아직 요원하지만 선생님께서 그토록 원하시던 평화통일은 꼭 오리라고 믿습니다. 부디 영면하십시오. 사랑합니다."

김임섭 전 진주시의원이 송송학(향년 86세)씨의 별세 소식을 듣고 페이스북에 올린 추모글이다. 송씨는 6일 오전 경남 사천 소재 한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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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빨치산 출신으로 평생 통일을 염원했던 송송학 선생이 7일 별세했다. ⓒ 윤성효

송씨는 누구보다 조국통일을 염원하셨다. 그는 젊었을 때 지리산에 들어가 '빨치산' 활동을 했고, 빨치산 출신으로 살아 있는 몇 안 되는 인사였다.

고인은 일제강점기 때 중학교 동맹파업으로 1년간 징역을 살았고, 해방 뒤에는 미군정포고령2호 위반으로 인천소년형무소에 복역하기도 했다.

그 뒤 고인은 1950~1951년 사이 덕유산 '303부대' 소속으로 빨치산 활동을 했고, 1954년 3월까지 지리산에서 활동했다. 그는 불꽃사단사령부 지도원, 중앙당 연락부 지도원, 경남도당 경호대지도원 등을 지냈고, 1954년 경찰에 자수했다.

송씨는 사천에 줄곧 사셨다. 고인과 가깝게 지낸 김임섭 전 의원은 "선생은 해방 이후 여운형 조직에서 일하시다 친일파들의 득세에 3형제가 지리산으로 입산해 빨치산이 되었고, 형님은 총탄에 맞아 운명했고, 동생은 일찍 하산했지만, 선생께서는 마지막까지 있었다"고 소개했다.

송씨는 2007년 10월 함양 마천면 백무동 계곡에서 열린 '지리산 천왕제'에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주최측은 한국전쟁 당시 지리산에서 맞서 싸웠던 빨치산 출신과 토벌대 출신 인사들이 만나 화해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송씨는 당시 같은 빨치산 출신인 정구현 전 진주노인대학 학장과 함께 행사에 참석했고, 토벌군 출신 인사와 화해의 뜻으로 손을 맞잡기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선생께서는 지난해 늦가을 혼자서 덕유산·지리산 일대의 옛 흔적을 조사하기 위해 다니다가 넘어졌고, 그 후유증으로 힘들어 하셨다"며 "병원에서 퇴원한 뒤 집에서 지내셨다. 지난 달에 찾아뵈었더니 정신을 멀쩡했지만 몸이 많이 쇠약했다"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선생께서는 지리산 빨치산의 세밀한 내용을 잘 아셨던 분으로, 선생의 운명은 역사의 단절이며 분단된 한반도 한 조각의 아픈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자녀 셋이 있다. 김임섭 전 의원은 "연좌제 때문에 자식들이 피해를 입을까 싶어 호적을 정리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고인의 빈소는 삼천포시민장례식장에 차려졌다. 김 전 의원을 비롯해 평소 고인과 가깝게 지냈던 사람들은 장례 절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병하(부산)씨는 "여러 사람들과 논의도 하고, 가족들과 논의해서 '시민사회장'으로 할지 '가족장'으로 할지 결정할 것"이라 밝혔다.
#지리산 #빨치산 #송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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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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