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메르스, 메탄올... 이곳은 여전히 위험하다

[세월호 참사 2주기 특별 기고 2] 세월호 참사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죽음들

등록 2016.04.12 14:05수정 2016.04.1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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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2주기가 다가옵니다. 304명의 희생자를 위한 진상규명, 그리고 아직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9명의 미수습자가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기원합니다. 세월호 가족과 시민, 단체들이 함께 꾸린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는 2주기를 맞이하여 참사를 기억하고 행동하기 위한 이야기를 여러 차례에 걸쳐 기고합니다. - 기자 말

박근혜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주요 공약 중 하나로 내걸었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와 메르스 사태로 이 공약의 공허함이 다시 한 번 확인되었다. 진상 규명조차 하지 못한 채 맞는 세월호 참사 2주기는 허망하기만 하다.

국민안전처가 작년 하반기 여섯 차례 조사한 '국민안전 체감도 조사'에서 국민의 26.4%만이 '안전하다'고 답했다. 또한 정부 안전 정책이 안전 확보에 도움이 되었다는 응답은 27.5%에 그쳤다. '대형사고의 원인은 정부와 기업의 책임이 크다'고 답변한 국민은 63%에 달했다. 또한 최우선 개선 과제로는 교통사고, 감염성 질환, 산업재해가 꼽혔다. 이에 국민안전처는 2016년이 돼서야 국민안전 체감도 조사항목에 감염성 질환과 산업재해를 추가하기로 했다.

'국민안전 체감도 조사'는 단순한 체감도 조사가 아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국 사회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보고서다.

2015년 전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로 38명이 사망하고 186명이 감염, 1만6752명이 격리되었다. 메르스 사태는 그야말로 세월호 참사의 반복이었다. 정부는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병원 명단 공개를 거부했다. '낙타고기를 먹지 말라'고 말하는 등 허술한 예방책을 내놓기도 했다.

간접 고용을 남발하던 대형 병원이 부실한 감염 관리로 사태를 키우면서도 정부 역학조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었다. 정부와 기업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비정규직 고용 축소와 공공의료체계 구축, 질병 휴가 제도 도입 등 2009년 신종플루 때 불거져 나왔던 해결책을 방치한 것이 메르스 사태를 더 커지게 했다. 그러나 메르스 사태를 다시 겪고도 근본 대책은 수립되지 않고, 책임자 처벌은 없다. 국민들은 불안하다.

세월호 이후 끊임없이 이어진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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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감염자 ⓒ 416연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중대사고는 계속 발생하고 있다. 화학사고는 증가하는 추세다. 대부분 사고엔 규제 완화와 노동 인력의 외주화가 영향을 미쳤다. 기업의 안전 규정 위반과 정부 감독 부실도 한몫했다.

한국은 지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매해 평균 2422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OECD 산재사망률 1위다. 이러한 현실은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은 중독, 메탄올 중독사고와 같은 '후진국형 사고'가 이어졌다.

2015년에는 형광등을 생산하는 광주 남영전구의 설비 해체·철거 작업 과정에서 20명의 노동자를 포함해 총 80여 명이 수은중독에 걸렸다. 수은중독은 교과서에서 '미나마타병'으로 언급될 정도로 유명하다.

이 병 때문에 1956년 일본에서 14명이 사망하고, 공식 집계로만 2265명의 환자가 확인되었으며, 동물과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국제사회는 2020년부터 수은제품의 제조와 수출입을 금지하고, 수은을 관리하는 미나마타 협약을 마련했다. 한국도 2014년 협약에 서명했다.

그러나 2015년 남영전구는 한 번도 수은 취급을 보고하지 않았고, 수은을 매립했다. 수은이 포함된 설비는 제철소로 흘러갔다. 4단계에 걸친 하도급 구조로 인해 노동자들은 수은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한 채 일했다.

이들은 나중에 병원을 전전하다 수은 중독임을 알게 되었다. 지난해 11월 남영전구 관계자는 불구속 입건됐지만 여전히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사건 발생 후 1년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완전한 보상도 받지 못했다. 문제가 있던 법과 제도의 개선도 깜깜 무소식이다.

수은·메탄올 중독 사고까지 일어났지만 '규제 완화'하겠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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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노동자, 시민 중대사고는 지속 발생했고, 화학사고는 증가했다. ⓒ 416연대


2016년 초에는 20대 청년 노동자 5명이 메탄올 중독사고로 실명 위기와 정신장애에 처했다. 이들은 삼성과 LG 등 대기업의 3차 하청업체에서 휴대전화 부품 작업을 하던 파견 노동자였다.

인천과 부천에서 불법 파견 형태로 일하던 노동자들은 자신이 쓰던 것이 메탄올인지 전혀 몰랐고, 현장에는 보호 장비도 배기나 환기 장치도 없었다. 메탄올은 치명적인 위험물질이었지만, 대기업의 다단계 하청인 사업주들은 단가가 훨씬 싸다는 이유로 에탄올 대신 메탄올을 사용했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1차 중독사고 이후 노동부가 감독했던 사업장에서 다시 중독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사업주는 '에탄올로 교체했다'고 말하며 감독을 피하고, 다시 메탄올을 사용했다.

메탄올을 사용하는 공장에서 일하던 20대 노동자들은 4대 보험조차 가입하지 못한 채 불법파견으로 일하다가 쓰러졌다. 이 사고 역시 노동자들이 병원을 전전하다가 우연히 세상에 알려진 것이다. 이전에 얼마나 많은 노동자가 숨겨진 피해를 입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파견노동을 확대하는 입법을 강행하고 있다. 이른바 '노동시장 구조개혁 5대 입법'이다. 메탄올 중독사고가 언론을 통해 뒤늦게 알려지기 하루 전날인 2월 3일, 박 대통령은 안산 시화 공단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파견확대 입법의 필요성을) 연설하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다. 사고 이후 정부는 형식적인 원하청 공생협력 방안과 불법 파견을 적발할 경우 파견 직원을 즉시 고용하는 대신 시정조치를 한 뒤 처분하는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처벌은 어떠한가? 또한 검찰은 구조실패의 책임을 당일 현장 책임자인 123경장에게만 물었다. 상황을 알고도 제대로 퇴선명령을 하지 않은 목표해경이나, 서해청장, 경청장은 기소도 되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직후 반복적인 산재사망과 재난사고에 대한 기업과 정부 책임자에 대해 처벌을 강화하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자 처벌은 '유병언 잡기'로 의혹만 남겼고, 새누리당과 보수언론까지 영국, 호주 캐나다에서 제정된 '기업 살인법'을 한국에 도입해야 한다고 떠들었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지난 2년 동안 발생한 대형 사고에서 원청이 처벌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정부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없었으며, 하급 관리자나 노동자만 처벌됐다. 2015년 강남역 스크린 도어 정비 하청 노동자 사망사고는 노동의 외주화가 주요 원인이었지만 개인 과실로 처리되었다. 2016년에는 청량리역 철도사고에 대해 철도공사 조사에서 무혐의로 밝혀진 기관사가 철도 경찰의 강압적인 재수사로 자살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2015년 38명의 사망을 비롯하여 온 국민을 불안과 공포에 떨게 한 메르스 사태에 병원도, 질병관리본부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으며, 책임자인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이사장이 되었다.

반복되는 참사, 제대로 된 대책 마련 위해 목소리 내야 한다

세월호 유가족을 비롯해 산재 사망, 재난 참사 유가족의 한결같은 바람 중 하나는 '다시는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 이후 앞다투어 발의된 각종 생명 안전 관련 법안은 이제 폐기 운명에 처해 있다.

산재 사망과 시민 재해의 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은 심의조차 되지 않았다. 생명안전의 무분별한 외주화를 막고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법, 철도 지하철 사고의 주요 원인인 노후차량과 1인승무제를 금지하는 법, 세월호 침몰 원인 중의 하나인 과적을 도로 위에서 금지하는 법, 화학 사고에 대해 주민의 알 권리와 참여를 보장하는 법, 규제 완화에서 안전 분야를 제외하기 위한 법 등도 마찬가지다.

또한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사고의 '콘트롤 타워'를 만들겠다며 설립한 국민안전처는 별다른 역할을 하고 못하고 있다. 국가안전대진단과 같은 전시행정만 남발할 뿐이다. 이 뿐만 아니다. 안전 사회를 무너뜨린 규제완화 역주행은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분야 규제완화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하던 새누리당은 의원 전원 발의로 행정규제기본법을 못 박았다. 이 법엔 규제개혁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돼있다.

'규제는 암 덩어리'라며 역설하던 박 대통령은 이제 "모든 규제를 물에 빠뜨려 놓고, 건질 놈만 건져야 한다"며 규제 완화 강공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안전 관련 부서를 포함한 전 행정부처는 규제비용 총량제로 규제를 없애고 있다. 규제 일몰제를 적용하여 현존하는 규제를 없애는 작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관리를 못 한 기업에 과징금 강화하는 법이 국회에서 통과하자 환경부가 시행령으로 무력화시켰다.

산재 사망과 재난 참사는 계속 반복됐다.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한국 사회의 생명 안전 문제에 관해 성찰하게 되었다. 생명안전은 누구에게나 절실하고 중요한 문제다. 안전사회는 규제완화 중단,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고용 근절, 노동자 시민의 참여 보장 없이는 요원하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진상규명과 더불어 안전사회를 위한 노동자 시민의 투쟁이 절실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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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사회는 규제완화 중단, 책임자 처벌, 위험의 외주화와 비정규직 고용 근절, 노동자 시민의 참여 보장 없이는 요원하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진상규명과 더불어 안전사회를 위한 노동자 시민의 투쟁이 절실한 이유이다. ⓒ 416연대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최명선 시민기자는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국장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 미디어스, 민중의소리,참세상, 레디앙 등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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