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스타

조관우와 팝핀현준의 풍등, 아픈 영혼을 위한 살풀이

[기획] 세월호 참사 2주기,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진실에 대한 춤·노래

16.04.12 17:42최종업데이트16.04.14 14:11
원고료로 응원

세월호참사 추모곡 '풍등' 뮤직비디오의 장면들. 팝핀현준이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며 추모의 춤을 추고있다. ⓒ '풍등' 뮤직비디오 캡처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지난해 4월 16일, 가수 조관우의 세월호 참사 추모곡 '풍등' 뮤직비디오가 발표 되었다. 배우 이경영이 감독한 이 뮤직비디오는 출연진, 스태프, 장비 등 비용 전체가 영화계와 가요계의 재능기부를 통해 제작 되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들과 남은 가족들, 그리고 함께 고통 받는 국민들에게 작은 위로를 전하고자 했던 제작취지를 '풍등' 뮤직비디오는 잘 그려내고 있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이하면서 조관우의 '풍등' 노래와 팝핀현준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춤의 의미를 되새겨본다.

조관우 노래, 슬픔의 미학

'늪', '꽃밭에서' 등을 통해 우리는 가수 조관우의 목소리를 익히 아는 터이다. 경계없이 드나드는 그의 음역, 서정성과 호소력 짙은 고음, 최근 KBS2TV <불후의 명곡> '엄마야 누나야'를 통해 보여줬던 전통과 현대의 조화는 조관우가 부단히 노력하는 뮤지션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조관우는 부친이 명인 조통달이고, 아들 조현은 현재 실용음악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앞서 <불후의 명곡>을 통해 아들 조현이 편곡한 곡을 댄스풍의 발랄한 무대로 선보이기도 했다.

조관우 삼대(三代) 음악 가족 이야기는 지난해 4월 11일 삼성동 백암 아트홀의 조관우 콘서트 <물들이다>에서 절정의 감동을 이끌기도 했다. 조관우의 소리를 한마디로 정의 한다면 '슬픔의 미학'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듯하다. 성수대교 아픔을 노래한 '실락원', 노무현대통령 추모 헌정곡 '그가 그립다', 드리마 OST '상실'을 부른 그가 세월호 참사와 동료 가수 신해철의 죽음을 비통해 하며 '풍등'을 부른 것은 어쩌면 그의 음색이 이 슬픔에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고 있는 대중의 요구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팝핀현준은 <풍등> 뮤직비디오에서 어떤 역할을 했던 것일까. 노래를 부른 가수 조관우가 당연히 주인공이라고 대중은 생각할텐데 이경영 감독은 조관우와 팝핀현준이라는 두 주인공을 대중과 만나게 한다. 이제부터 팝핀현준의 풍등 노래와 함께 표현된 그의 춤 이야기를 해보자.



이애주 교수, 넋을 위로하는 춤사위

'민중춤꾼', '시국춤꾼'이라 불렸던 서울대 이애주 교수를 많은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다. 격랑의 시국에 무대에 올라 억울하게 또는 국가 폭력에 희생당한 분들을 위해 '살풀이 춤'을 추었던 무시무시한 무녀巫女 같기도 했고, 저자거리 재미있는 춤꾼 같기도 했다. 이렇게 기억되는 이애주 교수는 우리 시대 최고의 무녀(舞女)다. 상스럽고 천하다는 질타가 있었고 운동권, 좌익으로까지 몰려 국립극장 블랙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애주 교수는 개의치 않았다. 우리 춤을 제대로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옳게 찾아낸 결과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내는 춤에 몰입했다. 그리고 '살풀이춤', '진혼무', '바람맞이춤'을 탄생시켰다. 그러한 이애주 교수가 한성준, 한영숙의 뒤를 잇는 우리 나라 전통무 '승무'의 인간문화재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1987년 서울대 아크로폴리스 광장에서 이애주 교수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박종철 열사를 위한 '바람맞이춤'을 추고 있다. ⓒ 이애주


'씻김굿', '살풀이춤'으로 불리는 망자(亡子)를 위한 의식은 불가에 뿌리를 두고 있다. 영산재, 천도재, 사십구재는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식이다. 불교는 나라마다의 민속과 샤먼을 존중하고 있다. 망자를 위한 의식은 억울한 누명 풀어내고 달래기, 삶과 죽음으로부터의 자유로움, 왕생극락, 환생이라는 공통된 테마를 갖는다. 문학적 맥락으로 이해한다면 스토리텔링이 있고, 구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이애주 교수는 춤은 메타포(은유와 상징)를 끌어들일 줄 알았다. 춤의 스토리텔링과 메타포를 우리는 김연아의 피겨스케이팅과 손연재의 리듬체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애주 교수와 그 테마는 다를지 몰라도 예술로 승화된 그녀들의 춤사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게 된다.

현대적 감각으로 살풀이 재해석, 팝핀현준의 춤

팝핀현준이 '풍등' 뮤직비디오에서 보인 춤은 이애주 교수의 전통 살풀이춤을 현대적 감각으로 해석해 낸 춤이라 할 수 있다. 느림과 빠름에 대한 완급, 번데기가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되어 날아가는 듯한 섬세한 춤사위, 격정적인 아이돌 스타와 같은 몸동작, 더구나 곡선과 직선의 공간이 있다. 망자의 영혼을 불러오고 그들의 억울한 죽음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해 하는 마음이 여실히 담겨 있다.

풍등을 날린다는 것은 그 자체가 산자가 죽은자를 애절하게 그리워하면서 못다한 말과 소원을 담아 하늘에 띄우는 것이리라. '풍등'의 가사는 실제로 진도 팽목항에서 거행된 천도재 의식 행사 중에 유가족 분들이 날린 풍등 사진 한장이 모티브가 되었다. 절제된 선율로 채승윤이 작곡했고, 이 분위기에 맞는 조관우의 목소리가 담겼다. 이경영의 헌신적인 참여는 가요계와 영화계의 재능기부를 이끌어 냈다.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않았던 팝핀현준의 춤사위로 완성되었다. 팝핀현준은 직접 안무를 짜고 뮤직비디오가 제작되는 시간 내내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무대에서 이렇게 몸짓의 언어를 최대한 표현해낸 것이다.

조관우의 '풍등' 뮤직비디오가 제작된 4월 초, 차가운 빗줄기 속에서 와이셔츠 한 장만 입고 춤을 추는 팝핀현준의 모습이다. ⓒ 조덕섭


뮤직비디오의 촬영은 아직은 추운 4월 초, 야간 야외무대에서 장대비가 뿌려지는 가운데 진행 되었다. 얇은 와이셔츠 하나 입고 온몸을 비에 적시며 춤을 추고, 촬영된 영상을 리플레이 하며 동작 하나하나를 수정하던 팝핀현준의 근성은 현장 스태프와 출연자들을 감동시켰다. 그리고 이 춤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분들과 남은 가족들,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달될 것인가를 미리 예견하게 하는 듯했다. 완성되어 발표된 뮤직비디오에서 팝핀현준의 춤사위는 인간이 삶과 죽음으로부터 의연하고, 산 자와 죽은 자가 하나라는 동질감을 갖게 한다. 조관우는 목소리로, 팝핀현준은 춤으로 '슬픔의 미학'을 대중에게 내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 2주년이다. 온 국민을 절규과 분노의 광장으로 내몰았던 세월호 참사, 지금 이 시간까지도 그 진실은 무엇 하나 밝혀진 게 없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책임은 지지 않고 오히려 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버젓이 활개를 치고 있다. 희생자 유가족분들을 두번 죽이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은 그냥 이대로 묻혀버릴 가능성이 높다.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또 다시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게하기 위해서라도 2년 전 그날, 우리는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 볼 수 있어야 한다.

'풍등', 이 노래가 우리 시대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진 모든 분들께 위로가 되길 바란다.

세월호2주기 풍등 조관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