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낮은 성장률, 한국에 위기일까 기회일까

시진핑 시대 경제 전략을 망라한 <뉴노멀 중국> 출간

등록 2016.04.18 09:04수정 2016.04.18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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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세계 언론이 가장 주목한 것 가운데 하나는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1분기 중국 경제성장률이었다. 이날 발표한 수치는 6.7%로 2009년 1분기 이래로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수치로는 15조8526억위안(우리 돈 1경8163조9090억 원. 기준율)이다.

한국을 비롯해 세계 언론은 7% 이하의 낮은 성장률에 주목한다. 그런데 이런 수치에 대한 집착은 최근 중국 정부가 경제 전략으로 생각하고 있는 뉴노멀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것이다.


중국 정부는 현재 지난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급속한 재정정책을 통한 부양을 지양하고, 낮더라도 건설한 정책을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이런 중국 정부 정책은 중국 수출에 경제운영의 상당부분을 맡기고 있는 우리정부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이제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에 명운을 걸던 시대는 끝났다.

중국의 뉴노멀 정책이 한국에 미칠 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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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시대 경제 전략에 대한 고찰서 <뉴노멀 중국> ⓒ 유비온

최근 출간된 <뉴노멀 중국>(유비온 간)은 이런 중국의 경제원칙을 가장 권위 있는 경제학자나 금융전문가들을 통해 잘 설명한다는 점에서 중국 관련자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미국 정치 외교저널 <foreign policy>가 세계 100대 사상가 중 하나로 꼽은 후수리 차이신미디어 총편집장이 편집을 맡은 이 책은 리이닝(베이징대 경영대학원 명예원장), 리다오쿠이(칭화대 경제학교 교수), 우징롄(국무원 발전연구센터), 린이푸(베이징대 명예원장) 등 중국 최고의 경제학자이자, 시진핑의 경제 멘토들의 기고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중심 내용은 뉴노멀 시대의 전략부터 투자, 기업 활동부터 부동산 대응이나 핀테크까지 뉴노멀 시대 대응방법을 최고의 전문가들이 풀어낸다.


중국 경제분야의 최고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북경대 광화경영대학원 명예원장인 리이닝은 글에서 6.5~7%면 충분하고, 오히려 성장보다는 환경 파괴, 자원 고갈, 전문 인력 부족을 걱정하라고 주장한다. 또 20조 달러에 달하는 지방채의 축소를 선결 과제로 본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리이닝은 국유기업의 시스템 개혁, 안정적인 도시화, 소득분배 제도 개혁을 꼽는다. 소득분배를 이야기하면서 그는 농민들이 주도하는 협동조합과 그 연합체의 구성 등을 주창하는 게 눈에 띈다.

리다오쿠이 칭화대 경제학과 교수도 뉴노멀을 보는 눈은 비슷하다. 그의 개혁에 대한 생각도 금융시스템 개혁, 재정 시스템 개혁, 국유기업 개혁 등 리이닝과 대동소이하다. 향후 10년 중국 경제 흐름을 전망한 관칭요우 민셩증권연구원 부원장은 이 상황에서 주목하는 것이 올해부터 바뀐 독생자녀제도 폐기다. 이로 인해 매년 중국 출생인구가 200만명씩 늘어나, 노령화 해소에 도움을 주고, 서비스 시장을 확대하는데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경제개혁에 대한 기고자들의 태도도 크게 다르지 않다.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우징롄 연구원은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국유경제와 정부 간섭을 시장 어려움으로 꼽는다. 특히 성장을 위한 지나친 자원 과소비 등을 지적하고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투자 중단, 좀비기업 수혈 중단, 정부의 우발부채 상환 등을 꼽았다. 이런 과정에서 나타나는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해서는 농촌의 도시화, 확장형 서비스업의 확대, 정보화를 통한 국민경제 개조 등을 꼽았다.

위에 소개된 중국 싱크탱크 학자들의 견해를 총괄적으로 정리하면 중국은 과도한 성장보다는 내실 있고, 안정적인 경제를 선택한다는 기조가 명확하다. 그럼 중국 경제에 필요한 최소한의 성장률은 무엇일까.

이 책에서 학자들 역시 6%에서 8%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중국 정부의 성장률에 대한 생각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의 경제 계획인 '13.5 규획'을 참고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이 계획은 2015년 10월 26일터 29일까지 열린 '중국 공산당 제18기 제5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10.26~29)에서 통과된 안으로 향후 중국 경제를 총괄하는 지표다. 이 계획에 따르면 시진핑은 중고속 성장을 위해 6.5% 이상의 성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연평균 성장률 역시 6.5% 정도를 기준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그럼 6.5%의 성장과 '뉴노멀'이라는 이슈는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우선 기존과 같이 의도적인 경제 부양이 없다는 점에서 이미 약세로 돌아선 중국 수출이 지속적으로 위험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올 2월까지 대중국 수출액(181억3660만달러)은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액(220억1200만달러)보다 무려 17.6%가 감소했다. 시진핑 정부가 본격적으로 들어선 2013년부터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것의 가장 큰 이유는 중국 정부가 수없이 말하는 '뉴노멀'에 근본 원인이 있다.

여전히 중국 경제성장률에만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뉴노멀은 멀게만 느껴지는 용어인데, 문제는 뉴노멀이 앞으로도 중국이 성장률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것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경제 원칙이라는 데 있다.

거기에 반도체 등 전자산업은 중국 칭화유니그룹의 거대한 투자를 보듯 급속한 중국 자체 경쟁력 향상을 의도한다. 자동차 산업은 스모그 문제 등을 원인으로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중인데, 한국기업이 이 시장에서 주도권을 쥘 가능성은 많지 않다. 비야디나 베이징자동차를 중심으로 한 중국기업이 기술이나 생산, 판매에서 시장을 장악했다.

'한국보다 뒤진 중국' 이 생각부터 버려야

한국에게 열린 시장이 있다면 SK나 LG화학이 일부 참여한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정도. 자원 소비를 지양하는 상황에서 화학 제품의 수출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많지 않다. 결국 전자, 자동차, 화학 등 중국 수출의 중심 분야가 위기가 빠져드는 상황을 극복하기가 쉽지 않은 게 당면한 현실이다.

그럼 '뉴노멀 중국'을 두고 한국이 가능한 비즈니스 분야는 없을 것일까. 물론 아니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런 중국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환자도 진단이 되어야 처방이 가능하듯이 대중국 경제나 교류도 제대로 진단이 필요하다.

오랫 동안 중국을 봐온 사람들은 최근 중국의 변화 속도를 보고 혀를 내두른다. 기자가 베이징에 거주할 때 살았던 아파트는 2004년 제곱미터당 5000위안에 분양됐는데, 지금 매매가는 6만위안을 호가한다. 10년 만에 12배가 뛴 것이다. 제곱미터당 6만위안은 평당(3.3㎥) 19만8천위안으로 한화 3500만 원에 해당한다.

베이징 외곽의 아파트가 이미 강남의 고급 아파트 수준과 같은 것이다. 부동산만이 아니다. 최근 중국 돼지고기 값이 급등해 500그램당 우리돈 6500원까지 올라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는 상황이 됐다. 물론 부동산의 폭등은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같은 중심도시의 현상이지만 중국 경제가 이미 이런 상황에 왔다는 것은 불문가지다.

중국의 이런 변화는 한국에게 많은 기회를 가져다준다. 중국 대도시에서 항공이나 크루즈 같은 여행 수단으로 가장 쉽게 접근하는 곳이 한국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인식만 있다면 한국의 미래 먹거리를 찾는 것도 단순해질 수 있다.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으로 도약을 앞둔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 안전하고 환경도 좋은데다 한류로 인해 인상도 나쁘지 않은 한국이라는 브랜드 그 자체가 미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에서 중국에 대한 인식은 아직 우리나라보다 한참 뒤진 국가라는 잘못된 인식이다.

뉴 노멀 중국

후수리.우징롄 외 지음, 이지은 옮김, 최헌규 감수,
유비온, 2016


#뉴노멀 #신창타이 #중국 #시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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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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