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단체 설립, 보츠와나 법원도 허락했다

[성적소수자 단체 설립 해외 사례] 케냐에서도 '적법'

등록 2016.04.20 18:06수정 2016.04.2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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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에 위치한 보츠와나는 과거 영국 지배하에 있었던 나라로, 대륙 내에서 가장 민주적인 나라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다만 민주주의의 성숙과는 별개로 동성애는 터부시되어 현재 동성 간의 성관계가 불법으로 규정되어 있으며 동성애가 서구의 문화이며 질병이라는 인식도 퍼져있는 나라다.

이러한 보츠와나에서 지난 3월 성적소수자 단체의 설립이 허가되는 '대사건'이 벌어졌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도전이었던 만큼, 이것은 '사건'이라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레가비보(LEGABIBO–The Lesbians, Gays & Bisexuals of Botswana)는 보츠와나의 성적소수자 인권단체이다. 지난 2012년 2월 레가비보의 활동가들은 단체를 정식으로 등록하기 위해 민간·국가 등록청을 찾았다. 그런데 민간·국가 등록청과 노동내무부는 '보츠와나 형법 상 동성 간 성관계가 불법이므로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는 보츠와나 형법의 권리 조항이 보호하는 개인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들의 등록 신청을 거부했다.

이후 단체 활동가 및 20여 명의 당사자들은 국가에 소송을 걸며, 단체의 설립이 적법함을 꾸준히 주장한다. 그리고 2014년 11월 고등법원은 정부의 주장이 비논리적이므로, 레가비보를 단체로 등록하라는 판결을 내린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불복하고 다시 상고를 하여 재판은 더욱 길어졌고 최종적인 결론이 2016년 3월 16일에 나온 것이다. 이 재판에서 판사들은 만장일치로 정부가 제기한 상고를 기각하며 단체의 설립이 적법함을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였다.

대법원은 "레가비보의 설립 목적이 보츠와나 LGBTI의 인권과 복지를 증진하는 데 있으며, 법 개정을 제창하는 것은 그 자체로는 불법이 아니다. 법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모든 시민의 민주적인 권리이며 논리적으로 보아, 어느 단체가 임신 중절이나 사형이나 동성 간 성관계에 대한 법을 개정하자고 제창한다고 하여도 해당 단체나 단체 성원이 임신중절, 살인, 동성 간 성관계에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하며 국가가 단체의 등록을 거부하는 조치는 위법할 뿐 아니라 LGBTI 활동가들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

또한 대법원은 동성애가 범죄로 규정된 적이 없다고 강조하였다. 다시 말해 "보츠와나의 형법은 성인들이 합의 하에 수행하는 특정 성적 행위를 법으로 금지하지만, 동성끼리 성적 매력을 느끼는 것까지 처벌하지는 않으며 헌법에서 보장하는 기본권에 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중요한 이유는 이 판결이 LGBTI 활동가의 인권을 증진할 뿐만 아니라 성적소수자가 사회적 약자임을 인식하고 인정하였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비록 반대 의견이 있을지라도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등의 커뮤니티 구성원은 어느 사회에서나 풍요로운 다양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와 유사한 재판으로는 지난 2015년 케냐의 고등법원에서 다뤄진 '게이와 레즈비언 인권 협의회'라는 단체의 등록 사례가 있다. 케냐의 고등법원은 성별이나 성적 지향과 무관하게 어떤 인간이든 당연히 케냐 헌법의 목적 상 개인으로 간주하여야 한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또한 케냐 고등법원은 사람들이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로부터 보호 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도록 금지한다면 평등권과 존엄성을 침해한다고 판결하며, 단체를 결성할 결사의 자유가 헌법으로 보장되어 있음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하였다.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에서 성적소수자 단체들이 겪었던 일을 2016년 대한민국의 비온뒤무지개재단이 똑같이 겪고 있다. 비온뒤무지개재단은 성적소수자들의 인권 증진을 위하여 2014년 창립하여 법무부에 사단 법인 등록을 신청하였으나, "성적소수자들의 인권은 (법무부의) 소관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불허 처분을 통보받았다. 이 후 재단은 행정소송을 통하여 법무부의 처분이 헌법 상 보장하고 있는 행복추구권과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정이었음을 밝히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두 나라에서 앞서 내려진 판결들은 성적소수자들의 인권을 증진코자 하는 활동들이 누구나 보장받아야 하는 기본적 권리임을 보여준다. 아프리카 대륙에 살고 있는 사람이든,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사람이든 '인간'으로서 보장되는 존엄과 가치는 동등한 것이 아닐까? 이 땅에서도 아프리카의 재판정에서 이뤄진 판결과 같은 지극히 헌법에 부합하는 판결을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비온뒤무지개재단은 2014년 창립 이후 사단법인 등록과 관련하여 법무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오는 4월 22일 3차 변론기일을 앞두고 있으며, 이전까지 총 4회로 성적소수자 단체와 사단법인 등록의 의미를 국내외적 사례 등을 통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1회에서는 2차 변론기일의 스케치, 2회에서는 아프리카 보츠와나 성적소수자 단체인 레가비보의 단체 등록 과정을 통해 보는 해외 사례, 3회에는 재단 사단법인의 법적 의미 그리고 4회에서는 사단법인 등록과 관련된 국제적 의견을 다룰 것입니다
#성적소수자 #비온뒤무지개재단 #법무부 #사단법인 #해외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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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온뒤무지개재단은 한국 최초의 성적소수자들(LGBTAIQ)을 위한 재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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