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 불편한 엄마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70점 엄마] 저녁 약속도 회식도 자유롭지 않은 워킹맘의 일상

등록 2016.04.22 18:05수정 2016.04.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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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에게 회식이란 참 어렵고도 어려운 것입니다. ⓒ pexels


오늘은 즐거운... 아니 즐겁지 않은 회식날입니다.

부서 인원이 20명 안쪽에서 40명 바깥으로 늘어난 다음부터는 회식하는 빈도가 줄어들었어요. 그래서 굉장히 오랜만의 회식인데도 회식이 즐겁지 않은 사람. 그 이름은 워킹맘입니다.

대개는 한 달에 한두 번쯤 회식이 잡히는데요. 워킹맘들은 미리 예정된 회식이 아니면 참석하기가 참 힘듭니다. 야근이야 늘 하는 일이니까 어느 정도 양해가 돼 있어서 제가 퇴근 후 집에 도착하는 시각까지 돌봄 이모나 친정엄마가 아이들을 봐주시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놨거든요,. 그러나 회식이 생기면 그 시스템의 조정이 필요합니다.

제일 먼저 남편에게 일찍 퇴근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뒤 저의 회식과 개인적인 저녁 약속은 1년에 10번을 넘지 않습니다. 그것도 연말에 잡힌 송년모임을 포함한 숫자예요. 이렇게 자주 회식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대개는 남편이 적극적으로 일정을 조정해서 저의 회식 혹은 저녁 모임 참석이 가능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면 돌봄 이모나 친정엄마가 더 늦은 시각까지 아이들을 돌봐주시지 않아도 되죠. 그러나 남편도 바빠서 일정 조정이 불가능하면 돌봄 이모의 시간을 조금 늘리고, 추가로 친정엄마께 아이들을 맡아달라고 부탁합니다. 이런 저녁시간의 아이들 돌봄 조정이 실패하면 워킹맘의 회식 참석은 불가능합니다.

잠 못 들고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

가끔은 늦게 오는 엄마를 기다리느라 아이가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있기도 합니다. 늦은 시각 도어록을 열고 들어가는데, 깜깜한 방에서 "엄마다!"라는 소리와 함께 아이가 뛰어나오며 저를 반기더군요. 아이 옆에 앉아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3분도 채 안돼서 깊은 잠에 빠집니다. 오후 10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게 하는 분위기라 잠자리에 눕기는 했지만 엄마의 빈자리 때문에 잠들지 못하고 깜깜한 방에서 뒤척이며 엄마를 기다렸을 아이를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정말 꼭 참석해야 하는 회식이 아니면 대개 일이나 아이를 핑계로 회식 참석을 거절하게 됩니다. 몇 번 회식에 빠지니까 나중엔 임원이 참석하시는 부서 전체 회식자리 등을 제외하면 굳이 참석을 권하지도 않더군요. 아이러니하게도 회식에 참석하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회식에 참석하지 못하기 때문에 불편하기도 해요.

아이가 없을 때에는 입사 동기, 여직원 모임, 특정 시기에 같은 업무를 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친구들이나 이직하기 전 회사의 입사 동기 모임까지 두루 저녁 약속 혹은 회식자리가 생겼고 당연히 참석하곤 했죠. 쌍둥이 남매의 출산 뒤 아이를 회식은 무척 부담스러운 자리가 되더군요. 직원들끼리 갑작스럽게 번개처럼 술 한 잔하고 가자는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지는 꽤 오래되었습니다.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은 일 년에 한두 번이 고작입니다.

야근뿐만 아니라 회식으로까지 늦은 퇴근이 반복되면 아이를 돌봐주는 돌봄 이모나 친정엄마에게 부담을 줘야 하고, 남편이 일정을 조정해야 합니다. 엄마를 기다리느라 늦은 시각까지 잠을 못 이루는 아이들이 눈에 밟힙니다. 반면 회식에 빠지면 업무 중에 발생한 오해나 스트레스도 자꾸 쌓이기만 할 뿐더러 회사에서 일어나는 각종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유하고 공감하는 일에서도 소외됩니다. 상사에게 눈치가 보이는 것도 물론이고요.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이 여성 직장인 61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부가 갑작스러운 야근이나 회식을 하게 될 때에는 52.8%가 '육아를 부모님에게 부탁한다'고 답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아내가 양보해 일찍 퇴근'(13%)한다는 응답이 '남편이 양보해 일찍 퇴근'(8.7%)한다는 응답보다 많았습니다. 육아로 인한 부담은 여성이 더 많이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여성신문> 2016년 4월 7일 치 보도 참고)

비슷한 다른 조사에 따르면 야근이나 회식으로 퇴근이 늦어질 때 남자에 비해 여자가 훨씬 더 많이 죄책감을 가진다고 합니다. 워킹맘으로서 육아의 힘듦을 토로할 때 남편은 뭐 하느냐는 질타가 이어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대개 남편은 저보다 더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렇게 퇴근이 늦어질 때, 그래서 가사나 육아에 영향을 미칠 때 우리 사회에서는 남자보다 여자가 좀 더 많은 죄책감을 가지도록 교육받아온 것 같습니다.

회식을 대하는 워킹맘의 자세

아이가 있는 다른 여자 동료에게 물었습니다. 회식할 때 아이들은 어떻게 하느냐고, 야근으로도 많이 늦는데 회식 때문에 늦을 때는 마음이 불편하지 않느냐고 말입니다. 다들 불편한 마음을 가지는 것은 매한가지긴 하더군요. 늦은 엄마의 퇴근으로 아이의 일상이 흐트러지는 것, 학교를 다니는 경우 아이의 준비물이나 숙제를 챙기기 어려워지는 것, 더러 남편과 육아와 가사의 역할 분담으로 다투는 것 등을 비슷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회식에 참석해서도 구석에 앉아 불편한 마음을 유지하고 있었거든요. 원래 많은 사람들과 웃고 떠드는 사교적인 성격은 못 되지만 그런 자리를 피하지는 않았는데, 아이들이 생기고 난 뒤에는 회식 그 자체를 편하게 생각한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불편한 마음이 쌓이니 불편한 티가 나고 집에서는 남편이나 아이들에게 짜증을 내는 일이 발생합니다.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짜증을 남에게 전가하는 등의 후회할 일을 하게 되는 거죠.

회사를 다니다 보면 회식이 필요한 때가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힘들고 짜증 나는 일로 동료와 트러블이 있었을 때 저녁을 먹으며 술 한잔 기울이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회사의 정책이나 방향의 차이에 따라 윗분들의 지시가 때로는 부당하고 따르기 어렵다고 생각할 때(시쳇말로 상사에게 깨졌을 때) 동료들과 함께 회사나 상사를 안주 삼아 술 한잔 기울이는 것도 좋은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죠.

또 어떤 사업의 시작이나 끝을 기념하며 즐겁게 한잔하는 일도 필요합니다. 다 함께 힘을 합쳐 이번 일을 잘 해보자는 다짐이나 그동안 수고 많았다는 격려와 인사가 필요할 때도 있죠. 새로운 사람이 들어오거나 그동안 정든 사람이 떠나갈 때에도 역시 회식을 통해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며 좋은 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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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하면 술 한잔, 으레 하곤 하죠? ⓒ pexels


늘 아이들 때문에 바쁘던 저녁 시간을, 회식이라는 자리를 통해 어른들끼리의 대화도 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진다고 생각하면서 즐겁게 음식을 먹고 술 한잔 기울이는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겠죠? 이미 회식에 와 있고, 이 자리에 오기 위해 아이들을 돌볼 사람은 준비돼 있을 테니 이 시간을 즐기다 가자고 생각하는 거예요. 한 달에 한두 번쯤 아이들 이야기는 빼고 나 자신과 일에 대한 이야기로 시간을 채우는 것도 괜찮다고 말이죠. 그리고 다음날, 혹은 주말에 좀 더 신나게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겁니다.

지금은 과연 그런 시기가 올지 상상도 안되지만 아이들이 커서 엄마의 이른 퇴근이 필요하지 않을 때, 잔소리 때문에 엄마가 집에 늦게 와줬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순간이 올 때에는 싫어도 야근이 편하고 회식이 필요해질지도 모르니까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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