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노무현 사저 아방궁" 이번엔 사과하나

[取중眞담] 한나라당 원내대표 때 발언... 봉하마을 사저 개방으로 다시 관심

등록 2016.04.26 09:53수정 2016.04.26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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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 [편집자말]
"아방궁이라 발언했던 사람, 그 발언을 그대로 보도했던 언론, 그리고 그대로 믿었던 사람들이 와서 꼭 보고 과연 그런지 확인했으면 좋겠네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가 오는 5월 1일 일반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오세주 김해 노사모 대표일꾼이 한 말이다. 노무현재단이 사저 공개 계획을 밝히자 '이참에 아방궁인지 확인해 보고 사과하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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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고 노무현 대통령 사저. ⓒ 윤성효


노무현재단은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에 있는 사저를 5월 한 달 동안 주말에 공개한다. 하루 세 차례(오전 11시, 오후 1시30분, 3시) 100명씩 모아 특별관람하도록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신청하고 있다. 노무현재단은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1차분(5월 1일, 7일, 8일, 14일, 15일) 신청을 받았는데, 접수 첫날 마감되었다. 재단은 2차분(21일, 22일, 28일, 29일)을 오는 5월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받는다.

재단에 따르면, 고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방문객과 대화 도중에 "사저는 내가 살다가 그 후에는 시민들에게 개방되어 활용될 공간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 퇴임한 뒤 사저에서 살았다. 고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말 사저 옆에 사택을 마련해 이사했다.

'사저=아방궁' 발언은 언제, 누가?


'사저=아방궁' 발언은 언제 나왔을까. 홍준표 경남지사가 옛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원내대표이던 2008년 10월 14일, 그해 국회 국정감사 점검회의 때 '아방궁'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사저 뒷산) 웰빙숲 조성은 쌀 직불금 파동에 버금가는 혈세 낭비의 대표적 사례"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집 앞에는 주차할 데도 없다. 노 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서 사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당시 한나라당 조윤선 대변인은 그 다음날 "노 전 대통령 사저와 뒤편 산을 웰빙숲으로 가꾸는데 530억 원 가까운 혈세를 써 그야말로 노방궁(노무현 아방궁)을 만들었다"며 "서민 생활은 점점 피폐해지는데 그의 주변은 왜 풍요해졌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아방궁' 발언과 관련해 사과 요구를 받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홍준표 지사는 국회의원일 때인 2011년 5월 23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아방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그 집(사저) 주변 환경정비 비용으로 1000억 원에 가까운 국비와 지방비가 투입되었다는 보고를 받았기 때문"이라며 "그 보고가 잘못되었다면 사과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해 5월 25일, 대구에서 열린 정치아카데미에 참석했던 홍 지사는 같은 설명을 하면서 사과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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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 전경. ⓒ 윤성효


사저에는 국고 한 푼도 안 들어가 ... 1000억 진실은?

사저에는 국고가 들어갔을까. 노무현재단과 노 전 대통령 측은 사실이 아니라고 여러 차례 주장했지만, 일부 사람들 사이에 '사저=아방궁'이란 인식은 한동안 계속 되었다.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재단 이사장으로 있을 때인 2011년 5월 30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홍준표 의원이 1000억 이 들어간다는 보고를 받았기에 사과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이래저래 모면하려고 그런 과거의 말들을 합리화하는 것"이라 지적했다.

당시 문 의원은 "사저에는 국고가 단 1원도 들어간 게 없다. 그러니까 사저는 100% 사비로 지어진 것이다. 그래서 사저에 많은 돈이, 국고가 투입됐다, 이런 이야기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했던 것이다.

사저는 지하 1층과 지상 1층으로, 건축 연면적은 1277㎡(387평) 규모다. 땅값과 공사비를 합쳐 모두 12억 원이 들어갔는데, 모두 노 전 대통령 개인 돈과 대출(6억원)을 받아 충당되었다.

홍준표 지사가 당시 언급했던 '1000억 원 투입' 주장은 사실일까. 김해시가 300억 원을 들여 진영읍에 도서관과 문화센터를 건립했다. '노무현 마지막 비서관'인 김경수 국회의원 당선인은 당시 언론과 한 인터뷰를 통해 "진영읍과 봉하마을은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다"며 관련이 없다고 했다.

간벌과 등산로 정비 등을 하는 웰빙숲가꾸기사업은 산림청이 매년 전국 산을 지정해 실시하고 있다. 산림청은 봉화산을 선정해 30억 원 정도 들여 사업을 벌였다.

또 환경부는 봉하마을 인근에 있는 화포천에 60억 원을 들여 생태가꾸기사업을 추진했다. 화포천은 습지로 보전 가치가 높다. 이 사업들을 다 합쳐도 500억 원이 되지 않는다.

경남지사 관사 재건축에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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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청은 도지사 관사로 사용하기 위해, 창원시 용호동에 있는 옛 경남지방경찰청 관사를 맞교환해 2층 높이로 재건축하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윤성효


홍준표 지사의 아방궁 발언은 뒤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홍 지사의 아방궁 발언은 경남지사 관사 재건축 논란이 일면서 오히려 야당의 화살이 되었던 것이다. 2014년 7월, 경남도는 11억 원을 들여 관사를 재건축하려 했다. 그러자 '호화 관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야당은 "근거도 없이 노 대통령을 비난했던 홍 지사는 도민의 세금으로 아방궁을 지으려는 자신을 먼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고 했다. 당시 경남도는 관사 재건축 계획을 철회했다.

지금 경남도는 경찰청과 맞교환했던 창원 용호동 소재 옛 경남지방경찰청장 관사를 헐어내고 도지사 관사로 사용하기 위해 4억 2000만 원을 들여 재건축 공사를 벌이고 있다.

당시 경남도는 재건축이 아니라 개보수해 사용하겠다고 했는데, 지금은 재건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것도 경남도가 스스로 밝힌 게 아니라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서울에 아파트를 두고 있는 홍준표 지사는 경남에 자신의 집이 없다. 경남지사 관사는 김태호 전 지사 때 없어졌다가 김두관 전 지사 때 다시 마련되었고, 홍 지사도 관사에서 지내고 있다.

아방궁 발언 사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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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경남지사가 2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홍 지사는 너럭바위 앞에서 뒷짐을 진 듯한 자세로 서 있기도 했다. ⓒ 윤성효


그 후 홍준표 지사는 아방궁 발언과 관련해 사과했을까. 2012년 12월 보궐선거에 당선해 취임했던 홍 지사는, 이듬해 4월 한 방송에 출연해 봉하마을 방문과 관련한 질문을 받았을 때 "노무현 대통령께 좀 미안한 것도 있어 아직 못 갔다"며 "미안한 마음이 없어지면 김해(봉하마을)에 한 번 가겠다"고 말했다.

홍 지사는 2014년 9월 2일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이사장을 예방했다. 당시 홍 지사는 방명록에 "편안히 쉬십시오"라 썼고, 기자들이 소감을 묻자 "노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입장은 달랐지만 훌륭한 대통령이셨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아방궁 발언과 관련한 사과는 없었다.당시  홍 지사가 봉하마을을 방문했을 때 안내했던 김경수 당선인(김해을)은 "당시 사저에서도 아방궁 발언과 관련한 사과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세주 대표일꾼은 "홍 지사가 사실확인을 하지 않고 보지도 않았으면서 사저를 아방궁이라 발언했다"며 "그 발언에 대해 최소한 사과는 해야 한다. 홍 지사를 포함해 아방궁이라 여겼던 사람들이 와서 보고, 지금이라도 묘소에서 사과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노무현 #홍준표 #봉하마을 #김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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