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주민 또 무죄, 대법원 "경찰직무집행 잘못"

평밭마을 배아무개씨 최근 무죄 확정... 다른 주민 수십명, 항소심 예정

등록 2016.04.28 09:26수정 2016.04.2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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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300만원→무죄→무죄.

밀양 송전탑 반대 투쟁에 나섰다가 공무집행방해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은 배아무개(평밭마을)씨가 1심와 항소심, 대법원에서 받은 선고 결과다. 결국 배씨는 죄를 저지르지 않은 것으로 결정이 났다.

28일 <오마이뉴스>는 밀양76kV송전탑반대대책위로부터 배씨의 판결 자료를 받았다. 밀양송전탑 반대 주민과 활동가 수백 명이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됐고, 상당수는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강아무개(동화전마을)씨는 지난 2015년 12월 11일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고, 배씨는 지난 15일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주민들은 경찰·검찰이 무리하게 법을 적용했다며 지금도 법정에서 싸우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 또 무죄 판결이 나왔다.

밀양시청, 한국전력공사, 경찰은 지난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을 했다. 주민들이 송전탑 공사 현장에 움막을 설치해 놓고 농성을 벌이고 있었는데, 행정대집행으로 움막을 철거했다.

배아무개씨는 그날 아침, 밀양 부북면 위양리 밀양765kV 송전선로 129번 송전탑 공사 현장 인근에 있다가 경찰에 연행되었다. 경찰은 배씨가 경찰관에게 욕설을 하고, 경찰관 2명의 뒷머리 부분을 손으로 때렸다며 기소했다.

1심 판결은 유죄였다. 2015년 1월 22일, 창원지법 밀양지원 이준민 판사는 배씨에게 공무집행방해를 인정해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이 판사는 "직무집행 중인 경찰관을 주먹으로 폭행한 사건으로 죄질이 불량하다"고 했다.


배씨는 1심 형량이 너무 무겁다고, 검찰은 너무 가볍다고 모두 항소했다. 그런데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어졌다. 그해 12월 17일 창원지법 제2형사부(판사 양형권, 박창우, 강성진)는 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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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시와 경찰이 2014년 6월 11일 오전 밀양 부북면 평밭마을에 있는 129번 철탑 현장의 움막농성장을 강제철거하는 행정대집행을 단행한 뒤, 주민인 한 할머니가 경찰에 끌여 나오고 있다. ⓒ 윤성효


항소심 재판부는 "움막 철거나 펜스 설치 등의 작업은 원활히 진행되고 있었고, 피고인은 이 현장에서 떨어져 있었으므로 작업에 차질을 주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은 경찰관의 '내려가라'는 지시에 응하지는 않았으나 경찰관을 밀치거나 경찰관을 헤치고 철거 현장 쪽으로 가려는 동작을 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현장에서 머물며 경찰관의 내려가라는 지시에 응하지 않고 버틴 행동은 지역 주민으로서 자신들의 뜻과 달리 송전탑 공사가 진행되는 데 대해 비탄과 동네 할머니들에 대한 걱정으로 지켜보고자 하는 마음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피고인에 대해 한 강제조치는 피고인이 송전탑 설치공사에 반대하는 주민임을 알고서 공사 현장 인근에 있는 것이 막연히 공사에 방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추상적 위험에 근거하여 행해진 것"이라했다.

이어 "그 상황이 경찰관직무집행법(제6조)이 적용될 수 있는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는 행위가 눈앞에 막 이루어지려고 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상황이고, 그 행위를 당장 제지하지 않으면 곧 인명과 신체에 위해를 미치거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상황이어서, 직접 제지하는 방법 오에는 다르게 막을 수 없는 절박한 사태'라고 도저히 볼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경찰관직무집행법의 '재산에 중대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위험한 사태'라고 보기도 어려우며, 기타 행정상 즉시강제가 필요한 만큼 목전에 급박한 장해를 제거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보기도 어렵다"며 "이 사건 강제조치는 경찰관직무집행법상 생정상 즉시강제에 의거해 발동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폭행을 가한 피고인의 행위가 적법한 공무집행을 전제로 하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고, 달리 피고인이 적법한 공무집행을 방해하였음을 진정할 증거가 없음에도 원심(1심)은 경찰관들의 공무집행이 적법함을 전제로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하고 말았다"며 "원심 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공무집행방해죄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원심 판결을 파기해 무죄 선고했다.

이는 대법원에서도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대법원 제1부(김용덕, 이인복, 김소영, 이기택 대법관)는 "원심(항소심) 판단은 정당하고, 거기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에 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잘못이 없다"며 검사의 상고를 기각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는 "경찰에 의한 국가폭력의 진상이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며 "대법원은 행정대집행 당시 경찰의 공무집행이 위법했으며, 재판 과정에서 경찰관들의 증인 진술이 거짓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밀양 주민 수십 명은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되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아 항소했고, 형사사건 항소심 공판이 오는 5월 19일 창원지방법원 313호 법정에서 열린다. 밀양 주민들의 재판은 밀양법률지원단(정상규 변호사 등)이 맡아 변론하고 있다.
#밀양송전탑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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