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억원짜리 '박정희 뮤지컬', 전면 취소 가능하다"

[인터뷰] 최인혁 구미 참여연대 사무국장

등록 2016.05.02 11:55수정 2016.05.02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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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생가서 96회 탄신제 개최 지난 2013년 11월 14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 추모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96회 탄신제 숭모제례' 모습. 이 자리에는 딸인 박근령씨, 남유진 구미시장, 김태환 새누리당 의원, 김관용 경북도지사, 이영우 경북교육감, 노석균 영남대총장, 현경대 평통수석부회장을 비롯한 각계인사들이 참석했다. ⓒ 소중한


경상북도 구미시는 매년 떠들썩하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탄신제를 지낸다. 양대 종교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다. 오는 2017년 탄생 100년을 앞두고 올해는 박 전 대통령을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도 제작한다고 한다. 그 사업비만 28억 원에 이른다. 도대체 어떤 공연을 준비하길래? 라는 의문이 절로 생긴다.

이에 이 지역 시민단체인 구미 참여연대가 창작 뮤지컬 추진 계획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시는 '검토 중인 사업'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통지했다. 구미 참여연대 측은 '불통'이라며 반발했다. 현재까지 드러난 내용과 앞으로의 진행 방향에 대해 최인혁 구미 참여연대 사무국장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지난 4월 22일 질의서를 발송했고, 26일에 답변을 받았다.

"구미시, 박정희 탄생 100주년 사업에 40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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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혁 구미 참여연대 사무국장. ⓒ 최인혁


- 2017년 박정희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구미시에서 다양한 사업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다. 구체적인 내용을 이야기 해달라.
"구미시의 박정희 관련 사업은 정책기획실 아래 문화관광담당관실에서 맡고 있다. 문화관광담당관실에는 박정희기념사업담당(계)가 있다. 5명의 인원으로 구성되며 계장 1명과 4명의 인원이 박정희기념 사업 관련 일을 한다. 게다가 올해는 정책기획실 아래 기획예산담당관실에 '박정희 탄신 100주년 준비 TF팀'도 꾸려졌다.

또한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 뮤지컬 공연 ▲ 국제학술대회 ▲ 사진 전시회 ▲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기념주화 발행 ▲ 근대화세대 인물 초청 구미투어 ▲ 불꽃 축제 ▲ 휘호집과 근대화 관련 책자 발간 등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필요한 예산은 뮤지컬 제작에 28억 원을 지원하는 것을 포함, 전체적으로는 40억 원 가까운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구미시가 야심차게 준비하는 것이 바로 창작 뮤지컬 제작인데, 자그마치 28억 원이 투입된다. 2017년 5월 초연 예정으로 2~3회 공연을 목표로 준비 중이라고 한다. 탄신제는 11월에 열린다." (관련기사: 구미시 박정희 탄생 100주년 뮤지컬 제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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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가 추진 중인 '박정희 탄신 100주년 기념 사업' ⓒ 구미참여연대 제공


- 진행 중인 사업들을 살펴보면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되는데, 현재 단계에서 중단시키거나 혹은 보류할 수 있는 사업들도 있나?
"대부분 국비·도비가 포함된 지속사업들이라 국비·도비가 확보되는 상황에 따라 사업기간변동은 생길지 모르겠지만, 중단 및 보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박정희 뮤지컬 제작과 같은 신규사업들은 구미시의 의지만 있다면 전면 취소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28억짜리 뮤지컬 제작에 대한 시민들의 반대 의견이 높다고 들었다. 구미 참여연대에서 시에 사업계획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했다는데,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정리해 달라.
"4월 초 구미 참여연대는 구미시가 28억 원을 들여 추진 중인 박정희 뮤지컬 <고독한 결단>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공개하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지난 4월 18일 시는 우리가 요청한 2건의 정보 공개 청구에 대해 "사업 검토 과정 중에 작성한 계획안"이라며 비공개하겠다고 통지해왔다. (아래 박스 기사 참고)

정보공개청구 내용 및 비공개내역
1. 내용 : 창작뮤지컬 제작 공연계획안 문서 공개
2. 근거 :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5호
3. 비공개이유 : 사유 상기 문서는 사업검토과정 중에 작성한 계획안으로써, 현재 시행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계획안으로 공개될 경우 확정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로 인지할 오해의 소지가 있다 판단되어 해당업무의 수행이 곤란하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공개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향후 계획 시행이 확정될 경우, 확정된 내용에 대한 정보공개가 가능함을 알려드리오니 양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정보 공개를 청구한 "창작뮤지컬 제작 공연 계획(안)"(문화관광담당관-1423, 2016.01.21.)은 이미 지난 1월에 결재가 난 문서다. 사업 검토가 아니라 이미 창작뮤지컬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이를 비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닫겠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국비나 도비를 지원받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현재 구미시의 재정상태는 어떠한 편인가?
"구미시 2016년도 전체 예산은 1조 1216억 원이며, 자체수입(지방세 및 세외수입)은 3770억 원이다. 의존재원(지방교부세, 조정교부금, 재정보전금, 보조금 등)은 4600억 원이고, 지방채 및 보전수입 등은 150억 원이다.  2016년도 재정자립도는 44.25%이며, 재정자주도는 63.49% 에 그친다."

- 끝으로 현재 설계단계에 있거나 토지 매입 단계에 있는 사업을 중단 또는 재검토하기 위한 시민단체 측의 대응방안이 있다면 설명해달라.
"박정희 생가 공원화 사업과 새마을 테마파크 사업에 1000억 원 이상(시비 500억 원 정도)의 예산 투입이 확정된 상황이라, 전면 중단은 사실상 힘들다. 다만 건물을 짓거나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건물의 설계 변경 같은) 사업비가 증액되어 예산이 부풀려지는 것에 대한 감시가 필요할 듯하다.

앞으로 '새마을 테마파크'와 '생가 주변 시설'에 대한 유지와 관리 예산만 해도 한해 수십  억이 필요한 상황에서, 뮤지컬 제작과 같은 1회성 행사에 28억 원 이상의 예산을 쏟아 붓는 일을 막기 위해 지속적으로 여론을 환기를 해나갈 것이다.

따라서 시민들에게 박정희 뮤지컬 제작 계획에 대한 사업내용을 적극 알려내기 위해 1인시위와 찬반 스티커 붙이기 등의 캠페인을 진행중이다. 구체적인 대응계획은 향후 구미지역 시민사회단체간담회를 통해서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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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에서 진행 중인 캠페인 28억원을 들여 박정희 찬양 무지컬을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구미시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스티커 붙이기를 매주 토요일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 중이다. ⓒ 이정혁


#박정희 탄신제 #고독한 결단 #박정희 기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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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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