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가 지목한 '슬리핑독', 바로 당신들이다

[게릴라칼럼] '어버이연합 게이트'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KBS와 MBC

등록 2016.04.29 11:49수정 2016.04.29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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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방영된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의 한 장면. 제목은 '워치독, 랩독, 가드독…그리고'였다. ⓒ jtbc


"오늘도 사족 한 가지를 답니다"라던 손석희 앵커의 얼굴은 더욱 굳어 있었다. 지난 27일, JTBC <뉴스룸>에서 '워치독, 랩독, 가드독…그리고'라는 제목의 '앵커브리핑'을 전하던 손 앵커는 아무래도 같은 언론인을 비판하는 일이 그리 달갑지 않았나 보다.

손석희 앵커는 '언론 없는 정부보다는 정부 없는 언론을 택하겠다'던 토머스 제퍼슨의 말을 인용하며 언론학자들의 전통적인 '개' 비유를 들었다. 감시견을 뜻하는 워치독(Watchdog)과 애완견과 같은 랩독(Lapdog)은 전형적인 경우다. 손 앵커가 주목한 것은 "역할이 좀 복잡하다"던 경비견을 뜻하는 가드독(Guard dog)이었다.

"언론 그 자신이 기득권 구조에 편입돼서 권력화되었고 그래서 권력을 지키려 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때로는 그들이 지키려 했던 대상을 향해서도 공격적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지키려 했던 대상의 권력이 약해졌을 때, 혹은 지키려 했던 대상이 자신의 이익과 반하게 될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번 총선을 전후해서 달라진, 그리고 어제(26일) 대통령의 언론사 간담회 이후 드러난 변화무쌍한 언론들의 논조 변화를 보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가드독도 대통령에게서 마음을 돌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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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방영된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의 한 장면. 제목은 '워치독, 랩독, 가드독…그리고'였다. ⓒ jtbc


자, 이제 연결을 시켜보자. 가드독은 어떤 매체들을 가리키는가. 총선 전부터 민심의 변화를 감지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질책하다 새누리당의 총선 참패 이후 완전히 '결별'을 시도하는 있는 보수 매체일 거라는 추측은 그리 어렵지 않다. 손 앵커는 아래와 같은 사설 제목을 그대로 노출하는 '돌직구'를 날렸다.

朴대통령과 친박, 총선 敗因 '본말과 大小' 뒤집고 있다 <문화일보>
국민은 변화 원하는데 대통령은 '협조'만 되뇐 간담회 <동아일보>
변치 않는 朴대통령, 國政 위해선 싫어도 국회와 손잡아야 <조선일보>


지난 26일 46개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초청 오찬 간담회 직후인 27일자 사설 제목들이다. 이른바 '조중동' 중 JTBC의 모기업 <중앙일보>가 빠져있고, <문화일보>가 포함된 것이 흥미롭다.

실제 집권 내내 '박근혜 용비어천가'를 불렀던 많은 보수 언론이 총선 정국의 어느 순간부터 박근혜 대통령과 거리를 두었다. 가드독의 '넘버원'이라 할 수 있는 <조선일보> 김대중 고문마저도 그랬다.

그는 지난 26일자 '保守 정당의 위기'란 기명 칼럼을 통해 "바라건대 박 대통령은 이제 새누리당을 놓아주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새누리당이 앞으로 이 '박'자(字)를 어떻게 정리하고 정립하느냐가 곧 한국 보수 정치의 키워드"라면서.

한편, 이제는 <조선일보>도 보지 않는 것 같은 박근혜 대통령은 오찬 간담회에서 "친박이란 말은 내가 만들지도 관여하지도 않았다"면서 또 한 번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 전형적인 권력자와 가드독의 결별이다.

박근혜 대통령 옆에 자리한 '슬리핑독' MBC와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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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26일 낮 청와대에서 중앙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오찬 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기화 MBC 보도국장, 박근혜 대통령, 정지환 KBS 보도국장. ⓒ 연합뉴스


그러나 이 못지않게 심각한 것은 역시나 귀를 막고 잠이나 자고 있는 슬리핑독일 것이다.

"역시 언론학자들에 따르면, 오늘 예로 든 세 가지 유형의 개들 외에 또 한 가지가 있긴 합니다. 매우 중요한 이슈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눈을 감고 있는 언론. 슬리핑독(Sleeping dog)도 있습니다."- 손석희 '앵커 브리핑' 

우연인지 대통령의 의지인지, 이 시대 슬리핑독을 자처하고 있는 양 방송사의 보도국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호위(?)하는 상징적인 장면이 포착됐다. 지난 26일 오찬 간담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좌우 옆자리에 최기화 MBC 보도국장과 정지환 KBS 보도국장이 자리를 잡은 것이다.

심지어 대표적 보수신문까지 '박근혜 엑소더스'를 천명한 마당인데 이 양대 공영방송은 덩치가 커서인지 반응 속도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 MBC는 김재철 전 사장부터, KBS는 길환영 전 사장 이전부터 이미 '슬리핑독'화 되었다. '이제는 언론의 역할을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올 지경이다. 이번 '어버이연합 게이트' 보도는 그 포기선언의 최신판이다.

지난 28일 나온 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신문·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의 주인공도 역시나 KBS와 MBC다. (관련 기사 : JTBC 49: KBS 1... 어버이연합에 대처하는 자세) 최근 논란인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한 두 공영방송의 보도 건수는 초라했다. KBS 단신 1건, MBC 1건이었다. 민언련은 이에 대해 침묵도 아닌 "은폐"라 규정지었다. 민언련이 '수박 겉핥기'라 표현한 SBS나 '직무유기'라던 채널A와 MBN, 여전히 억지보도로 일관한 TV조선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한국 언론은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공범'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낸 <뉴스타파>는 한 발 더 나갔다. '방송사 등 주류 언론들이 어버이연합을 키워왔다'는 것이다. 슬리핑독이나 가드독이나 서로 다를 바 없이 제 이익에 복무하며 균형 자체를 저버리는 '기계적 균형'을 취했다는 점에서 크게 공감한다.

"한국의 주류언론은 그동안 어버이연합을 누가, 어떻게, 무슨 목적으로 만들었는지, 그들이 시민단체로서 얼만큼 신뢰성을 갖는 단체인지를 확인하고 검증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다.

대신 정부·여당에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일반적인 시민단체나 시민들의 목소리와 대척점에 서는 '보수'의 주장으로 어버이연합의 집회나 시위를 활용해 왔을 뿐이다. 이른바 1대 1, 기계적 균형보도를 한다며 사실은 보수 여당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여론몰이나 물타기를 해 온 것이다."- <뉴스타파> '한국 언론은 어버이연합 게이트의 공범'

방송사 밖에서 활약하는 워치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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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영화 <자백>의 티저 포스터. ⓒ 시네마달


28일 개막한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한 영화계 관계자는 "아마 다큐멘터리 영화 <자백>과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상영되는 날은 해직 언론인들이 대거 (전주로) 내려오는 잔칫날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귀띔했다. 두 영화는 해직언론인이 만들고, 해직언론인이 주인공인 다큐멘터리다. 

티저 예고편을 통해 "김재철 사장님이 잘라 주셔서 탄생한 바로 그 영화"라고 스스로 소개하는 <자백>은 MBC 해직언론인인 전 <PD수첩>, 현 <뉴스타파> 최승호 PD가 완성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사건 등을 비롯해 국정원이 수없이 저질러온 간첩조작의 진실을 파헤치는 문제작이다.

그 최승호 PD가 해직언론인 중 한 명으로 출연하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이명박근혜' 정권 7년간 수많은 언론에서 '잘린' 워치독들의 문제를 정면으로 그렸다. 해직언론인들의 7년이야말로 보수정권이 어떻게 한국 저널리즘을 망가뜨려 왔는지 보여주는 산 증거다.

이 다큐멘터리의 감독이자 <지식채널e>로 유명한 김진혁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교수 역시 EBS에서 '반민특위' 관련 다큐를 만들다 윗선의 압력으로 제작이 중단되자 사표를 냈다.  

방송사와 언론사 안에서는 슬리핑독이 판치지만, 밖에서는 워치독이 영화까지 만들며 권력에 맞서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이들은 자신들이 활약했던 방송사가 받아주지 않는 작품을 가지고 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게 됐다.

"도대체 언제까지 회사는 청와대 눈치만 볼 것인가? 도도한 민심의 흐름을 확인하고도 진실을 회피하는 것이 두렵지 않은가?"

지난 25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침묵하는 회사를 비판하며 내놓은 성명 중 일부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슬리핑독에게 전하는 메시지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제 권력을 쫒는 가드독들의 해악이야 둘째 치더라도 MBC와 KBS, 이제 좀 잠에서 깨어날 때가 됐다.  
#손석희 #MBC #KBS #박근혜 #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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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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