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질 게 터졌다"... 부실 재벌, 97년 외환위기 수준

재벌과 유착 보수정권 8년 결과는 '구조조정'

등록 2016.04.29 15:10수정 2016.04.2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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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그대로 올 것이 왔다. 기자가 최근에 만난 정부의 한 고위인사는 "터져야 할 것이 터진 것"이라고 했다. 온 나라를 들썩이게하는 구조조정 이야기다. 그는 더 의미심장한 말을 했다. 그는 "어차피 이쪽(조선,해운업 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 않나"라며 "문제는 이들만 있는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의 걱정은 단순한 조선과 해운업 구조조정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한국 경제 전반에 걸친 산업 구조조정과 연관돼 있는 듯했다. 이미 중국에 넘어간 조선, 철강, 해운 이외에 전자, 화학, 반도체 등 최근 몇년새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크게 줄고있는 분야에서 닥쳐올 구조조정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대기업 중에서도 일부 상위 대기업을 제외하고 중견 대기업들의 상황이 좋지 않다"면서 "이제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전했다. 기자가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해왔던 것 아닌가'라고 묻자, 그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4대 재벌 빼고, 중견 대기업 3곳중 1곳은 부실...재벌기업 부실 '외환위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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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의 연결기준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추이 ⓒ 고정미


사실 재벌 기업들의 부실은 그동안 금융권에선 널리 퍼져있었다. 최근 몇년사이 사실상 해체에 들어간 재벌도 꽤 있다. 동양그룹을 비롯해 에스티엑스(STX), 웅진그룹 등이다. 여기에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여전히 유동성 위기를 겪고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경제개혁연구소의 재벌기업 부실징후 보고서를 보면 자산 5조 원이상 재벌 기업 48개 가운데 23개 그룹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이들 23개 그룹 가운데 10개 그룹은 이자보상배율도 1배에 미치지 못했다.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배 미만이면, 자신들이 영업해서 번 돈으로 이자 비용도 갚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결국 돈을 갚으려면 다시 돈을 빌려야 하는 악순환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2014년말 기준으로 이들 10개 그룹은 현대를 비롯해 동부, 한진, 한국지엠(GM), 한솔, 한화, 한진중공업, 대성, 동국제강, 대림그룹 등이다. 좀 더 들여다볼 점은 대기업 부실기업의 수가 지난 2008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부채비율 200%와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의 대기업은 지난 2007년에 2개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에 6개로 늘었고, 이후 2009년에 9개, 2010년 5개, 2011년 6개를 기록한 후 2012년부터 3년 연속 10개 대기업이 부실 상황에 놓여있다.

김상조 교수(한성대)는 "2012년이후 부실 그룹이 10개 정도"라며 "하지만 이들 10개 그룹에 이미 해체상태에 들어가 있는 동양, 웅진, STX, 대한전선그룹 등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결국 4대 재벌(삼성, 현대차, LG, SK)을 빼고 나머지 중견 재벌그룹 가운데 3곳 중 1곳은 부실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더욱 심각한 것은 일부 대기업의 장기부실 상태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부채비율이 200%가 넘고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인 상황이 2, 3년 지속될 경우 심각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부실기업으로 본다"고 말했다.

보수정권 8년여만에 재벌 기업 부실 가속화, 정부와 국책은행의 모럴 헤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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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중공업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비교 ⓒ 고정미


2014년말 기준으로 동부그룹은 2007년부터 8년 동안, 한진은 2008년 이후 7년 동안 장기 부실상태에 놓여 있다. 현대그룹과 한진중공업그룹 역시 각각 4년 동안, 동국제강과 대성그룹도 지난 2012년 이후 3년 동안 부실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김 교수는 "현재의 재벌 기업 경제력 집중과 부실화 수준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할 정도"라며 "지금같은 경제상황에서 이들 그룹들의 재무상태가 개선될 여지는 그리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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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비교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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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비교 ⓒ 고정미


이들 대기업의 심각한 부실을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떠안고 있는 것도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부실 기업의 구조조정을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논리로 '주채무계열제도'를 운영해 왔다. 이를 통해 구조조정을 민간자본의 시중은행보다 국책은행(산업, 우리은행)이 맡아온 것.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미 2010년부터 시중은행들은 일부 업종의 대기업 여신을 회수하는 등 발을 빼고 있었다"면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부실 기업의 빚을 그대로 떠안고 왔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2015년 주채무계열 41개그룹 선정 내용을 보면, 산업은행이 14개 그룹을 맡고있다. 14개 그룹 중에는 한진을 비롯해 동국제강, 동부, 대우조선해양, 현대, 한진중공업 등 부실징후가 뚜렷한 그룹들이 망라돼 있다. 우리은행이 맡은 16개 그룹에도 성동조선, 한라, 효성 등이 들어가있다.

박 교수는 "현재의 구조조정 과정을 보면 사실상 재벌과 정경유착한 정부가 막대한 국민 세금을 허투루 퍼붓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주채무계열제도라는 것으로 국책은행들이 사실상 퇴출돼야할 기업들에 막대한 돈을 넣고, 자신들의 관치금융의 창구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그동안 정부 스스로 부실화된 재벌을 감싸주다가, 국민 세금만 축내고 노동자들만 길거리로 내모는 꼴이 됐다"면서 "죽어가는 재벌살리기에 수조 원씩 넣는 것보다 그 돈을 실업급여, 직업재교육 등 실업대책과 사회안전망에 써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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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비교 ⓒ 고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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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비교 ⓒ 고정미


#구조조정 #재벌 부실화 #외환위기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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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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