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교회, 함께 울고 슬퍼하는 공감력 부족"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317] 방인성 목사

등록 2016.04.29 17:41수정 2016.04.29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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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인성 목사 ⓒ 이영광


어느덧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2주기가 지났다. 참사가 일어나자 사람들은 저마다 세월호 이전과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외쳤다. 그리고 특별법의 제정을 위해 유가족을 비롯한 시민이 서울 광화문광장 등에서 단식했다.

우여곡절 끝에 특별법이 제정됐으나 정부와 새누리당의 조직적인 특별조사위 방해로 진상규명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당시 40일 단식에 참여한 방인성 목사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듣고자 지난 26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방 목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세월호 참사 2주기가 지났습니다. 목사님은 2년 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40일 단식도 하셨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지난 2년 저에게 최고의 관심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에요. 하지만 2년이 지났음에도 아직도 진실규명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은폐하거나 잊어 버리려고 해서 많이 안타까워요. 하지만 세월호 가족들이 이 사회에서 돈보다 사람이 귀하다는 것을 알리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더불어 평화롭게 사는 사회로 만들어가는 데에 용기를 잃지 않고 노력해 희망을 가지고 있어요. 많은 사람이 잊어 버렸지만, 한편으로는 끝까지 이 일을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겨나 그런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어요."

- 40일 단식하셨는데 현재 건강은 어떠세요?
"나이가 들어 40일 단식을 했기 때문에 회복 기간이 굉장히 느리고 근육이 다 빠졌다고 해요. 소음과 매연, 그리고 불편한 잠자리 등 때문에 건강 회복은 천천히 되고 있어요. 조금만 무리한 일을 하면 굉장히 힘이 들고 지난 겨울은 특히 몸이 안 좋아서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 광화문 오시면 단식하실 때 생각이 날 것 같아요.
"그럼요. 자주 찾는데 올 때마다 제가 어떻게 40일을 굶었는지 스스로도 믿어지지 않아요. 유족들이 진실 규명을 위해 헌신하는 걸 보고 저도 무작정 뛰어들었는데 지금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아요.

광화문광장은, 아픔 속에 같이 기도하고 청와대를 바라보면서 어떻게 해서든 정치권이 바뀌어야겠다는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현장, 또 많은 사람이 찾아와서 같이 위로하고 했던 기억이 생생해서 잊을 수 없는 광장이죠.

세월호 이후의 저의 삶의 태도와 신앙관은 많이 변했고 화려함 속에 숨겨진 거짓을 보는 눈이 좀더 크게 떠졌어요. 예를 들면 양극화를 부추기는 경제 구조, 정치권력의 허구성, 종교의 오만함, 돈에 지배 당하는 인간의 허약함, 잘못된 언론과 떠도는 유언비어에 조종 당하는 대중들을 보며 많은 질문을 갖게 되었습니다."


- 2주기가 지났잖아요. 주위에서 아직도 그 얘기냐고 하는 사람도 있어요.
"네. 있어요. 그러면 전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데 뭐가 해결됐느냐? 무슨 대책을 세웠느냐? 이렇게 304명의 생명이 죽었는데 쉽게 잊을 수 있느냐?'고 물어보죠. 그러면 오히려 외면하려고 했던 사람들이 미안한 기색을 보여요.

국민의 마음 속엔 잊고 싶고, 외면하고 싶지만, 아무것도 되지 않은 것 때문에 미안한 마음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살기 바빠서 잊어 버리고 싶고 외면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왜 덮혀질까'라고 하는 의문도 가지는 것도 사실이에요."

- 세월호 참사 후 사람들은 '대한민국은 세월호 참사 전과 후가 달라져야 한다'고 외쳤으나 2년이 지난 지금도 '생명보다 돈이 먼저'라는 점에서는 달라지지 않은 것 같아요.
"2년이 지났지만 달라진 건 진짜 없어요. 오히려 더 돈, 돈 하는 것 같고 사람들이 쉽게 잊으려고 해요, 청년들은 무기력하고 비정규직이 양산됐고 살기 힘들다 보니 외면해 가요. 정치권과 대통령도 달라지겠다고 약속했는데, 진정성 없는 약속이라는 건 지난 2년간을 돌이켜보면 알 수 있어요.

그러나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까 처음에 말한 것을 지켜주기를 바랍니다. 사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진실 규명이 단시일 내 되지는 않았어요.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반드시 밝혀집니다. 지난 2년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고 변하지 않는 사회를 보면서 정말 가슴 아프고 답답합니다. 이러다가는 우리 모두 망하는 길로 갑니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각계각층이 달라져야 겠습니다. 돈보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사회로 말입니다."

- 가장 문제가 물질 만능주의입니다.
"지난 8년간 지도자들이 돈과 힘을 우선시하는 것을 보였고 국민들도 돈을 좇아가 탐욕을 부리는 지도자들을 눈감아 주었습니다. 불통도, 비민주성도, 오만한 통치도, 역사 왜곡도, 여러 사건의 은폐에도 경제만 살리면 된다는 신기루를 쫓아왔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다행히 이번 총선은 우리 국민이 용기와 지혜를 발휘해서 아주 따끔하게 우리 정치권에 충고의 표를 던졌습니다. 이런 정치 행태에 더 이상 속을 수 없다는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고 봅니다. 경제의 활성화는 함께 사는 사회를 위함이지 부가 대물림되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물질만능이 아니라 골고루 잘 살아가는 사회이어야 청년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미래를 펼칠 수 있지요."

-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되어 세월호 진실 규명을 할 기회가 온 것 같아요.
"20대 총선은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결과가 나왔어요. 여야도 예상할 수 없었고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도 예상할 수 없었던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죠. 이번 총선은 우리 사회에 하나의 희망의 불씨를 다시 살리는 결과였습니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이 최우선 과제라는 것, 이것 때문에 이런 결과도 주어졌다고 해석합니다.

여당은 (세월호 참사를) 은폐하고 감추려고 해서 (국민이) 여당을 심판했다고 봅니다. 야당은 다른 것보다도 먼저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청년에게 희망을 불어넣고 비정규직의 삶에 희망을 주는 정치를 위해서 머리를 모아야 합니다. 야권은 승리에 도취되거나 계파싸움을 해서는 안 됩니다. 세월호 참사 같은 중요한 문제에 헌신하고 희망을 주는 정치를 솔선수범해서 보여주는 야당이 되길 바랍니다."

-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당 차원에서 2주기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어요.
"저는 야당 대표들의 관점에 실망했습니다. 적어도 야당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라면 우선순위를 분명히 해야 하는데, 너무 표를 의식하거나 부자들의 눈치를 봅니다. 그러지 말고 용기를 내서 가장 중요한 문제부터 풀어가면 국민은 지도자의 진정성을 보고 그를 신뢰합니다. 그런 면에서 세월호 2주기 행사에 김종인 더민주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참여 안했다는 것은 매우 실망스러워요,

지금이라도 야권에서는 이 문제를 우선으로 풀어가는 용기를 발휘해야 합니다. 민생문제도 거기 걸려 있고 안전 문제도 거기 걸려 있고 생명 문제도 거기 걸려 있습니다. 지도자라면 이 점을 인지하고 실천하길 바라요."

- 안철수 대표는 세월호보다 민생이 급하다던데.
"당장에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합니다.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기라고 곳곳에서 말합니다. 그럴수록 정신을 차려 우선순위를 분명하게 해야 합니다. 생명 문제는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되어야 합니다. 참사로 수백 명이 죽어가는 것에 속수무책이라면 그 경제는 허구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경제 발전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됩니다. 세월호 문제는 생명을 지키는 문제이며 잘못된 경제행정이 낳은 사건입니다. 세월호 참사 진실 규명은 생명을 지키는 일이고 세월호는 경제 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 이번 총선에서 보수 기독교가 정당을 만들어서 2.6%의 정당 득표율을 얻었는데 어떻게 보셨어요?
"현 우리 사회에 기독교가 큰 힘을 휘두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각종 문제에 기독교인이 연루돼 있어 부끄럽습니다. 기독교인이라는 이름으로 정치하는 것보다는 기독교 정신을 살려야 하는데 방향이 잘못되었습니다.

기독교인이면 무조건 표를 찍어주는 것은 몹시 나쁜 패거리 행태입니다. 이번 기독교 정당을 만든 목사들이 교인들에게 강요하고 예배시간에 광고하는 행태는 선거법 위반이기도 하지만 종교인의 양심도 저버린 몰상식한 것입니다. 교인들도 무조건적인 맹종보다는 분별하는 능력과 자유로운 양심으로 자율성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 교인을 정치에 이용한다는 것은 거짓 삯꾼 목사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종교나 종교 지도자들은 정치에 대해 예언자적 역할은 해야 하지만 정치 권력에 편승하거나 추구하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기독교인이 정치를 하려면 기독교의 이름으로 하지 말고 기독교 정신 즉 정의와 평화, 생명의 가치를 이루는 정치를 해야 합니다."

- 여전히 대부분 한국 교회는 세월호 참사에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아픔에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데.
"아직도 한국교회는 우는 사람들과 함께 울고 고통받는 사람과 함께 하는 슬픔에 동참하는 공감력이 부족합니다. 그래도 세월호 가족들이 여러 교회를 다니면서 간담회를 해 많은 기독교인들의 이해가 넓어진 건 감사한 일이죠. 하지만 아직도 여기에 적극적으로 성도들을 이해시키거나 종교의 공감 능력을 갖추려는 지도자들의 깨어있음은 부족한 것 같아요. 성도들 눈치를 보거나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면 이런 일을 이렇게 외면하거나 할 수 없는데 교계 지도자들이 조금 더 용기를 내고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에 동참해야 합니다.

세월호 가족들의 아픔을 해결할 수 있는 것같은, 오만하고 교만한 모습이 종교지도자에게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예수님은 고통당하는 사람과 함께 울었고 그들의 친구가 되고 그들과 함께 함으로 고통의 길을 같이 걸어갔지 그런 사람들을 가르치거나 그들에게 해답을 주려고 하지 않았거든요.

먼저 같이 울고 먼저 아파하고 먼저 그들과 고통의 길을 걸어가는 자세가 종교 지도자들에게 필요해요. 그런데 그런 건 없이 해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또는 그 문제에 대해 길을 갖고 강요하듯 제시하려는 자세는 종교 지도자들의 오만이고 옳지 못해요. 지난 2년 동안을 뒤돌아보고 반성하면서 기독교계가 고통당하는 사람과 함께 공감하는 능력을 더 키워가고 솔선수범해야 합니다."

- 얼마 전 이재철 목사가 "세월호 유가족을 우상시하면 안 된다"고 해서 논란이었는데.
"전 그 발언 자체는 매우 부적절하다고 봅니다. 물론 누구든지 사람을 우상시하거나 영웅시해서도 안 됩니다. 아마 이 목사는 누구든지 사람을 우상시하거나 영웅시하면 안 된다는 말을 한 것 같은데 세월호 가족들이 영웅이거나 우상은 아니죠. 오히려 그들은 발버둥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당한 고통을 함께 풀어 가는 것이 우리가 모두 살길이라고요. 그러나 세월호 참사를 직시하는 것은 매우 불편하고 아픈 일이기에 외면하고 잊어버리고 싶은 것이 우리의 마음인 것 같아요.

만일 그런 위험성이 있다면 함께 조심해야 할 문제고 객관적으로 누구를 지적하는 건 조심스러운 문제인데 이 목사께서 유가족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발언을 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사과도 하고 대화를 한 것으로 알아요."

#방인성 #세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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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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