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지붕 낮은 집', 유서 쓰던 그 책상 그대로

[큰 사진] 사저, 일반에 첫 공개... "7년 전 그 분 살아계신 듯"

등록 2016.05.01 14:56수정 2016.05.01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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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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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남은 밀짚 모자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공개 된 가운데 서재에 노 전 대통령의 유품인 마지막 밀짚모자가 걸려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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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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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7년 전 그 분께서 살아 계신 것 같다."

일반에 처음 개방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를 본 한 관람객의 소감이다.

사저에는 집주인이 썼던 물품이 그대로 있었다. 집주인의 손길을 받은 듯, 정원에는 갖가지 꽃이 활짝 피었고, 나무는 짙은 푸름을 뽐내고 있었다.

노무현재단은 노 전 대통령 서거 7주기를 맞아 1일 사저 특별관람 행사를 열었다. 인터넷·현장 접수한 신청자 100명이 이날 오전 11시 사저를 관람했다.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있는 사저는 8년 전 노 전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지어졌다. 대지 1290평에 사저동 112평과 경호동 70평으로 꾸며져 있다. 고 정기용 건축가가 설계했다.

외관상 하나의 건물로 구성되어 있으나 유족들이 생활하는 개인 소유 구역과 경호원들이 근무하는 국가 소유 구역으로 구분되어 있다. 사저는 2006년 11월 부지 매입을 시작으로 2008년 3월 완공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뒤 부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이 거주하는 사저는 경호 등 여러 사정으로 출입이 제한되어 있었다. 권양숙 이사장은 "언젠가는 사저를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2013년 가을 노무현재단에 기부 의향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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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공개한 고 노무현 대통령 사저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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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의 출입문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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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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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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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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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퇴임 뒤 노 전 대통령은 머물 곳을 고민했다. 그러다 2006년 3월 나이지리아 방문 때 권양숙 이사장이 "봉하로 가는 게 좋지 않겠느냐, 고향을 두고 뭐 하러 다른 곳을 찾느냐"고 했다. 이후부터 노 전 대통령은 귀향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노무현재단은 "노 대통령은 사람 사는 집이 자연을 거슬러 우뚝 서 있기보다 산세와 굴곡 등 자연의 선을 따라 주변의 자연과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지붕이 낮은 집을 원했다"고 소개했다.

사저 건축 소재는 흙, 나무, 강판 등 자연재료만을 사용했고, 안채와 사랑채, 서재 등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공간은 중앙 정원을 중심으로 분리되어 있고,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 가기 위해서는 모두 신발을 신고 이동해야 하는 구조다.

"매화나무, 잘 자라다가 서거 뒤 시름시름"

사저는 사랑채, 안채, 서재(회의실), 정원, 경호동으로 되어있다. 대문으로 들어섰더니 지하 1층이 바로 보인다. 이 공간에는 노 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서너달 동안 사용했던 차량(체어맨, 현재 등록말소)과 자전거, 유모차, 소형 굴착기가 진열되어 있었다.

사저 바깥에는 많은 나무와 꽃이 자라고 있었다. 나무는 마치 주인의 손길을 잘 받은 듯 짙은 연초록 잎으로 치장이 한창이다. 장군차, 머위(머구)나물, 석류, 매화 등 온갖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매실나무에는 제법 굵은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2008년 11월 16일 4·3희생자유족회가 보내와 심어놓은 산딸나무도 잘 자라고 있었다. 이 나무는 사저에 있는 유일한 기념식수다.

소나무 등 온갖 나무들은 한껏 푸름을 뽐내고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이 퇴임 뒤 방문했던 경남 진주의 한 농장에서 보내와 심어놓은 매화나무도 자라고 있었다. 현장 안내를 한 오상호 노무현재단 사무처장은 "대통령님께서 진주 농장을 방문했을 때 관심을 보였던 매화나무인데, 농장 주인이 보내와서 심어놓았다"며 "잘 자라다가 서거 뒤에 병이 생겼는지 시름시름 하는 거 같아서 지금은 치료 중이다"고 말했다.

거실에 컴퓨터 그대로... 손녀 흔적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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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공개 된 가운데 안채에는 노 전 대통령이 사용했던 책상과 모니터가 고스란히 남아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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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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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공개 된 가운데 안채에는 가족사진과 노 전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걸려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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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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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사랑채는 노 대통령이 손님을 맞이하고 가족이나 보좌진들과 함께 식사도 했던 장소다. 정남(正南) 방향으로 지어진 공간으로, 안쪽(서쪽)에서 바깥쪽(동쪽)으로 천장을 더 높게 해 놓아 창문이 더 넓게 보였다. 이 방에서는 창문을 통해 사자바위와 봉하들녘 그리고 마을 건너편 과수원이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어릴 때 과수원에 작은 건물을 지어놓고 공부했다.

이 방에는 대통령 취임식 사진이 걸려 있었다. 이 사진은 한 해외교포가 취임식장에 초대받지 못해 입장할 수 없자 근처 높은 빌딩에서 촬영했던 것으로, 퇴임 이후 보내왔다.

사랑채 건너편에 있는 안채는 거실과 침실로 구분되어 있다. 노 전 대통령은 주로 거실에서 작업을 했다. 거실에는 컴퓨터나 물품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컴퓨터 모니터를 2대 설치해 사용했는데, 글쓰기용과 자료조사용이다.

컴퓨터가 있는 책상은 대통령이 마지막 글을 쓴 곳이다. 그 책상과 컴퓨터, 모니터는 그 때 그 모습 그대로 놓여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은 2009년 5월 23일 새벽 5시20분 경 이 컴퓨터에서 마지막 글을 작성하기 시작해 40분 경 마쳤다.

오상호 사무처장은 "거실은 대통령님이 사용하셨던 장소로,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며 "컴퓨터 '저장하드'는 분리해 별도 보관하고 있고, 서거 뒤에 권양숙 여사님은 거의 이 책상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거실 벽면에는 고 신영복 선생이 쓴 "우공이산(愚公移山)" 액자와 원불교 종법사가 그린 달마도가 걸려 있었다.

서재는 노 전 대통령이 주로 독서와 집필을 하거나 퇴임 이후 보좌진들과 민주주의와 진보의 미래 등에 대해 토론하고 회의했던 공간이다. 서재에는 1000여 권의 책이 서거하기 직전까지 꽂혀 있었는데, 그때 그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었다.

그리고 사저 곳곳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손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손녀가 사랑채에 해놓은 낙서가 그대로 있었고, 거실 책상에는 함께 찍은 사진이 놓여 있었다.

"야, 기분 좋다, 하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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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 서재에 약 900여권의 책들이 꽂혀 있다. 가운데 자리는 노 전 대통령이 앉아 집무를 보던 곳이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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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사저는 고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봉하재단 이사장이 지난해 7월 거처를 옮기면서 일반인에게 공개 준비를 시작해 시민들에게 개방을 하게 되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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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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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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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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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사저 안내를 마친 오상호 사무처장은 "아마도 대통령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계신다면, 퇴임하던 날 고향으로 돌아와 하셨던 말씀인 '야, 기분 좋다'를 그대로 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저 개방은 첫날에만 세 차례 진행되었다. 인터넷 홈페이지 접수한 90명과 현장 접수한 10명으로 매회 100명씩 특별관람했다. 관람객들은 가족 단위가 많았고, 가까운 경남과 부산에서 온 사람도 있었지만, 서울과 대전 등지에서 온 이들도 있었다.

일부 관람객은 노란색 바람개비를 들고 참석했고, 관람하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하루 전날 대전에서 와 진영에서 잤다는 남용락(73)·배옥자(71) 부부는 "봉하마을에는 처음 왔다, 대통령님께서 오래 사셨으면 좋았을텐데 끝이 그래서 애석하다"며 "사저를 개방한다고 해서 특히 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윤세라(38, 서울)·유나(37, 인천) 자매는 "인터넷 접수를 하려고 했는데 늦어서 못하고 현장접수해서 관람하게 됐다"며 "'바보 대통령'이라 생각했다, 늘 고마웠는데 서거하시고 난 뒤에 더 소중한 분으로 여겨졌다, 항상 대통령님 생각하면 짠하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온 한 관람객은 "이전에 옛 한나라당(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서 '아방궁'이라 했는데 실제 와서 보니 그런 느낌은 전혀 나지 않는다"며 "안채는 거실과 침실로, 실제 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은 하나밖에 없다, 그런데 무슨 아방궁이냐"고 말했다.

사저 관람 안내를 맡았던 명계남 배우는 "사저는 중앙 정원을 중심으로 사랑채와 안채, 서재가 있고 이동하면서 새소리 바람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1층으로 '지붕 낮은 집'인데 자연친화적이다, 시민의 품에서 훼손되지 않았으면 한다"며 "사저에 대해 오해가 있었지만 실제 와서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알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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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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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의 사랑채(회의실)가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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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의 주방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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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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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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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노무현재단은 특별관람객을 대상으로 '관람내용 만족도', '해설사의 안내 만족도', '앞으로 어떤 준비가 더 필요한지', '한 번 더 사저 방문할 의향' 등을 묻는 의견조사를 벌여 보완해 나갈 예정이다.

특별관람은 5월 한 달 동안 주말만 진행된다. 노무현재단은 홈페이지로 1차분(5월 7일, 8일, 14일, 15일) 접수를 마감했고, 2차분(21일, 22일, 28일, 29일)은 오는 5월 9일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받는다.
#노무현 #봉하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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