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혼 힘드시죠? 서로를 인정하고 기다려줍시다

[별별인권이야기⑪] 차이의 인정을 넘어 서로를 존중하기

등록 2016.05.21 07:17수정 2016.05.2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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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원한 베트남 부인, 오해에서 비롯

한국에 온지 5년이 된 베트남 여성이 상담을 와서는 남편이 이혼을 원하는 것 같아 자신도 이혼을 하고 싶다고 하였다. 남편이 직접 이혼하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기에 어떤 말과 행동으로 그렇게 느꼈는지 물어보았다.

남편이 한 달 전부터 늦게 귀가하여서는 술만 마시고 말도 없이 베란다에서 담배만 피우고, 한숨만 푹푹 내쉬고, 부부관계도 없다며, 이런 행동이 자신을 싫어하는 행동이 아니겠냐고 했다.

남편과 함께 오라고 돌려보낸 뒤 2주가 지나서 여성은 한국인 남편과 함께 상담을 받으러 다시 왔다. 남편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자신이 여기까지 온 이유를 말하기 시작하였다.

"아내가 오자고 해서 온 것도 있지만 통역을 통해서 정확하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남편은 은행 대출을 받아 사업에 투자했는데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돈을 갚지 못하였고, 그래서 어렵게 장만한 조그만 아파트가 곧 차압될 위기라는 것을 아내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다.

통역사에게 전해들은 아내의 반응은 울고불고 할 거라는 남편의 예상을 깨고 고개만 끄덕이며 알았다는 말만 짧게 하였다. 다시 통역사를 통해 차압의 의미, 아파트가 이제 더 이상 가족의 소유가 안된다는 의미를 전달하였다.


그 말을 들은 후에도 아내는 5년 전 한국에 왔을 때도 남편은 집이 없었고, 그동안 두 사람이 맞벌이하면서 대출을 받아 작은 아파트를 샀지만, 그런 집보다 남편의 마음이 더 중요하다고 하였다. 남편의 마음만 변하지 않으면 두 사람이 일을 해서 아파트는 다시 살수 있다고.

아내의 말에 남편은 울고 있었다. 아내가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낙후한 나라에서 왔고, 한국말도 능숙하지 않고, 나이도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작아서 고민을 나누는 상대로는 생각하지 않았다며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오늘 보니 아내가 자신보다 그릇이 더 큰 사람이라며 남편의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상담실을 나갈 때 부부는 다시 한 번 잘해보겠다며 손을 꼭 잡고 상담실을 나갔다.

만약 이 부부가 상담실을 찾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그 이전에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하면 어땠을까?

우리나라 부부 세 쌍 중 한 쌍, 하루 대화시간 30분 미만

여성가족부에서 실시한 '2015년 가족실태조사'(전국 5018가구) 결과에서 우리나라 부부 세 쌍 중 한 쌍은 하루 동안 배우자와의 대화 시간이 30분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대화 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으며, 특히 40, 50대 부부의 대화시간이 가장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로가 바쁜 일상 속에서 대화는 더 줄고 있으며, 특히 국제결혼을 한 부부는 언어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서 부부간의 대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이주여성들은 한국 입국 후 2년이 지나면 일상적인 이야기는 가능하지만 부부간 마음속의 이야기는 5년 정도가 지나야 한다고 말한다.

무작정 5년이 지나기를 바라지 말고 아내가 한국어를 잘 배울 수 있게 지원도 해주고 조금 더 기다려 준다면 언어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서로가 말만 통한다고 부부간의 대화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로가 그만큼 노력해야 한다.

내가 하는 일의 특성상 국제결혼 부부상담을 많이 하고 있다. 부부상담, 가족상담을 하면서 몇 가진 느낀 점이 있다.

첫째, 시간을 내는 것이다. 의도적으로 아내와 함께 대화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가 있어서라는 핑계 이전에 시간을 내어 서로의 눈을 보며 차분히 앉아서 이야기하는 시간을 내어 보자.

국제결혼을 선택한 남편들은 아내가 한국에 입국하면 더 열심히 일하려고 야근도 자청하고 특근까지 한다. 물론 경제적 부담 때문에 노력한다고 볼 수는 있지만 한국어가 능숙하지 않은 아내는 이해를 잘 못한다.

우선 의사소통에 대한 방법을 소개하는 책을 같이 읽거나 또는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에서 하는 부부대화법 강좌를 같이 듣고 그 방법을 한걸음씩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서로의 장점을 찾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데 더욱이 사람은 본인을 칭찬하는 말을 듣게 되면 더 노력하려 할 것이다. 장점 한 가지 없는 사람은 없다. 지금 당장 아내를 보며 장점 하나 찾고 그것을 가족, 친지, 이웃에게 말하여 퍼뜨려보자. 상대방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셋째, 배우자 상대의 나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이다. 언어를 능숙하게 하라는 말이 아니다. 내 배우자가 나고 자란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공부해보고 그 나라의 음식도 함께 만들어 먹어보자.

입에 맞지 않아도 최소한 노력이라도 해본다면 좀 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아내에게 한국의 문화, 음식만 강요하며 빨리 한국에 정착하기만을 원할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내가 아내 나라의 문화, 음식을 존중하고 함께 한다는 생각을 보여주도록 하자.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면서 세계문화다양성의 날이다. 고민 끝에 국제결혼을 선택하고 결혼식까지 치루고 아내가 한극능력시험도 통과해서 한국에 입국하기까지 힘들고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겠지만,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국제결혼을 한 부부가 서로가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것을 인정하는 것보다 더 나아가 서로가 다른 문화에서 세대 차이까지 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또한 인정을 넘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공부를 하고, 그 모든 것을 기다려주는 인내부터 시작해 보자.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고명숙 시민기자는 대구이주여성쉼터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의 인권필진 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인권 #국제결혼 #다문화 #부부의 날 #세계문화다양성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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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차별없는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별별 인권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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